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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 BMW화재…디젤 종말의 신호탄인가?

권순우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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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화재 사고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던 BMW가 안전진단을 마치고 리콜에 들어갔습니다.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조차 화재가 발생해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오늘 특이한 기자들에게서는 BMW 화재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BMW 화재는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친환경차 시대가 찾아오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BMW 화재의 원인을 기계적 결함 차원을 넘어 더 큰 환경 규제 패러다임 차원에서 분석해 보면 어떤 모습일지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앵커> 거의 날마다 발생했던 BMW 화재가 이제 조금 잠잠해진 분위기입니다. BMW 화재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은 데요. 오늘은 좀 더 큰 틀에서 BMW 화재 사건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일단 BMW 차량에서 이제 추가적인 사고는 안날까요?

기자> BMW는 거의 모든 차량에 대한 안전진단을 마치고 리콜에 들어갔습니다. 안전진단은 당장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라, 안전진단에 통과한 차량도 반드시 리콜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10만대가 넘는 차량의 부품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부품을 조달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험이 높은 차량부터 부품 교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BMW는 올해 안에 모든 차량에 대한 리콜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안전진단을 통과한 차량에서 조차 화재가 발생해 BMW 차주들의 불안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발생한 BMW 차량 화재사건 42건 중 12건은 안전진단을 받았거나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BMW가 밝힌 배기가스재순환장치 EGR 결함 외 확인되지 않은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EGR 결함외에 다른 문제가 있는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기술적인 부분이 있어 다소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BMW 화재의 원인을 간략히 설명해주시지요.

기자> BMW가 밝힌 화재의 원인은 배기가스재순화장치, EGR 때문입니다.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는 미세먼지인 질소산화물이 나옵니다. 질소산화물이라는 것은 질소와 산소가 결합된 물질로 질소의 N과 산소의 O가 합쳐진 NOx, 녹스라고도 합니다.

질소는 매우 안정적인 기체라 산소와 잘 결합을 하지 않는데,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결합이 됩니다. 자동차 엔진은 온도가 높다보니 질소와 산소가 결합해 질소산화물이 나오는 겁니다.

EGR은 배기가스를 한번 더 연소시키는 방식으로 온도를 낮추는 장치입니다. 한번 연소가 된 배기가스는 산소 함량이 적습니다. EGR은 배기가스를 다시 엔진으로 보내 산소가 적은 기체를 태우기 때문에 폭발이 약해지고, 온도도 덜 올라가게 됩니다. 질소산화물은 덜 나오겠지만 그만큼 엔진 출력은 감소하게 됩니다.

유로6 등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환경 규제를 충족하면서 엔진 출력은 너무 감소하지 않게 하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게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겁니다.

BMW는 EGR을 가혹하게 활용해 환경 규제를 맞췄습니다. 그러다 보니 EGR에 결함이 생겼고 결국 화재 사건으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BMW가 EGR을 가혹하게 활용을 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지요.

기자>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EGR만 있는게 아닙니다. 매연여과장치(DPF), 촉매정화장치(SCR) 등이 있습니다. 먼저 매연여과장치는 배기가스 성분 중에 그을음을 필터로 모은 후 일정한 조건에서 태워 버리는 장치입니다. 미세 입자 물질을 80%까지 걸러내는 장치입니다.

촉매정화장치, SCR은 촉매를 이용해 질소산화물을 다시 질소와 물로 변환해 배기가스를 저감하는 장치입니다. 촉매는 요소수가 쓰입니다. 뒤에 설명을 드릴 텐데,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SCR을 조작해서 ‘제 2의 디젤게이트’를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EGR도 고압, 저압 EGR이 있습니다. 고압EGR은 엔진에서 나온 고압의 배기가스를 곧장 엔진으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동선이 짧고 단순합니다. 저압EGR은 다른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거친 공기를 엔진으로 보냅니다. 장단점이 있어 조합을 해서 쓰곤 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4기통 엔진은 고압EGR만 탑재돼 있습니다. 문제가 안된 3기통, 6기통 엔진은 고저압 EGR을 다 씁니다. 연소 직후의 배기가스는 온도와 압력이 높습니다. EGR은 배기가스를 냉각시켜 엔진으로 보내는데, 고압 EGR이 재순환을 모두 감당하다보니 냉각장치에 문제가 생겼고 고온의 배기가스가 EGR에 쌓인 침전물 등을 태우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BMW측은 밝혔습니다.

