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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혁신 말하는 크립토, '그들만의 리그' 우려된다

조은아 기자



최근 가상화폐를 보관하는 하드웨어 월렛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연이어 해킹을 당하면서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하드웨어 월렛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형태도 다양하다. USB 형태부터 지갑에 넣어다니는 신용카드처럼 생긴 월렛도 있다. 신용카드처럼 생긴 가상화폐 하드웨어 월렛의 경우 가상화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얼핏 보면 OTP같은 모양새다. 지문센서를 적용해 보안성을 강화한 하드웨어 월렛도 나왔다.

이처럼 USB형태나 실물카드 형태의 하드웨어 월렛은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이용자 편의를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운다.

하지만, 이러한 하드웨어 월렛이 혁신 기술로 불리우는 블록체인과 크립토 시장에 어울리는 형태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하드웨어 월렛을 쓰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드웨어 월렛은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 PC나 스마트폰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 복구용 단어를 메모할 것을 요구한다. 가상화폐를 전송하려면 월렛 사이트에 접속해 직접 주소를 입력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 제대로 거래를 하려면 가상화폐 거래소를 거칠 수밖에 없다.

정작 신용카드를 비롯한 지급결제 시장은 보다 더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는데, 크립토 시장은 기존의 시스템에 기대는 모습이다. 혁신을 말하는 블록체인과 크립토 세계가 오히려 뒤쳐진 느낌이다.

하드웨어 월렛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을 혁신하겠다며 디앱(Dapp)과 각종 유틸리티 토큰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어떤 프로젝트도 이용자를 사로잡지 못했다. 하반기부터는 아이디어 형태로만 존재했던 디앱 프로젝트의 성과를 입증해야할테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보인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대부분 디앱의 구조를 살펴보면, 이용자 확보를 통해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서비스를 대신해서 디앱을 이용할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무엇보다도 대부분 디앱은 가상화폐라는 보상을 내세우지만, 보상을 얻기까지의 길이 험난하다. OO코인이라는 보상을 얻더라도 그걸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코인이 상장되어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가입해서 계좌를 트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바꿔야만 하는 허들을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팀잇'도 글을 쓰고 보팅을 받으면 코인을 주는 형태로 주목받고 있지만, 코인을 현금화하려면 결국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할 수밖에 없다. 콘텐츠 생산자와 보팅에 참여하는 이용자를 모두 끌어들여야 하지만 '보팅' 하나를 누르기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하기란 쉽지 않다. 콘텐츠나 SNS를 블록체인과 연계하려는 프로젝트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블록체인과 크립토 시장은 '분산화'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운다. 중앙이 독점하고 있던 권력을 모두에게 나눠주고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구축하겠다는 이상을 말한다. 하지만, 크립토 세상은 일반인 눈에서는 번거롭고 복잡해 보여서 발을 들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심지어 각종 스캠(사기) 까지 활개를 치면서 접근을 망설이게 한다.

블록체인 업계를 취재하면서 다양한 블록체인과 보상형 시스템을 접목한 프로젝트를 지켜봐왔다. 안타깝게도 이용자에게 어떻게 편리를 줄 지에 대한 가상화폐라는 보상 외에 명쾌한 답을 내놓는 곳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크립토 시장이 제대로 크기 위해서는 기존 가상화폐 투자자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허들을 넘고 참여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그들(크립토업체)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된다. '보상'조차 매력적이지 않는 지금, 이용자들이 허들을 넘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때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조은아 기자 (ech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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