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 "내 주식 계좌가 녹네요"

"실적 좋으면 뭐하나, 실적으로 가는 장 아닌데..."
이대호 기자



"계좌가 녹아내리네..."

주식계좌 잔액이 녹고 있다. 흰 눈처럼 소복소복 쌓여도 모자랄 판에...

자산 규모가 날로 줄어들고 있는 2018년말 겨울 증시 풍경이다.

요즘 주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계좌가 녹는다", "잔액이 흘러내린다"는 표현이 오간다. 1억원이던 평가 잔고가 9,000만원으로, 8,000만원으로, 7,000만원으로... 한번에 '악'소리 난다기 보다 '어어어'하면서 밀리는 시장이란다.

'계좌가 녹는다'는 표현은 그래서 나온다. 금융위기, 재정위기도 아닌데, 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수십 퍼센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현상을 설명할 말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은 지난 24일 기준 약 1,352조 9,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1,613.5조원)에 비하면 약 260조원이 사라졌다. 연초 1,600조원대를 지키던 코스피 시총은 지난 6월 중순 1,500조원대로, 지난 10월 중순 1,400조원대로, 10월 말 1,300조원대로 떨어졌다. 12월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반등이 없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24일 현재 시가총액은 226조 5,500억원으로 올해 첫 거래일(287.9조원)에 비해 약 61조원 날아갔다. 오히려 지난 1월말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으로 지수가 932포인트까지 올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약 660포인트)는 고점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상황이다.

주가가 비싸서 녹아내리는 것도 아니다.

2019년 컨센서스 기준 SK하이닉스 PER 3.4배, 삼성전자 6.7배라는 가격 메리트(?)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더욱 허망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2019년에도 51조원(영업이익 컨센서스)이나 벌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가총액은 230조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첫 거래일(329조원)에 비해 100조원 가까이 증발됐다. 62조원 가까이 벌다가 51조원밖에(?) 못 벌게 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물론 그게 시장이다. 주가는 6개월~1년(혹은 몇 년)을 앞서가니까...

"더 싼 SK하이닉스는?"이라는 물음엔 "삼전 주가를 봐"라는 말이 답을 대신한다.

중소형주 가운데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도 주가는 흘러내리는 종목이 적지 않다. "이게 정점 아니냐"라는 우려 때문이란다. "그만큼 투자심리가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도 해석한다. 한 투자자는 말한다. "실적이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지금은 실적으로 가는 장이 아닌데"라고.

과거에는 몇 차례 위기 이후 이른바 'V자 반등(소문자 v라도)'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번엔 그렇지도 못하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 상황도 아니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라는 말을 들어본 지도 오래다. 시장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를 기대하지만 아직은 기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오히려 간혹 나오는 반등 때 주식을 산 사람들은 더 많은 손실을 보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테마주만 튀어 오르는 시장이 반복되고 있다. 대북 테마, 대선 테마, 수소차 테마 등 "테마주나 잘 잡아서 단기수익이라도 올리자"는 분위기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당장 기업실적 전망치가 낮아지는 흐름 속에서 낙관론을 제시할 수도 없다. 아직은 뭔가 기대감이 생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누적된 우려가 완화될 때' 무언가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머니투데이방송(MTN)이 증권사 리서치센터 13곳을 대상으로 설문해보니 증시 기대요인으로 20%가 '미국 연준 통화긴축 속도 조절'을, 18%는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16%는 '미중 무역전쟁 휴전'을 꼽았다. 일단 '안개부터 걷혀야 한다'는 분위기로 읽힌다.

2018년 연말, 그렇게 투자심리는 얼어붙었고 계좌는 녹고 있다. 새해에는 투심이 녹고 계좌는 딴딴해지기를 많은 이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