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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제약 수상한 M&A④] 상장폐지 기로…"진짜 문제는 '예비 대주주·경영진'"

이대호ㅣ정희영 기자

지난 7일 방송된 'MTN 심층토크 사이다' 내용 중 일부.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정희영 기자] 61년 역사 경남제약이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다. 주식 거래가 정지된 것은 과거 분식회계 문제 때문이지만, 상장폐지 심사까지 받게 된 것은 대주주와 경영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대주주가 구속된 상태인 것을 넘어 예비 대주주마저도 회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경남제약 주권매매 거래를 정지한 것은 지난 2일. 당시 거래정지 명분은 '과거 분식회계' 때문이다. 이는 지난 2월 28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적사항을 의결한 것으로 지난 2008년~2013년 분식회계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는 이미 경남제약이 당시 분식회계를 저질렀던 이희철 전 회장(현 대주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통해 시정해나가고 있는 사안이다.

한국거래소가 경남제약을 상장폐지(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심사 대상까지 올린 것은 '과거 분식회계'뿐만 아니라 '예비 대주주와 경영진 후보' 문제를 크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현 대주주(이희철 전 회장)가 횡령·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1년 넘게 실형(2017년 2월 3년형 확정)을 살고 있는 상황에서 예비 대주주마저 회사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월 30일 이희철 전 경남제약 회장은 본인 주식 234만 4,146주, 20.84% 전량을 에버솔루션(11.95%)과 텔로미어(8.89%)에 양도하기로 계약했다. 총액 250억원 규모다.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는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SPC)다. 에버솔루션은 지난 2017년 8월 변경등기(구 에버케어제약)된 자본금 5,000만원 규모 SPC다. 텔로미어 역시 지난 2017년 9월 자본금 1억원 규모로 만들어졌다.

두 SPC 모두 자기자본이 미미하고 현금창출 사업도 없다. 경남제약 대주주 지분은 차입이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형적인 무자본 M&A 가능성이 보인다"며,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기 전에는 (주식)거래를 재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무자본 M&A'는 자기자본이 아닌 타인자본을 끌어들여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주로 단기간 시세차익을 얻고 빠져나가려는 기업 사냥꾼들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다.

무자본 M&A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에버솔루션은 이번 경남제약 최대주주 지분 양수도 계약을 두고 "무자본 M&A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 이미지=2016년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M&A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보다는 단기간 시세차익을 위해 허위사실 유포,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불공정거래 이후 해당 기업은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되거나 상장폐지돼 일반투자자의 피해가 발생된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이 지난 2012~2015년 적발한 무자본 M&A 후 불공정거래 건수는 24건에 달했다.

에버솔루션은 무자본 M&A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 16일 중도금 70억원을 이희철 전 회장 측에 지급했다. 에버솔루션 관계자는 "인수 의지와 자본 조달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것 역시 에버솔루션 자기자본이 아니고 조달된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당국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당시 중도금은 이희철 전 회장 측이 지정한 제3자 계좌에 에스크로 됐다. 이 계좌는 경남제약 사외이사인 김재훈 씨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랜드마크 계좌로 확인됐다. 김재훈 씨는 지난 1월 경남제약 사외이사로서 회사 이익에 반하는 내용으로 최대주주 주식매매를 대리해 논란을 겪은 인물이다. (참조 : 3/5 [단독][경남제약 수상한 M&A②] 사외이사는 구속된 회장 M&A 대리인?)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가 내세운 경영진 후보도 심각한 흠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지난 12일 에버솔루션·텔로미어 측이 경남제약 등기이사 후보로 올린 사람은 6명(사내 4명, 사외 2명)이었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 후보 4명 중 2명에게서 과거 흠결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남제약 신규 사내이사 후보였던 신 모 씨는 지난 2007년 10월 샤인시스템 대표이사 재직 시절 56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횡령 21억 5,000만원, 배임 35억원 규모였다.

당시 샤인시스템은 신 씨가 대표이사(2006년 7월)에 오른 직후(2007년 3월) 신규사업 목적으로 '자원개발'을 추가하는 등 호재를 양산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샤인시스템은 2007년 126억 5,0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고, 2010년 6월 상장폐지됐다.

또 다른 사내이사 후보였던 구 모 씨의 경우 과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두 곳이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 그가 2006년 7월 이사로 선임됐던 오페스는 2010년 5월 최종 부도처리 됐다. 그가 2015년말~2016년초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을 맡았던 에스아이티글로벌(구 아남정보기술)은 2016년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1년 넘게 주식거래가 정지돼 있다. 구 씨 측은 두 회사 모두 자신이 회사를 떠난 뒤에 벌어진 일이고 본인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는 이들 두 명을 사내이사 후보에서 제외했다. 에버솔루션 관계자는 "이사 후보들 개개인의 과거 이력까지 세세히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오해를 받을 만한 경영진은 넣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경남제약 예비 대주주와 이사 후보들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거래정지를 풀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남제약 회사 자체는 꾸준히 이익을 내는 등 계속기업으로서 문제 없어 보이지만, 새로운 대주주와 경영진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남제약은 지난 26일 나머지 이사 후보 4명 선임안도 모두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경남제약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결정과 관련해 조속한 대응의 일환으로 긴급이사회를 갖고 오는 30일 예정된 정기추총 안건 일부를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예비 대주주인 에버솔루션·텔로미어 의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 전량(20.84%)에 대한 양수도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수자 측의 경영진 선임안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돼야만 지분 양수도가 완료되는 것으로 계약됐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일 국세청이 이희철 전 회장 주식 234만여주 전량에 압류를 걸어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가 주식을 제대로 양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ㅣ정희영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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