앵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환경 규제를 맞추면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왜 BMW에서만 불이 난 겁니까?

기자> EGR은 산소가 부족한 공기를 주입해 엔진의 폭발력을 낮추는 장치입니다. 출력과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환경을 맞추면서 연비는 높이는 것이 자동차 회사의 과제입니다.

BMW는 구조가 단순한 고속EGR을 활용해 연비가 낮아지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자신을 했던 것 같은데, 결국 화재 사고가 났습니다.

다른 브랜드가 어떻게 환경 규제를 맞췄는지를 살펴보면, 가장 대표적으로는 폭스바겐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조작으로 환경 규제를 맞춘 척만 한 거지요.

폭스바겐은 환경 인증 시험을 받는 실험실에서만 배기가스 저감 장치가 작동하도록 조작했습니다. 배기가스 저감과 출력 하락, 연비 저하는 같은 말입니다.

배기가스 저감 장치가 실제 도로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배기가스는 많이 나오고 운전자들은 높은 연비와 출력을 얻게 됩니다. 이 사건이 전 세계 1천만대가 넘는 차량이 리콜을 했던 ‘디젤 게이트’입니다.

폭스바겐이 실험실에서만 배기가스가 덜 나오게 조작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른 회사들도 조작을 한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조사도 진행이 됐습니다.

2016년 환경부는 국내 판매된 경유차 20종을 대상으로 폭스바겐처럼 연비를 조작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실험실에서 시험을 할 때와 실제 도로에서 시험을 할 때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시험해 본 겁니다.

그랬더니 닛산 캐시카이가 불법 조작을 한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실제 도로에서 주행을 해보니 실험실에서 시험을 한 것보다 20배가 넘는 질소산화물이 나왔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조작을 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르노삼성 QM3는 실제 도로 주행을 해보니 17배나 많은 질소산화물이 나왔습니다. QM3는 환경 규제가 강하다는 유럽에서 생산되는 차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배기가스와 연비, 출력은 비례합니다. 왜 실제 도로에서 질소산화물이 더 많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르노삼성도 환경 규제를 실질적으로 맞추고 있지 못했던 겁니다.

나머지 17개 차종도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질소산화물이 나왔습니다.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환경 규제를 맞추지 못하고 있던 겁니다.

20개 차종 중에 유일하게 실험실보다 더 적게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차가 있었는데 바로 최근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BMW 520d입니다.

자동차회사의 고민은 환경 규제를 맞추면서 출력도 유지하는 겁니다. 19개 자동차 회사는 환경 규제를 실제로는 안 맞추는 방식으로 출력을 유지했는데 BMW만 유일하게 환경 규제를 맞추면서 출력을 유지하는 기술을 선보인 겁니다.

하지만 고압EGR만 쓰다보니 무리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실제 도로 주행에서의 환경 인증 시험에 탈락한 회사들은 BMW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BMW는 고압 EGR만으로도 배기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것이 기술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엔지니어들은 감지했었다”며 “탈락한 회사들의 변명처럼 인식돼 부각되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20개 차종 중 1종은 조작, 17종은 조작은 아니지만 환경 인증 탈락, 1종은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와 BMW 화재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 아닙니다. 유로6 환경 규제를 맞추기 자동차 회사들이 선택한 방법의 차이일뿐입니다.

앵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환경 규제를 맞추고 있습니까?

기자> 환경 규제를 맞추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충분히 맞출 수 있습니다. 출력, 연비가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면 됩니다.

하지만 출력, 연비가 떨어지는 차를 소비자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과제를 두고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줄 알았는데 모든 자동차 회사가 환경이라는 토끼를 놓아 버렸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요소수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업체는 폭스바겐뿐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5곳입니다.

화학적으로 질소산화물을 변환 시키는 장치 선택적환원촉매, SCR과 요소수 조작은 관련이 있습니다.

SCR은 질소산화물에 요소수를 분사해 물과 질소로 다시 변환하는 장치입니다. 최근 나온 디젤 자동차 중에는 연료 주입구 옆에 요소수 주입구가 있는 자동차들이 있습니다.

