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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숨은 권력' 의결권 자문사들이 마주할 문제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허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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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너일가의 각종 ‘갑질’ 구설수에 올랐던 한진칼의 주가가 지난달 이후 6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뒤 벌어진 일인데요. 외국계 펀드의 전유물이었던 행동주의 투자 전략을 국내 토종 펀드들이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뒤에서 남몰래 웃음을 짓고 있는 기관들도 있습니다. 바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분석해주는 의결권 자문사들입니다. 행동주의 투자는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와 맞닿아 있는 만큼, 의결권 자문사들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의결권 자문사들의 자격 기준 및 규제와 관련된 논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부분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누구나 알고 계실 텐데,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 지 그리고,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어디가 있는지 짚어주시죠.

기자> 일반 투자자 분들에게는 의결권 자문으로 익숙하실 겁니다. 기업의 주주총회는 대부분 무난하게 지나가지만, 가끔 합병이나 사외이사 추천, 대표이사 선임 등 민감한 사안이 있는 경우 기관투자자들도 어떤 선택을 할 지 고민하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바로 의결권 자문사들인데요. 기업의 지배구조와 대내외적 이슈 등을 분석해 최적의 의사를 행사할 수 있게 컨설팅해주는 업무를 합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컨설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의결권 자문사들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대상 기업의 의결권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해 줍니다.

가장 많이 들어봤을 만한 기관은 바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기관이기도 한데요. 지난 2002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부터 허가 받아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로 출발했습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사원기관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고요. 민간 의결권 자문 기관이라기보다는 다소 공적인 느낌이 묻어 있는 기관이라는 평입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의결권 자문기관 중 하나입니다. 대신증권이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이고요. 1976년 대신증권 조사부에서 시작해 1984년 자회사로 독립했습니다. 금융회사가 설립한 의결권 자문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설립 역사가 모건스탠리 계열사인 ISS와 비슷하다는 특징이 있죠.

마지막으로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핫’한 의결권 자문사로 떠오른 기관 중 하나입니다. 이 회사의 류영재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후보까지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금융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신지배구조연구소와 반대로 지분구조가 100% 개인주주로 이뤄져 있습니다.


앵커> 본론으로 들어가보죠. 이들의 영향력이 막강해진다는 건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사에 따라 주가도 크게 반응한다는 건데, 그만큼 투명성과 독립성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관련된 규정은 있는 건가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초점은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그 영향력을 공정하게 행사하는 지’ 여부입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의결권 자문업과 관련된 규제는 공백인 상황입니다. 미국은 의결권 자문사들을 투자자문업자로 분류해놓고 있는 반면, 국내는 컨설팅업에 속해 있어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물론 국내에서 행동주의 투자문화가 본격화된 게 최근의 일인 만큼, 규제 마련이 아직은 이른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죠.


앵커> 그렇다면 의결권 자문사들이 노출될 수 있는 문제 유형,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크게 이해상충 문제 데이터분석의 전문성 추천 방법론의 불투명성으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이해상충 문제일 것 같은데요. 자본시장연구원의 송홍선 박사는 의결권 자문회사가 기관투자자와 기업을 동시에 고객으로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를 가장 문제가 큰 유형으로 꼽았습니다.

쉽게 말해 특정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데, 이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느냐는 거죠. 객관적이지 못한 기업 분석을 토대로 기관투자자들에게 의결권 자문을 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연말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상장기업의 CEO들이 ISS를 찾아 로비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자신의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 컨설팅을 해달라’고 찾아오는 거죠.

그외 특정 기관투자자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의결권 추천을 하는 경우, 그리고 의결권 자문사의 임직원이 특정 기업 이사 등을 겸직하는 경우를 이해상충 문제 유형으로 제시했습니다.


앵커> 국내에서도 이해상충 문제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었다고요?

기자> 올해 초 있었던 일인데,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내는 연 분담금을 1/3 수준으로 축소했습니다.

처음에 말씀 드린 것처럼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사원기관’ 중 하나입니다. 일종의 회원사 개념인데, 매년 연 분담금을 납부하고 있었죠. 이 분담금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운영비로 사용됩니다.

올해 분담금을 줄인 표면적인 이유는 다른 사원기관이 분담금 지출을 늘리면서, 상장사협의회의 분담금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두 기관의 설림목적상 예전부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도 분담금 축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올해도 스튜어드십 코드와 소액주주 권리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두고 두 기관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왔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기관인 반면, 상장회사협의회는 그간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 경영권 간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왔습니다. 일종의 '불편한 동반자' 였던 셈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이해상충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인데, 기업과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는 기관으로부터 운영비를 마련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냐는 게 핵심입니다. 물론 상장회사협의회가 내는 분담금의 절대 금액은 작지만,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하지 않냐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앵커> 최소한의 기준 마련,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할 것 같은데요. 의결권 자문업 규제를 두고도 시각 차이가 있다면서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일정 수준의 기준 또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입시기’와 관련해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는데요.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과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규제 도입에 적극적인 건 서스틴베스트입니다. 서스틴베스트는 지분 구조가 100% 개인주주로 이뤄져 있어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독립성 부문에서는 여타 의결권 자문기관보다 뛰어나다는 일종의 자신감으로 보입니다.

반면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장기적으로 규제 도입에 도입하지만, 지금 당장 규제를 마련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아직 기관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미국 만큼 크지 않은 만큼 행동주의 투자 문화가 좀 더 성숙된 뒤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아무래도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이 '전문성'인데, 의결권 자문업의 전문성이 좀 더 확대되는 시점에 이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겁니다.

즉, 규제 도입을 두고 각 기관별 특성에 따라 시각차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행동주의 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의결권 자문업이 활발한 미국의 경우 지난 2014년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규제안을 담은 'SEC staff Guidance'를 발표해 의결권 자문회사의 공시, 집중감독 등 상시적 모니터링을 강화했고요.

유럽은 정부의 규제 대신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자문모범규준'을 만들어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당국 규제든 시장 자발적인 규제든,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견제 장치가 마련돼 있는 상황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허윤영 기자 (hyy@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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