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 "졸면 죽는다" 삼성전자 CEO의 섬뜩한 고백

김주영 기자

[사진: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 부문 대표이사가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함대(삼성전자)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졸면 죽는' 상황이다."


"두렵고 무섭기까지 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는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전자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뒤로 삼성이 리더십 공백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경영의 최전선에 있는 전문경영인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 대표이사는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세간의 우려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전략적 의사결정은 총수 없이 진행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에 대한 것입니다.


윤 대표이사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M&A를 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공지능(AI) 관련 M&A가 막바지 단계에서 무산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윤 대표이사는 M&A가 틀어진 구체적인 경위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거래 금액을 두고 이견이 있었던게 아니냐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M&A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거래를 추진할 때 결정적 한방이 중요하다"며 "총수와 달리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임기중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워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 추진에서 볼 수 있듯 해외의 굵직한 M&A는 총수가 직접 발로 뛰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며 "전문경영인이 M&A 대상 기업에 찾아가면 대화의 물꼬가 쉽게 트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에 있어 대규모 투자와 M&A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삼성전자는 겉으로 보기엔 어느 때보다 화려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2분기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은 22.5%로 1위를 지켰습니다. 또 24년간 제왕이었던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 자리를 꿰찼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영광은 한순간 이뤄진 게 아니라 수 년 전부터 뿌린 씨앗의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파종 하지 않으면 수 년 뒤에는 보릿고개를 지내야 할지 모를 일입니다.


2010년 스마트폰의 등장을 혁신이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몇 년 사이 AI와 사물인터넷(IoT)이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IT 기업들은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미래를 향해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혁신을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는 앞으로 얼마나 더 손발이 묶이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미지근한 물이 든 비커 속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자신이 죽는줄도 모르고 잠이 든다는 우화가 있습니다.


한 순간 위협보다 더 무서운 것이 오랜 기간 누적된 충격입니다. 당장은 괜찮다 하더라도 파종 시기를 놓쳐 수 년 뒤 어떤 위기가 찾아올지 가늠할 수 없어 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주영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