주유 5만원쯤 하면 1,500원 정도는 요소수를 넣어야 합니다. 화학적으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때문에 질소산화물이 90% 저감이 됩니다. 개선 효과가 매우 뛰어납니다.

문제는 SCR을 설치하면 차값이 비싸지고, 사람들이 요소수를 매번 주입하는 것을 매우 귀찮아 한다는 겁니다. 주입 횟수를 줄이려면 요소수를 한번에 많이 주입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많이 주입을 하려면 요소수 탱크가 커야하고, 자동차 실내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 요소수 무게 때문에 연비도 안좋아집니다.

독일 검찰은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CEO를 체포했습니다. 슈타들러 회장은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증거은닉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 검찰은 슈타들러 회장을 체포하고 아우디와 포르쉐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아우디가 환경 인증이 이뤄지는 실험실에서는 요소수를 충분히 분사하고, 실제 도로에서는 요소수가 적게 분사가 되도록 스포트웨어를 조작했다는 것이 독일 검찰의 판단입니다.

요소수를 적게 분사하면 굳이 요소수를 많이 채워 다닐 필요가 없어 자동차 적재 공간 확보, 연비에 유리합니다.

독일 검찰은 또 5개 자동차 회사들이 2009년부터 요소수 탱크를 작게 만들기로 담합을 했다는 의혹을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35리터 크기의 요소수 탱크를 8리터로 제작하기로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요소수 탱크가 35리터인 차량은 최대 3만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8리터인 차량은 6천km까지만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요소수 탱크가 작으면 더 자주 채워줘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소수를 적게 쓰려면 분사를 적게 하는 임의설정, 배기가스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이후 8리터 요소수 탱크가 장착된 디젤 차량 11만여대를 판매됐기 때문에 환경부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디젤 엔진은 유로6 환경 규제를 맞출 수 없는 건가요? 왜 조작까지 하는 거지요?

기자> 기존에 있는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유로6 환경 규제를 맞출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경쟁력입니다. 디젤 엔진에 EGR, DPF, SCR을 줄줄이 달면 아무래도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디젤엔진이 비싼데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많이 달면 굳이 디젤을 선택할 소비자가 줄어들 것입니다.

석탄 시대가 저물고 석유의 시대가 온 것은 석탄이 고갈돼서가 아니라 석유가 더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디젤의 경쟁력이 떨어질수록 부각되는 것은 친환경차입니다. 현재 하이브리드, 배터리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내연 기관 자동차에 비해 비쌉니다.

특히 배터리전기차, 수소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내연 기관 자동차와 경쟁을 하기가 힘든 수준입니다. 하지만 친환경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에 비해서는 가격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투싼 수소전기차가 2013년에 나왔을 때 1억 5천만원이었습니다. 올해 출시된 수소전기차 넥쏘의 경우 보조금을 제외하면 7200만원 정도 되고, 보조금을 포함하면 4천만원 안쪽에서 살 수 있습니다. 성능은 훨씬 뛰어난데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온 겁니다.

친환경차가 기술의 진보로 가격이 낮아지고, 내연기관 자동차가 규제 때문에 비용이 높아지면서 내연 기관 자동차를 선택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앵커> 아직까지 전기차는 충전시간이 길고 주행거리가 짧습니다. 수소전기차는 충전소가 거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친환경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넘어서는 날이 올까요?


기자> 최근 벌어지고 있는 BMW 화재 사건은 나중에 친환경차 시대가 왔을 때 돌아보면 디젤의 종말을 알리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돼 있을 것 같습니다.

각국 정부는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노르웨이는 2025년 아예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 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르웨이는 같은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친환경차가 더 쌉니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폭스바겐 골프 가솔린은 3만유로, 전기차는 2만 8,500유로입니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가솔린이 2만유로, 전기차는 4만 1,200유로입니다. 세금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격을 역전 시킨 겁니다.

또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줍니다. 우선 버스전용차로를 전기차는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공영주차장,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친환경차의 경쟁력을 보완해 줌으로써 내연기관의 시대가 자연스럽게 저물수 있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BMW 화재는 친환경차 시대를 열기 위한 내연 기관에 대한 규제와 내연기관의 운명을 연장하려는 자동차 회사의 전략이 혼재된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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