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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직원들의 힘으로 만든 르노삼성 임단협 합의 막전막후

르노삼성 임단협 74% 찬성 가결…논의 시작 12개월만에 종료
임단협 기본으로 XM3 유럽 수출 물량 확보해야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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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을 끌어온 르노삼성의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 참으로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결국 타결됐습니다. 부산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줬고, 한국 기업 사상 유례없는 기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는데요. 권순우 기자와 함께 뉴스 뒷이야기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권 기자. 일단 르노삼성 임단협 타결 소식부터 전해주시지요.

▶르노삼성 노조는 14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투표 결과 74%가 찬성해 가결이 됐습니다.

르노삼성 노사는 1년간의 갈등 끝에 지난달 잠정합의안을 만들었지만 52%의 노조원들이 반대해 부결이 된 바 있습니다.

이후 노조는 전면 파업을 선언했고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서는 극단 대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오랜 파업에 노조원들이 파업 지침을 무시하고 출근을 하는 일종의 '쿠테타'가 발생을 하자 노조는 파업을 풀게 됐습니다.

회사는 직장폐쇄를 취소하며 다시 테이블에 앉아 2차 잠정합의안을 만들었고 그것이 통과가 된 겁니다.


- 부결된 1차 합의안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 일단 사측이 요구했던 '노사 상생 공동 선언문'이 채택이 됐습니다.

여기에는 노사 관계가 지역 경제와 협력업체 고용 안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신차 출시·판매를 위한 노사 평화기간을 선언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노조측의 요구도 일부 받아들여졌습니다.

노조는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자 파업기간 임금에 대한 보전, 노조원/정규직에 대한 차등 지원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중에서 파업기간 임금의 최대 80%를 분할해 보전해주기로 했습니다.

무임금 무노동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을 하지 않은 파업기간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르노삼성의 경우 해당 기간에 지급하는 수당이 줄어들 수 있는데, 이를 최대 80%를 보전해 80만원 이내의 격려금을 분할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 노조 집행부가 파업 결의를 했는데 노조원들이 이를 어기고 근무를 한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인데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건가요?

▶ 현대차, 한국지엠과 달리 르노삼성은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라 개별 기업 노조입니다.

2012년 르노삼성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혹독한 구조조정 '리바이벌 플랜'을 시행하면서 회사가 되살아 난적이 있는데요.

그때 기본급을 동결하고 생산성 및 품질을 향상해 일본 닛산 자동차의 SUV 로그 생산 배정을 받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이후 임단협에서도 분규 없이 합의를 하면서 안정적인 노사 문화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기본급 인상이 제한되다보니 현대차, 한국지엠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이 적다는 불만이 쌓여왔고 지난해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 지도부를 폭발을 하게 됩니다.

르노삼성 내부에도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르노삼성차지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입자가 200여명으로 기업노조 가입자 2천여명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그래서 교섭권은 기업 노조가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기업노조 조합장 선거에 참여를 하게 됐는데요.

회사가 너무 안챙겨준다는 불만이 있던 노조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출신 조합장에게 51.5%의 표를 줬습니다.

이후 집행부는 강성 금속노조 출신이 장악을 하게 됐지요.

노조위원장은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를 창설한 초대위원장이고, 공약은 민주노총 가입이었습니다.


- 당선된 민주노총 출신 지도부와 노조원들의 의견이 갈렸던 건가요?

▶ 처음에는 지도부의 강경한 태도에 직원들도 적극 동조를 했습니다.

그런데 6개월 넘게 파업이 길어지면서 직원들의 불안도 커졌습니다.

협력업체들이 무너지고 지역 경제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이 되고 집행부가 또다시 전면 파업 지침을 내리자 직원들이 집행부의 파업 지침을 거부하게 된 겁니다.

전체 직원의 66%가 출근을 했고 공정에 따라 98%가 출근을 한 곳도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객에게 불편을 주면 안된다고 애프터마켓용 부품 조립은 하자고 했던 직원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조를 나가는 등 5월 중에만 노조에서 탈퇴 혹은 제명된 직원이 60여명에 달합니다.

임단협은 마무리가 됐지만 노조 집행부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내부 봉합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임단협이 마무리가 됐지만 그동안 타격을 많이 입었을 텐데요.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요?

▶ 올해는 르노삼성에게 있어 명운이 걸린 해입니다.

리바이벌 플랜 이후 르노삼성이 살아남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닛산 자동차 로그를 배정 받은 일입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만드는 자동차의 절반은 미국에 수출되는 로그입니다.

만약 로그를 배정 받지 못했다면 부산공장은 절반 이하로 규모를 줄이거나 문을 닫았어야 합니다.

로그가 올해 하반기 단종이 됩니다.

그러면 로그 후속 모델을 배정 받으려고 했지만 닛산 일본 규슈 공장의 생산성이 워낙 좋아졌고 르노와 닛산 사이의 갈등, 한국과 일본의 갈등 등으로 인해 좌절이 됐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XM3의 유럽 생산 물량입니다.

르노삼성은 올해 하반기부터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XM3를 판매할 예정인데요.

국내 판매 분은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확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국내 판매 물량만 가지고는 전체 생산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로그의 공백을 매우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르노삼성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XM3의 수출 물량을 배정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르노 본사는 XM3 유럽 물량을 부산공장에 맡기기 불안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왔습니다.

그틈에 스페인 공장이 자기에게 생산 물량을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부산공장에 비해 준비는 덜 됐지만 스페인 공장은 전 세계 르노 공장 중 생산성 1위 공장입니다.

이제 르노삼성은 임단협을 마친 만큼 스페인 공장과 유럽 판매 XM3 물량 배정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게 됩니다

강성 일변도의 파업이 직원들에게도 외면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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