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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우리은행 이사회의 의무…민영화 기업의 롤모델돼야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포스코가 민영화를 마무리한지 17년째입니다. KT도 2002년 민영화를 완료한 기업입니다. 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도 증시에 상장된 기업입니다. 이중에 국민들이 체감하기에 민간 기업으로 느껴지는 기업은 없습니다.

포스코는 초대 회장인 박태준 회장을 비롯해 가장 최근에는 정준양 회장까지 모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쫓겨났습니다.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본인 임기보다 대통령 임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도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씨가 포스코의 광고계열사 포레카를 강탈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황창규 KT회장도 최순실씨측의 청탁을 받아 임원을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영화된 기업들은 마치 전리품처럼 외풍에 휘둘렸습니다. 외풍을 타고 선임된 경영진은 각종 비리와 청탁에 얼룩져 무늬만 민간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수천억원을 들여 우리은행 지분을 사들이면서 ‘바지주주’ 역할만 하려는 주주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은행 민영화의 제 1조건은 ‘자율경영 보장’ 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분이 21%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율경영이 가능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입니다.

외풍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 ‘과점주주’ 구성도 미흡합니다. 7개 과점주주 모두 우리은행의 실질적 주인은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내 금융회사입니다. 당초 외국계 주주 2곳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동양생명의 대주주가 중국 안방보험이니, 사실상 외국계라는 변명만 있을 뿐입니다.

공적자금관리위원장으로서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추진했던 박상용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정부 차원에서 외국의 국부펀드를 초대하면 나중에 관여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며 “예보가 나머지 지분을 매각할 때 상당한 지분을 외국 정부와 관련한 국부펀드에 매각을 해서 국내 과점주주들과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은행 과점체제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소액주주 대표 사외이사 선임도 검토했습니다. 소액주주 대표는 정권의 이해관계보다는 우리은행 자체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자율경영의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소액주주 대표 사외이사는 구체적인 인물까지 추천이 됐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지금은 정국이 혼란스러워 외풍이 덜 불지만 누군가 힘을 갖게 되면 외풍은 언제든 불 수 있습니다. 이사회 첫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성태 우리은행 이사회의장은 “정부에서 자율경영을 보장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율경영 원칙을 지키는 최전방에 있는 이사회의장의 각오치고는 다소 아쉽습니다.

자율경영에 대한 의지는 일단 차기 은행장 자격 설정에서 나타났습니다. 낙하산 인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겁니다. 외부인사 배제 원칙을 세울 때 전지평 이사(동양생명 추천)는 외부 인사를 왜 배제하는지 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동우 이사(IMM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글로벌 은행의 사례를 들며 내부 승진을 했을 때 경영성과가 좋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영성과도 성과지만, 우리은행 관계자는 “차기 은행장 후보에 외부 공모를 받을 경우 힘 센 사람들이 너도 나도 끼어들어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인사가 차기 행장이 되더라도 꼭 외부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일은행 출신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내부 출신이라기보다는 MB맨으로 회장자리에 올랐습니다. 이순우 전 회장, 이광구 현 행장도 선임 이후 정권과 가까운 종친회, 동문회 등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박상용 이사는 “외풍은 언제든 올 수 있으며, 그 시점은 우리은행 내부에서 혼란이 일어날 때”라며 “자율경영의 정당성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획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내부 혼란에 대해 신상훈 사외이사도 “출신을 따지지 않고 평가 시스템이 공정하게 작동이 되도록 하면 내부 갈등에 대한 염려를 안해도 된다”며 “그런 시스템이 작동이 되도록 감시하는 것도 이사회의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상업, 한일은행 출신들 간의 미묘한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점주주 체제의 우리은행 이사회의 첫 번째 임무는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첫 은행장을 선임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민영화된 공기업 지배구조의 롤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박상용 사외이사는 “소유가 분산된 포스코, KT는 지배주주 없이 소유권이 분산돼 공중에 떠 있는 형국이 됐다”며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을 대는 사람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또 공기업 민영화의 모범 사례로 “오너십을 가지고 회사에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이 형성된 우리은행의 경험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기형적인, 사실상 공공조직이 많습니다. 힘을 가진 사람이 자기 것도 아닌 기업을 떡 주무르듯 좌지우지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은행의 과점체제 실험은 대한민국 공공기관 민영화 역사에 중요한 실험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앞으로의 민영화는 물론, 이전에 민영화된 기형적인 기업 지배구조도 새롭게 개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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