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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무주택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인데…강남 청약 전성시대

강남 '로또 청약' 붐…견본주택 열렸다하면 현금부자들 우르르
무주택 서민들 상대적 박탈감 키워
최보윤 기자


(예상보다 한산한 분위기의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 모습)

"되기만 하면 로또 아니겠어요?"

딸과 함께 견본주택을 보러 온 한 60대 가정주부는 간절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반평생을 강남권에 거주했다고 밝힌 그는 "자녀가 실거주할 주택을 사려고 한다"며 "강남만큼 살기 좋은 곳이 어디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 무순위 추첨하는 곳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집을 살 준비가 모두 돼 있지만 청약 가점이 60점을 밑돌아 당첨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갤러리'에 27일 개관한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에는 주로 강남권에 거주하고 있거나 직장이 인근인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한때는 방문객들이 줄지어 견본주택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오후에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는 역삼동 개나리4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단지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고 있다. 지하 3층~지상 35층, 5개동 전용면적 52~168㎡ 총 49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 △84㎡A 101가구 △84㎡B 27가구 △115㎡B 4가구 △125㎡A 3가구 △125㎡B 3가구 등 모두 138가구가 일반 분양 물량이다.

이 곳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기 전 마지막 강남권 분양단지로 꼽히며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가 관련 법 개정을 다음 달 완료할 예정이어서 이후 규제 사정권인 강남권에서는 신규 분양이 뜸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분양가도 3.3㎡당 4750만원 선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 보다 저렴한 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바로 옆 단지인 '역삼자이'는 전용 84㎡(28층)가 지난달 20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 10년 안팎의 인근 단지들은 대부분 현재 20억원을 넘긴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84㎡의 분양가가 15억2300만~16억500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구매와 동시에 4~5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최근들어 서울 강남에서는 분양이 시작됐다하면 말 그대로 '대박'행진이어서 이 곳에도 많은 수요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분양에 나선 삼성물산의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의 경우 1순위 청약 결과 112가구 모집에 1만2890명이 몰려들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 주 래미안 라클래시에 청약했던 수요자들이 대부분 이 곳에도 도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비슷한 수준의 경쟁률을 예상했다. 게다가 이 곳은 추첨제 물량인 중대형 평형이 있어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란 관측이다.

전용 84㎡ 이하 중소형은 100% 가점제이지만 전용 84㎡ 초과 중대형은 50% 추첨제를 적용한다. 전용 115㎡ 2가구, 전용 125㎡ 2가구 등 총 4가구가 추첨 대상이다.

대치동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낡은 아파트에 거주 중이라는 한 노부부는 "래미안 라클래시에도 청약을 넣어뒀는데 당첨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역삼 센트럴 자이의 큰 평형 추첨제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없이 상담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의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의 견본주택 상담창구)

일각에서는 정부의 설익은 규제책 탓에 서울 분양시장이 현금부자들의 '묻지마' 투자 판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수요자들은 실제 분양가상한제 적용 사례가 나올 수 있을지 반신반의 하고 있고, 오히려 이런 불확실성이 신규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기존 신축 집값만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분양가가 대부분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최소 10억원 이상 현금 부자만이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주택 서민들은 수만명이 달려드는 청약 '붐'을 한 발 뒤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분양 관계자는 "이미 인근 단지에 청약을 넣어본 분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어 방문객들의 상담 시간도 굉장히 짧은 편"이라며 "대출 문의 보다 당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 정도만 짧막하게 물어보고 가는 추세"라고 했다. 실제 이날 견본주택은 예상보다 찾는 사람이 뜸했고, 상담도 대기 없이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전화 문의도 하루 평균 200~300통 정도로 일반적인 수준보다 적은 편. 대부분 준비된 예비청약자들이 찾아오고 있다는 뜻이다.

10억원이 훌쩍 넘는 높은 분양가에도 강남 청약시장은 때 아닌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것이라던 정부의 외침이 허탈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boyun7448@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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