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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주가조작, 탐욕의 무게와 그늘

이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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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영화 - '작전' 중]
"영화 '작전'의 한 부분입니다. 주가조작 등으로 시장이 혼탁해지고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몇년 전 증권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 이후에 시장은 정화가 됐을까요? 탐욕이 불러온 주가조작. 그 이면에 담긴 내용과 남겨진 과제 등을 짚어봤습니다.

지난 2013년 정부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꾸리는 등 감시를 강화하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는 3년간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적발 건수가 급증하는 등 주가조작의 뿌리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건당 평균 부당이득 규모가 지난 2013년 22억원에서 불과 3년 사이 두 배 가까이(2016년 42억원) 급증했습니다. 종합하자면, 주가조작이 더욱 '짧고 굵게'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주가조작이란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

▲거래가 성행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본인 혹은 타인 계좌 여러 개로 주식을 사고파는 '가장매매와 통정매매' ▲너무 높은 가격으로 사거나 낮은 가격으로 팔겠다는 주문을 지속적으로 내서 의도적으로 주가를 움직이는 '고가주문, 저가주문' ▲실제로 매매할 의사 없이 다른 사람의 매매를 유도하기 위해 체결 가능성이 낮은 주문을 대량으로 제출하거나 이를 반복적으로 정정, 취소하는 '허수성 주문' 등이 있습니다.

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시장에 퍼뜨려 주가를 움직이려는 '허위사실 유포' ▲동시호가 시간에 비정상적인 주문을 대거 제출해 시가나 종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시가 및 종가 관여' ▲주가를 상한가에 고정하기 위한 '상한가 고정' 등도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됩니다.

일례로 '상한가 굳히기'는 이렇습니다.

[인터뷰] 김기경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부장
"상한가에 근접하는 시점에 대량의 상한가 매수호가를 제출해서 상한가를 형성시키게 됩니다. 그 다음날 시초가 결정 시간대에 상한가 매수 주문을 다시 제출합니다. 거기 유인된 다른 투자자들이 들어와서 따라붙게 되면 이 투자자는 자기 상한가 주문을 취소하게 되는 거죠."

"금융감독원 5층에 갈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큰손 투자자들 사이에서 뼈있는 농담으로 오가는 표현입니다. 자본시장조사국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게 될 일, 의심 받을 행동은 하지 말아야 된다는 말인데요. 주가조작, 어떻게 모니터링되고 또 어떻게 적발되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주가조작 사건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탐지되고, 금융감독원 조사를 거쳐 확인되며,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검찰로 고발조치 됩니다.

[인터뷰] 이상준 /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 팀장
"일단 조사에 착수하게 되면 혐의 의심 계좌에 대해 매매행태 분석과 함께 자금거래를 추적하고요. 혐의자로 의심받는 분에 대해서 왜 이 주식을 사게 됐는지 그 매매동기를 확인해서 혐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뒤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혐의자를 검찰에 이첩하거나 저희가 직접 과징금 부과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가조작을 하는 사람들, 이른바 작전 세력은 누구일까? 실제로 작전 세력들의 주가조작 과정과 그들이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본 한 투자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주식 투자자 A씨
"시세조종은 예전부터 모 상업고등학교 출신들 중심으로 옛날 감독 감시가 많이 강하지 않던 시기에...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게 시세조종의 시초라고 보고 있고요. 그때는 감독이 너무 소홀했기 때문에 아주 쉽게 (작전)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지금은 2세대라고 해서 조직폭력배나 사채시장이나 이런 사람들이 큰돈과 브레인들을 이용해서 다시 시세조종에 나서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주가조작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장기간 주식을 매집하고 자원개발과 같은 허위사실을 공시해 주가를 띄우는 방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HTS 상에 허위 호가로 사람들을 유인하거나 SNS로 풍문을 유포하는 등 짧은 시간 치고 빠지는 방식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경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 부장
"지금 불공정거래의 패턴은 단기화 분산화 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한 종목을 집중적으로 하지 않고, 단기간에 옮겨 다니는 메뚜기형이 많습니다. 내년 5월에 새로운 시장감시 시스템이 구축되면 신종 유형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범죄에 대한 엄단을 경제민주화 실현 방안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행위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주가조작 등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형량과 양형을 강화하고, 대통령 사면권도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세조종과 관련된 손해배상소송 소멸시효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주가조작 등에 대한 법원의 양형 기준입니다.
(2012년 7월 시행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 양형 기준)

시세조종 등으로 얻은 수익이 1억원 미만일 때는 최대 징역 1년 6개월,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최대 6년형, 300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11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공약입니다.

