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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고속성장' 보험대리점의 민낯

최보윤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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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경제금융부 최보윤기잡니다.

(VCR)
톱스타 하정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TV광고, 얼핏 보험회사 광고 같죠?

여러 보험회사에 흩어져 있는 나의 보험 계약 정보를 한 데 모아 관리할 수 있음을 강조한 한 보험대리점 광고입니다.

거꾸로 개별 보험사들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 '계획적인 보험 관리'가 어려움을 꼬집으며 대리점의 장점을 극대화시킨거죠.

여러 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대리점, 이른바 'GA'가 말그대로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회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다면 반길 일이지만, 어쩐 일인지 GA의 성장과 함께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보험 시장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 GA의 실체를 파헤쳐봤습니다.


(앵커) 설명 주신대로 GA가 빠르게 성장했는데, 아직 GA가 낯선 분들을 위해 설명부터 해주시죠?

(기자) 보통 보험 가입 어떻게 하시나요? 요즘 인터넷이나 TV홈쇼핑 등을 통해 직접 가입하는 분들도 적지 않지만 아직까지 보험은 '설계사'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대다숩니다.

그래서 설계사가 많은 보험사일 수록 영업 시장에서 '파워'가 있죠.

그런데 요즘은 보험설계사들이 '삼성'이나 '한화' 이런 대형 보험회사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보험대리점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볼까요?

'지에이(GA)코리아'라고 GA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삽니다. 현재 소속 설계사가 1만 4000여명으로, 삼성생명보다 적지만 한화생명ㆍ교보생명과 거의 맞먹는 규모입니다.

대규모 조직이 갖춰지면서 실적도 수직 상승해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 5300억원에 46억원의 순익을 남겼습니다.

보통 소속 설계사가 500명을 넘어서면 '대형 보험대리점'으로 분류되거든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법인 보험대리점은 모두 4,500여곳인데 이 가운데 55곳이 설계사 500인 이상 대형 대리점으로 성장했습니다. 대형 대리점이 국내 보험사 수를 훌쩍 넘어선 건데요. 개인으로 등록된 1인 대리점도 2만7천곳에 달합니다.

줄지어 문을 연 대리점들이 설계사들을 적극 영입하면서 급기야 보험사보다 보험대리점의 설계사 규모가 훨씬 커졌습니다.

그만큼 보험대리점의 영업력이 막강해지고, 보험 영업시장의 주도권이 보험사에서 보험대리점으로 넘어갔다는 뜻입니다.

실제 지난해 모집된 78조원 규모의 보험료 가운데 절반은 대리점으로부터 성사됐습니다.

보험대리점, 어떻게 이렇게 많아지고 고속성장이 가능했을까요? GA 1세대를 연 한 대리점 대표 이야기 들어보시죠.

[전 영 / 보험대리점 유퍼스트 대표 : "여러 회사 상품 중 가장 적합한 것 추천할 수 있는 것이 대리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 법인들이 규모의 경제를 위해 물밑에서 M&A작없을 많이 하고 있고..."]

(앵커) 설계사 수 규모나 영업력이 웬만한 보험사들과 맞먹는 수준이네요?

(기자) 네, 인터뷰 보신 것 처럼 대리점들은 서로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보험대리점들의 M&A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고, (GA코리아, KGA에셋, 피플라이프 등) 사업을 다각화해 증시 상장(IPO)을 추진하는 곳도 있습니다. (에이플러스에셋 등)

또 삼성과 한화, 미래에셋, DB손보 등 대형 보험사들은 자체 대리점을 설립하고 있고, 아예 보험대리점에 투자하는 보험사도 있습니다. (현대라이프생명)

(앵커) 아무래도 삼성생명 것만 파는 것보다는 삼성 것도 팔고, 한화 것도 팔고, 교보 것도 팔 수 있다면 영업력이 우세할 수 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그래서 요즘은 보험회사가 아닌 대신 판매를 해주는 보험대리점이 '갑'이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보험회사들은 대리점에 우리 회사 것 더 팔아 달라고 높은 판매 수수료를 제시하고, 지점 임대료 등 각종 대리점 운영비까지 공공연히 지원하며 읍소하고 있는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기사]
보험회사들이 보험대리점에 제안하는 판매 정책입니다.

