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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매도 리포트' 바라지도 말아야 하는 이유

이대호 기자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이어진 관련 뉴스 제목.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왜 '매도 리포트'를 쓰지 않는가?!"

해마다 반복되는 지적. 사실 알고 보면 답이 나올 수 없는 외침이다.

"과감히 매도 의견을 제시하겠다!"

신임(?) 리서치센터장들이 종종 내놓는 취임 일성이다. 이 역시 제대로 실현된 적이 거의 없다.

"내국계 증권사의 매도의견 비중(0.1%)이 외국계(13%)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상도 제도개선 이전 수준과 큰 변화 없음"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보도자료 중 일부다. 리서치보고서 신뢰성 제고 등을 위한 제도를 시행(17년 9월)했으나,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기자의 경험만으로도 10여년간 이런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관행을 제도로 개선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시도도 수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도 리포트는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더 이상 같은 지적을 반복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근본적으로 리서치센터 존재 이유를 살펴보면 그렇다. 차라리 매도 의견을 쓰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대안을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생각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실 '영업 지원'에 가깝다. 증권사의 주업은 브로커리지 즉, 주식매매 중개다. 그리고 '매매할 주식에 대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리서치센터의 역할이다. 그래서 리서치센터 운영 비용을 홀세일(기관영업)과 리테일(개인영업)에서 분담한다.

"홀세일이 좋지 않아서, 리테일이 좋지 않아서, 서로가 비용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 거의 매년 증권사 안팎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애널리스트 급여의 원천을 보면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이유'가 보인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국책연구기관, 학술연구단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올바른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사명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는 것'을 위함이지 '파는 것'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게 현실이다.

매도 리포트를 쓰면 '괜한 논쟁을 유발한다, 커버리지 기업과 관계가 나빠진다, 향후 기업분석에 제약이 생긴다'는 이유는 부수적인 것이다. 매도 리포트를 쓸 시간에 다른 종목 매수 리포트를 하나라도 더 쓰는 것이 당연한 생리다.

외국계처럼 매도 리포트가 돈이 된다면 국내 증권사들도 매도 의견을 늘릴 것이란게 업계의 설명이다. 주식 매도를 통해 돈을 벌고 관련 투자정보를 얻고자 하는 고객이 많아진다면 말이다. 매도 리포트가 수익으로 연결된다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증권사 스스로 택할 것이다.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가 확대되며 매도 리포트 발간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으나 아직 갈길이 멀다. '증권사들이 공매도를 부추긴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이제 투자자들도, 금융당국도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현실성 있게 바라봐야 할 때다. 매도 리포트를 강요하기 보다 '사실상 매도'를 가려내는 것이 현실적이다.

최소한 분기마다 추가 보고서를 내지 않거나, 실적 추정치를 업데이트 하지 않는 종목은 사실상 애널리스트 '눈 밖에' 난 것으로 여기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애널리스트가 '적극 매수' 의견을 밝히고 '사라고 사라고' 추천하는 종목도 기간에 따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하물며 매수 자체를 논하지 않는 종목이라면.......

곧 있으면 실적발표 시즌이다. 이번에도 '평균의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 실적 추정치를 몇달 전 입력해놓고 업데이트 하지 않는 애널리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최근 1개월 입력 데이터'만 컨센서스 값으로 쓴다.

시장이, 투자자들이 더욱 똑똑해져야 한다. 그래야 '매수 아닌 매수', '매도 아닌 매도' 보고서를 가려낼 수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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