최근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된 '자본시장 공정성 침해 범죄' 사건은 2015년 기준으로 120건.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실형을 받은 사람도 같은 기간 21명에서 35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인터뷰] 강전 /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 국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평균 20%의 재범률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세조종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년 4월에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불공정거래 수익의 5배까지 벌금을 부과되도록 처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잣대가 엄격해질수록 선량한 투자자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무고함을 밝혀내기까지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주식 투자자 B씨
"1년 후에야 조사를 시작하고, 2년 가까이 돼서 고발 조치를 하고, 또 검찰에 가서도 큰 사건이 아니다보니까 6개월 이상 걸렸고, 그리고 하루 조사 받고 나서 무혐의 통보를 받으면서... 나의 3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이 갔다는 것에 굉장히 울분을 느꼈죠. 저한테는 굉장히 큰 피해고..."

관련 문제는 개인 한명의 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큰손 투자자가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관련 주식이 일제히 폭락하는 일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저평가된 기업 주식을 꾸준히 사 모으는 이른바 '가치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큽니다. 소외된 가치주는 시가총액이 작고 거래량이 적은 경우가 많은데, 이들 종목에 투자했다가 의심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주식 투자자 C씨
"투자를 함에 있어서 아무래도 위축되는 거죠. 당국에 말씀드리고 싶은 건, 주가가 급등한 것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왜 올랐는지 원인을 잘 파악해서 이게 주가조작인지 아니면 저평가 됐던 회사가 재평가를 잘 받고 있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분석할 수 있는..."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된 유죄와 무죄 사이는 '목적성 입증'에서 갈립니다. 즉, 피의자가 진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인터뷰] 곽영신 / 변호사 (법무법인 율성)
"단지 이상매매로 보이는 행동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 목적을 추론하게 되면, 사실 그런 목적이 없었음에도 처벌 가능성이 생기는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이상매매로부터 곧 시세조종의 목적을 추론하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에게 시세조종의 목적이 있음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확립하고, 그에 따라서 수사와 조사, 그리고 판결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목적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이미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규모가 큰 사건이 아니라면 과징금 정도로 빠르게 제재해 시장질서를 지키자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영춘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상무
"목적성 입증이 필요 없고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자본시장법상)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적극 적용해서 행정당국에서 과징금을 직접 부과한다면 사건 처리의 신속성도 기할 수 있고, 신종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응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단기 급등주'를 추종하는 일부 투자자들의 비뚤어진 투자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작전주에 투자해야 큰 돈 번다", "세력 붙어 있는 주식 없느냐"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식의 결코 가볍지 않은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투자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세력에 편승해 쉽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위험한 발상은 또 다른 한탕주의일 뿐입니다. 특히, 특정 세력에 쉽게 편승해보려다 자신도 '주가조작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인터뷰] 윤경 /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시세조종)주체들이 세력을 모집해서 주가를 부양할 때는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많아야 뜨는 데 좋으니까, 어떤 사람한테는 그냥 이런 주식이 있다 슬쩍 정보만 흘려주거나... '당신 이 돈 투자하면 돈 벌 거다, 만약 손실 보면 내가 보전해줄게' 이렇게 약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그 말만 믿고 내가 시세조종에 가담하는 지도 모르면서 주가를 부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분들도 경우에 따라서 종범이나 방조범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인터뷰] 김영익 / 서강대학교 교수
"새정부 들어서 가장 강조한 것이 '공정'이거든요. 앞으로 기업도 공정해질 것이고, 주식투자 문화에서도 상당히 공정이 강조될 것입니다. 때로는 애널리스트마저 기업을 정확히 분석하기 힘든 상황이거든요. 이런 환경 하에서 개인들이 기업분석을 않고 시장 소문에 따라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해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듯, 앞으로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형벌은 더욱 무거워질 전망입니다. 다만 이는 주도세력에 대한 처벌일 뿐. 선량한 투자자라면 '형벌보다 무서운 것이 투자습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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