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여전한 대륙의 미세먼지…갈 길 먼 '맑은 하늘'

박경민 기자

5월 29일 상해 외곽지역의 모습. 전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개인 날씨지만 희뿌연 미세먼지는 여전했다. 대규모로 조성된 숲이 무색할만큼 대기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난 5월 27일,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전시회인 상하이 SNEC 2018 참관을 위해 상하이에 도착했다. 푸동 공항에 내려 밖으로 나서자마자 답답한 기운이 밀려들어왔다.

뿌연 하늘로 가시거리가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습기가 차 눅눅한 공기 때문에 숨을 쉬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중국 본토의 미세먼지를 극복하고 오겠다며 호기를 부린 것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마스크를 챙겨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심 편서풍의 영향이 줄어드는 5월말 경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중국 동쪽의 상하이도 미세먼지에서 조금은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요즘 한국도 공기가 안좋아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요? 중국 상하이도 공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베이징보다는 낫고, 어제 비가 와서 이 정도면 양호한 스모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가이드는 이 정도면 양호한 날씨라며 현재 대기상태를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했다. 비가 온 직후였지만 미세먼지는 여전했다. 오히려 습도가 높아지며 미세먼지를 머금은 듯 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심각한 곳은 공업지구가 모여있는 베이징 일대나 허베이성, 산둥성 등이 꼽힌다. 상하이는 그보다 동쪽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이들 지역 보다는 대기 질이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서풍이 불면 해당 지역의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나타나는 미세먼지의 직격탄을 맞는 우리나라와 달리 상하이 지역은 위치상 상대적으로 그런 위험에선 자유로워 보였다.

상하이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어요. 오늘처럼 비가 온 뒤 날씨가 개서 해를 볼 수 있는 건 행운입니다."
가이드는 상하이 사람들은 해가 보이면 맑은날, 해가 보이지 않으면 흐린 날로 여긴다고 설명을 이어갔는데, 내게는 상하이 사람들이 상하이 대기 상황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실제로 마스크를 쓴 중국인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공항에서도, 2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세계 최대 규모 태양광 전시회 상하이 SNE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를 한 사람은 외국인, 마스크를 안한 사람은 중국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고, 습도가 높아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날씨가 잦은 것도 한 몫을 하는 듯 보였고, 베이징 등 대기오염이 극심한 지역보다는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상하이 SNEC 전시장 입구. 대기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마스크를 쓴 중국인은 거의 없었다. 중국은 대기오염 극복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상하이 SNEC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전문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대기오염이 역설적으로 중국을 글로벌 유수의 태양광 기업들의 기술 각축장으로 만든 셈이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이런 대기상황은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 된 것도 결국은 ‘스모그 지옥’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 때문이니까요."

상하이 SNEC 전시회에 참가한 한 태양광 기업 대표는 중국이 극심한 대기오염 극복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추진하면서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매우 빠르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자국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한 국가적 움직임 덕분이다.

태양광발전만 놓고 보면 중국은 지난해에만 53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신규 건설했다.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짓기로 한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용량이 48.7GW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태양광 설비가 보급된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탄화력발전 설비를 운영중인 중국은 미세먼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소 중심의 전력공급체계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사진은 자료사진)

하지만 여전히 중국에는 약 936GW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중이다. 상하이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한참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볼 수 있었다. 상하이에서도 여전히 약 14GW 수준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전기가 생산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신설 속도에 비해 전력계통망 확충 속도가 느리고,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확대되며 전력공급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20%가 넘는 중국 내 태양광, 풍력발전소는 계통망에 연결되지 않아 생산된 전기가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태양광·풍력발전소에서 버려지는 전기 비율을 5% 이내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상하이에서는 곳곳에 대규모로 조성돼 있는 이른바 '도시숲'도 눈에 띄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도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도시숲 역시 ‘스모그 지옥’으로 불릴 정도로 심각했던 미세먼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보인다.

숲은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정화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의 숲은 미세먼지 46㎏을 포함한 대기오염 168㎏을 줄인다. 산술적으로 숲이 대기 중 초미세먼지를 평균 40.9%, 미세먼지는 25.6% 저감 가능하다.

뿌연 도시에 조성된 녹지가 그만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데, 미세먼지 흡수가 실시간으로 즉각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효과를 체감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상하이 곳곳에 공원과 나무 등 녹지가 조성돼 있지만 단기적인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에서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큰 국제행사가 있을 때입니다. 차량운행을 제한하고, 공장도 모두 쉬게 합니다. 그러면 행사 당일에는 거짓말처럼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자조섞인 중국 가이드의 말이었지만 자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통제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괜히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3년부터 강력한 미세먼지 저감책을 실시해 4년만에 주요 74개 도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강제 차량 2부제, 발전소 가동 중단, 등 엄격한 제도를 통해 이뤄낸 성과다. 오토바이는 모두 전기로 움직인다. 전 세계 전기 오토바이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할 것 없이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늘에는 국경이 없는 것처럼, 미세먼지에도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경민 기자 (pkm@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