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기자들] 현대차그룹 정의선 원톱 체제 구축…미래 모빌리티 인사 전면 배치
권순우 기자
기자> 현대차그룹이 오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올해 있었던 대기업집단 인사 중에 가장 획기적인 인사로 보입니다. 아버지 시대의 측근들은 대부분 2선으로 후퇴했고,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변모하기 위해 필요한 인사들이 전면에 배치됐습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변하겠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구상은 어떤 내용일까요? 함께 알아보시지요.
앵커>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수석으로 임명 된 이후 첫 인사인데,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뤘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권순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현대차그룹이 완벽하게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로 세대 교체를 이뤘습니다. 기존 윗 세대의 인사들은 2선으로 후퇴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친환경, 고성능 등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에 경쟁력이 있는 인사들이 전면에 포진됐습니다.
그동안 현대차는 6인의 부회장 체제로 운영이 되어왔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9월에서야 6명의 부회장 중 수석부회장으로 임명이 됐는데요. 수석부회장 선임 후 3개월 만에 이번 인사를 통해 원톱 체제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다른 부회장들이 2선 후퇴, 계열사 이동 등을 하면서 자동차 부문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생산을 담당하는 윤여철 노무총괄 부회장만 남게 됐습니다.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자동차에서 손을 떼게 됐습니다.
연구개발을 담당하던 양웅철, 권문식 부회장 2명은 고문으로 위촉되며 자리를 비웠습니다. 두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현대차를 글로벌 5위 업체로 성장시키는데 공을 세운 인물들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대인 만큼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판단입니다.
전략기획 부문은 부회장, 사장이 모두 자리를 옮겼고 공영운 홍보실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담당하게 됐습니다.
앵커> 6인 체제에서 원톱 체제로 큰 폭의 변화가 있었군요. 주요한 보직을 맡게된 인사들은 누가 있나요?
전진 배치가 된 인사들은 고성능, 친환경, 디자인, 미래자동차 등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에 경쟁력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두 명의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이 비운 자리는 차량성능담당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신임 연구개발 본부장에 임명됐습니다.
외국인 임원이 연구개발 본부장에 임명된 것은 처음입니다. 비어만 사장은 BMW 고성능 브랜드 M을 총괄했고 2015년 현대차에 영입돼 고성능 N 브랜드 등을 만들었습니다.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로봇, 인공지능 등 미래 자동차 핵심 과제를 맡고 있는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미래자동차 시대를 열기 위해 해외 ICT 기업과의 협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전략 투자 부문을 강화한 겁니다.
또 지난 10월 말에 이뤄진 인사와 연계해서 보면 벤틀리 출신으로 제네시스 디자인을 총괄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디자인 최고 책임자에 임명됐습니다.
BMW M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지난해 현대차에 영입된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 본부장에 임명됐습니다. 글로벌 핵심 인재는 고위 임원으로 임명해 미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또 수소전기차 부문은 사업부로 확대재편하고 연료전지개발실장 김세훈 상무를 신임 사업부장에 임명했습니다. 기존에는 연구만 하는 조직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사업을 할 수 있는 부서가 된 겁니다.
인공지능 부문을 전담할 조직인 'AIR Lab'도 만들어졌고 이를 총괄할 전문가 김정희 이사를 영입됐습니다.
앵커> 계열사에서 눈여겨 봐야 할 인사도 있습니까?
기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현대모비스 사장에는 현대케피코 박정국 사장이 임명됐습니다. 현대케피코는 파워트레인, 친환경 차량 전자제어 시스템을 개발 생산하던 회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지배구조 개편에서 현대모비스의 A/S부문을 분리하고 핵심 부품 사업 위주로 재편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정국 사장 선임은 이를 염두에 둔 인사로 보입니다.
현대제철 우유철 부회장은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현대기아차 기획조정실 여수동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다이모스, 파워텍 합병법인 사장으로 발령됐습니다. 또 친환경 차량을 전담하던 이기상 환경기술센터장은 현대엔지비 대표로 내정됐습니다.
앵커> 오늘 인사에 앞서 어제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향후 비전을 제시하는 발표가 있었는데요. 사실 오늘 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려고 했는데 대규모 인사가 나면서 앞서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어제 발표된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비전 2030’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기자> 어제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장 증축 현장에 갔다 와서 오늘 인사를 보니, 현대차그룹이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를 체감이 됩니다.
현대차가 처음 수소전기차를 만든 건 2000년입니다. 그동안 20년 가까이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어제 드디어 수소전기차를 현대차그룹의 핵심 차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현재 3천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는데 이를 2022년까지 14배인 4만대로 늘리고, 2030년까지 50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 발표됐습니다.
현대차가 추산한 2030년 전 세계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200만대입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25%를 현대차가 점유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7조 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120여개 협력업체들도 수소전기차 대량 생산을 위해 함께 뛰어야 하는데요. 현대차는 내년 협력업체에 4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고용효과는 2030년 직접 고용 5만 1천명,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22만명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대부분 배터리 전기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 시대에 전 세계 자동차 회사로는 처음으로 수소전기차를 주력으로 투자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왜 아무도 하지 않는 이런 무모한 투자를 하냐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원래 가장 먼저 가는 사람 주변에는 사람이 없는 법입니다.
앵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을 신사업으로 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건 무슨 내용입니까?
기자> 현대차그룹이 밝힌 2030년 수소전기차 보급 계획은 50만대입니다. 그런데 수소연료전지스스템 보급 계획은 70만대입니다. 시스템이 20만대가 더 많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가 아니라 연료전지 시스템을 직접 공급하는 에너지 솔루션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입니다.
자동차 회사의 최고 경쟁력은 엔진 등 파워트레인입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의 심장인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겠다는 건데요.
인텔 인사이드, 모든 컴퓨터에 인텔 CPU가 들어가는 것처럼 현대차 인사이드, 수소 에너지가 사용되는 곳에는 현대차의 연료전지가 들어가도록 하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계획입니다.
앵커> 수소 연료전지를 어디에 팔겠다는 거지요?
기자> 수소전기차 내부에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이 들어있습니다. 내연기관에 심장은 엔진이라고 한다면 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소전기차의 심장입니다. 연료전지 시스템에 수소를 투입하면 전기가 나옵니다. 그 전기로 구동되는 것이 수소전기차입니다.
연료전지 시스템은 자동차에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화석연료가 사용되는 모든 곳에 연료전지 시스템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맥킨지는 2030년 최대 650만기의 연료전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선박이나 항공 등에도 사용될 수 있고 지게차, 드론에도 이용됩니다. 지금은 도시가스로 구동되는 가정용 보일러가 사용되지만 수소에너지의 시대에는 가정용 연료전지가 가정에서 전기와 열을 공급합니다. 화력, 원자력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도 수소열병합 발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개발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TGV 고속열차를 만들던 알스톰, 중국 철도건설공사, 독일 지멘스는 연료전지 기차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월마트 물류 창고에서는 수소연료전지 지게차가 돌아다니고 있고, 가볍고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하는 드론에도 무거운 배터리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중입니다.
앵커>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의 본격적인 신호를 알리며 체질 개선과 조직 개편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때 핵심은 A/S 부문을 분리하고 핵심 부품 위주로 자동차 회사를 리드해가겠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번 조치 역시 마찬가집니다.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쟁력은 파워트레인과 안정적인 품질, 내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품질과 내구성은 이미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되지 않습니다.
또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공학적인 자동차만으로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핵심 부품들이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고, 모빌리티 솔루션 회사에 맞게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구상입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판매는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로 변화하는데 있어 첫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취지를 주주들과 사회에 널리 알리고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