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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꿀' 떨어지는 LH 임대APT 재산보험…혈세 누수 막아야

올해 임대주택 재산보험 손해율 50% 밑돌아…LH, 자체 보험료 검증 시스템 연구중
최보윤 기자

판교신도시내 한 임대아파트 단지

LH는 올해 전국 임대아파트의 재산종합보험(이하 재산보험) 보험료로 153억90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재산보험은 화재나 지진 등 예기치 않은 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임대주택의 재산상 손실과 어린이놀이시설 등 각종 시설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합니다.

보험은 1년마다 보험사 선정 과정을 거쳐 계약되는데 올해는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DB손보, 롯데손보, MG손보, 메리츠화재 등 6개 손보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계약을 따냈습니다.

아직 계약기간이 한 달여 남았으나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LH 임대주택 재산보험의 손해율은 50%를 밑돌 것으로 추산됩니다.

LH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된 보험금이 절반에 못 미친다는 뜻입니다.

◆보험사들 LH 임대주택 재산보험 군침…내년 입찰 경쟁도 치열
반대로 말하면 보험사들이 그만큼 수익을 많이 남겼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보험사들이 해마다 LH 임대주택 재산보험 수주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내년도 LH 임대주택 재산보험을 따내기 위한 보험사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LH는 내일(5일)부터 내년도 재산보험 입찰서를 접수하고 오는 7일 낙찰 보험사를 발표합니다.

대부분 보험사들이 서류 접수 준비를 마치는 등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내년에는 보험사들의 수주액이 줄어듭니다. LH가 예상 보험료를 142억원으로 줄이고, 이마저도 두개로 쪼갰기 때문입니다.

LH는 내년부터 임대주택을 국민임대주택과 영구·매입임대 등 두 개 유형으로 나눠 재산보험에 가입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모두 46만여가구로 예상 보험료 76억원, 두 번째 유형은 모두 43만여가구로 예상 보험료 66억원에 각각 설계됐습니다.

통상 LH의 예상보험료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금액을 써내야 낙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의 수주액은 올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올해 재산보험 입찰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이 일었던 탓입니다.

◆ '담합 의혹'에 내년부터 2개로 쪼개 가입키로
지난해 LH가 공고한 '2018년 임대주택 재산보험' 입찰 공고를 보면 LH의 설계액(LH 희망 보험료)은 165억5000만원이었습니다. 2017년의 설계액이 72억원이었는데 한 해만에 두 배이상 뛴 겁니다.

게다가 6개 보험사의 최종 낙찰액(LH가 부담할 보험료)은 153억9000만원으로 LH 설계액의 93%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낙찰액이 35억9000만원(낙찰가율 49.9%)이었던 걸 감안하면 낙찰액은 4.3배, 낙찰가율은 두 배나 높아진 겁니다.

보험업계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LH 재산보험은 소규모 보험대리점업을 하고 있는 브로커 A씨가 사실상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고 말했습니다.

LH에 재산보험 설계액을 제시한 것이 A씨이며 6개 보험사들의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도 A씨라는 설명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험료 담합이나 불법 리베이트가 오갔을 수 있다는 의혹이 확산됐고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들었습니다.

우선 국토부는 LH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LH가 재산보험의 보험료 산출의 적정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며 담당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LH가 보험료 설계액을 보험사들로부터 받고 있는데, 이를 자체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반영했다는 이유에섭니다.

보험사들의 보험료 담합 여부나 불법 리베이트 정황을 조사한 공정위와 금감원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보험사들이 본인들도 자체적으로 보험료를 산출할 능력이 없다고 항변하기 때문입니다.

◆ "보험사들, 담합가능 구조아냐"…LH 자체 검증 강화해야
실제 LH 임대주택 재산보험 같이 덩치가 큰 보험은 보험사들도 위험 분산을 위해 다른 보험사에 대부분 넘깁니다.

자칫 대형 사고라도 나면 지급 보험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어 보험사들이 서로 위험을 분산하는 겁니다.

가령 KB손보가 100억원 규모의 LH 재산보험을 수주했다면 이 가운데 70~90%는 다시 다른 보험사의 보험에 가입합니다. 이렇게 보험사 간 보험계약을 재보험이라고 하는데, 덩치가 큰 보험일수록 재보험, 재재보험, 재재재보험 등으로 이어져 결국 종착지는 해외 보험사가 되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그렇다보니 국내 보험사들은 경험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고, 보험료 산출은 해외 재보험사가 제시하는 기준을 차용해 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LH 담당자들도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이 부분에 있어 억울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들마저 어려운 보험료 산출을 LH가 자체적으로 하거나 검증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어불성설일 수 있어섭니다.

다만 LH는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만큼 책임의 무게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과도한 보험료 누수는 결국 보험사, 더 나아가 해외 재보험사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LH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임대주택 재산보험 입찰을 두개로 나누기로 한 것뿐만 아니라 보험사들도 입찰할 때 최대 두 곳 까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고 말했습니다.

입찰에 도전할 수 있는 국내 손해보험사가 11곳 밖에 되지 않는데 그동안 6곳씩 한 팀을 꾸려 들어오다보니 경쟁이 크지 않았다는 판단에섭니다.

이밖에도 LH는 자체 보험료 검증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 중에 있습니다.

당장 '담합 의혹'을 뿌리 뽑기에 역부족일 수 있겠지만 의혹의 실마리를 찾아 빈틈없이 차단해 나가는 것이 LH의 책임이자 구겨진 체면을 살릴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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