가령 월 보험료 10만원 짜리 상품을 팔면 100만원의 수당과 선물을 주겠다는 식의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보험사들은 대리점의 힘이 커진 만큼 자사 상품을 더 팔기 위한 출혈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대리점들은 수당이 높은 상품 판매에 주력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불완전판매' 문제도 들끓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28%.

한 보험사 상품만 파는 전속설계사들보다 1.5배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글로벌금융판매(0.405%)'와 '프라임에셋(0.355%)', '인카금융서비스(0.405%)' 등 대형 대리점들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1차적으로 보험사들이 배상하고 있는데다, 판매 수당 경쟁이 가열되면서 보험사들의 불만도 상당합니다.

[ 이은혁 / 손해보험협회 부장 : 대리점들이 '철새' 설계사나 '먹튀' 설계사를 걸러내거나 완전판매를 위해 모집종사자들을 교육시키는데 힘쓰기 보다는 무리한 스카웃으로 외형확대를 하고 수수료 수익 늘리는데 열을 올리다보니 다른 판매 채널보다 불완전판매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다지만 부당영업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 1위 지에이(GA)코리아는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1억원에 가까운 과태료 처분을 받았습니다.

소속 설계사가 아닌 사람에게 보험 모집을 받은 뒤 수수료를 부당 지급 하고, 보험계약자의 자필 서명을 받지 않거나 보험계약자들에게 과도한 금품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위법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다른 대리점들도 마찬가집니다.

금감원은 앞으로 대리점들의 영업 행위에 대해 상시감시 시스템을 가동하고 필요시 검사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 조정석 / 금융감독원 팀장 : 불완전판매에 대한 계량적 평가를 통해 검사에 활용하는 한편 대리점업계에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자율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앵커) 여러 회사 상품을 추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역효과도 만만치 않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문제는 GA 실적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보험회사들이 출혈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 경쟁적으로 GA에 내주는 판매 수수료 등 이른바 '시책'을 높였고 이는 곧 무리한 사업비 지출로 이어졌습니다.

실제 최근 보험사들의 순이익이 크게 줄었는데, 신계약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사업비 지출이 과했던 영향이 컸습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이 어떻게 할까요? 결국 손실 보전을 위해 암암리에 보험료를 인상할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는데요.

때문에 금감원도 칼을 빼들고 대형 보험사들을 상대로 사업비 지출 등을 꼼꼼히 감시하고 있는데 조만간 그 실태가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대리점에 의존해 출혈 경쟁을 일으킨 보험사들도 문젠거 같은데, 대리점의 불공정 영업 행위에 대한 제재도 약한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런 지적들이 많습니다.

현재 대리점은 불완전판매 사실이 적발되도 건당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또 소비자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1차로 보험사에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판매 책임에서 자유로운 부분이 있는데요.

최근 보험사들의 요구로 배상책임 부담을 대리점에 줄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마련이 추진 중이지만, 대리점업계는 그러려면 대리점을 '보험 판매 전문점'으로 격상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강길만 / 보험대리점협회장 : 완전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죠. 제조는 제조사(보험사)가 하고 판매는 전문으로 해서, 소비자가 필요한 상품이 있다하면 대리점이 요구해서 보험사에서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보험대리점들이 퇴직 공직자나 변호사, 회계사 등을 대거 채용하며 규제를 방어하는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 인터뷰로 만나 본 강길만 보험대리점협회장도 금감원 출신이고요. 많은 대형 GA들이 금융당국 출신자를 감사나 준법감시인으로 선호하며 당국과 유착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가뜩이나 보험업황이 좋지 않은데 보험사들의 출혈경쟁이 이어지면 보험료 인상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들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네요. 덩치가 커진 만큼 더 이상 보험대리점을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해선 안될텐데요. 앞으로 추이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최 기자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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