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안갯속 지뢰밭' 제약·바이오주

이대호 기자



"도대체 어디냐"
"언제 발표되는 거냐"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메뉴다. 안갯속 지뢰밭을 걷는 형국이다.

'개발비 자산화 논란'. 즉, 제약·바이오 업종 회계처리 적정성 점검 이슈가 불거진지 약 7개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어디를 피해야 할지 알 수도 없다.

2017년 그렇게도 잘 나가던 제약·바이오주. 조짐이 달라진 건 연말부터였다. 개발비 회계처리가 적정했는지 감독당국이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직후다.

이후에도 투자심리가 풀릴만 하면 주기적으로 한번씩 투심을 급속냉각시키고 있다. 알면서도 놀라는 공포영화같다.

#. 2017년 12월 17일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낮거나 사실상 중단상태에 있는 등 손상징후가 나타났음에도 이를 적시에 손상처리하지 않는 등 회계처리 오류 가능성이 높아 점검 필요"
- 금융감독원 '2018년도 테마감리분야 사전 예고'

#. 2018년 1월 28일
"개발비에 대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회계처리하는 등 재무정보를 왜곡시킨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결산 및 감사시 유의사항, 주석공시 모범사례 등을 안내하고 이를 분석·점검하여 테마감리를 실시할 예정"
- 금감원 '개발비 회계처리의 적정성 점검 추진'

#. 2018년 4월 12일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고 기업의 본질가치와 연계된 분식유형 증가. 손상차손, 개발비 인식·평가, 진행기준 적용, 연결 범위 등"
- 금감원 '2018년 회계감리업무 운영계획 마련'

#. 2018년 7월 12일
"증권선물위원회는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하여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하여 담당임원 해임권고, 감사인지정 및 검찰고발 등의 조치를 의결하였음"
- 금융위원회 '사업보고서 등에 대한 조사·감리결과 조치'

최근에는 미확인 추측성 글들도 확산되고 있다.

금감원 테마감리를 받고 있는 바이오기업이 '10곳이 아닌 15곳에 달한다'든가, 감리 결과가 '10~11월이 아닌 8월에 나올수도 있다더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다'라는 등의 이야기다.

특정 기업이 '얼마를 (비용으로)털어내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돌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자문사와 연기금이 미리 바이오섹터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개발비 자산화 비중에 따라 '위험군'이라는 기업 리스트가 만들어진 지도 오래다.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개발비를 전액 비용 처리하고 있는 바이오주까지도 동반 급락하고 있다. 신라젠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13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최근 4만 6,000원대까지 떨어져 3분의 1토막났다.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요건(좌)과 주요 바이오기업의 개발비 자산화 비중(우) / 자료=현대차투자증권


연구개발비를 80% 이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형 제약사(한미약품, 녹십자,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주가 조차도 이달들어 급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이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 제약·바이오업종은 '표식 없는 지뢰밭'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다는 것도 불확실성이다.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이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할 시간을 주기 위해 해가 넘어가기 전 감리 결과를 내놓겠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발표 시기는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각 기업, 회계법인 상황에 따라 다툼의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주가 전망도 엇갈린다.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과 비교해 국내 제약·바이오주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았고, 지금도 그렇다"며, "밸류에이션이 안되는 종목들은 투자심리를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없는 신약기업이 개발비 비용처리를 늘리게 되면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추가 자본조달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면서 시장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기대감도 나온다. 테마감리 이후 회계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이라는 것.

몇몇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불확실성 해소와 회계 신뢰도 상승은 긍정적"이라거나, "연구개발비 회계기준을 활용한 것일뿐, 불법은 아니다"라며 "좋은 매수 타이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보고서가 나온 것이 지난 3월, 4월이다. 오히려 그 이후 제약·바이오주 급락이 본격화됐다.

주식투자 참 어렵다는 것. 특히나 아직 실적이 없는 바이오주 투자가 더욱 위험하다는 것. 새삼 느낀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