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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흔드는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정확도는?

헬릭스미스, 골드만삭스 '매도' 보고서에 급락…삼성SDI도 약세
"업황 전망 비교적 정확한 편…개별 종목은 예측 힘들 것"
조형근 기자

골드만삭스 본부 / 사진=머니투데이 DB


외국계 증권사가 부정적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낸 여파로 일부 종목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보다 매도 의견을 과감하게 내면서 투자자들을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 담당 인력이 2~3명에 불과해, 업황 전망이 아닌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은 비교적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코스닥 시장에서 헬릭스미스는 전 거래일보다 8.24% 하락한 8만 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급락세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5일 14.96% 떨어졌다.

헬릭스미스가 급락한 요인으론 골드만삭스의 '매도 보고서'가 꼽힌다. 골드만삭스가 보고서 발간 전날 종가(10만 5,600원)보다 약 40% 낮은 목표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15일 헬릭스미스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도를 제시하고, 12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6만 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SDI도 미국 금융투자사 메릴린치가 부정적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영향을 받았다. 메릴린치가 삼성SDI의 목표가를 30만원에서 18만원으로 내린 보고서를 발간하자, 주가는 15일 장 시작과 동시에 약세를 보였다. 삼성SDI는 16일 22만원에 거래를 마쳐 보고서 발간 전(22만 6,500원)보다 2.87% 하락했다.

■ '매도 보고서' 이유는?…국내 증권사와 '시각차'

골드만삭스가 헬릭스미스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이유는 임상 성공가능성을 낮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의 유전자치료제 'VM202'가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VM202'의 성공가능성(Probability Of Success, POS)을 60%에서 22% 낮췄다.

김상수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VM202'의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글로벌 3-1상 임상시험에서 새로운 리스크를 발견했다"며 "임상시험 관리 및 플라시보 효과 컨트롤에 대한 리스크는 약물의 효과 분석을 더 복잡하고 나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는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로 인해 삼성SDI의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수 소화시스템 설치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는 것 외에도, ESS 에 대한 엄격한 검수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향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ESS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삼성SDI는 ESS 화재 예방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특수 소화시스템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증권사의 전망은 외국계 증권사와 차이를 보인다. 헬릭스미스에 대해서는 비교적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SDI에 대해서는 정반대되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에 대한 전망이 갈린 이유는 실적에 대한 예상치가 크게 달라서다. 국내 증권사가 전망한 삼성SDI의 2020년 매출은 최소 9조 7,000억원에서 최대 10조원 수준이다. 반면 메릴린치는 ESS 베터리 사업 부진으로 삼성SDI의 2020년 매출을 8조 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는 삼성SDI의 특수 소화시스템 설치를 일회성 비용으로 판단하고,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EV(전기자동차) 베터리 부문에서 수익성이 개선되며 실적 회복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 보고서가 나온 날 현대차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삼성SDI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목표가를각각 31만원, 35만원으로 유지했다.

■ 업황 전망은 비교적 정확…개별 종목은 '글쎄'

지난해에도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의 전망이 극명하게 나뉜 사례가 다수 있었다.

모건스텐리는 반도체 업황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8월 초 SK하이닉스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텐리는 반도체 업황 전망을 가장 낮은 수준인 '주의'로 내리기도 했다. 당시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반도체 업황 부진에 공감하면서도 우려가 과도하다며 SK하이닉스의 주가를 9~10만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주가를 기준으로 봤을 때, 당시 보고서의 예측 정확도는 외국계 증권사가 더 높다고 평가받는다. 실제 SK하이닉스 주가는 보고서가 나온 뒤 하락세를 지속하더니 올해 초 5만 6,7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연초 3만 6,850원까지 떨어진 뒤 1년 가량 5만원 선을 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등 시장에 대한 분석이나 글로벌 경기 전망은 규모가 크고 정보가 많은 외국계 증권사가 더 정확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가 발간한 보고서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주가를 예측했다기보다는 주가가 예측을 따라가는 현상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외국계 증권사는 과감하게 매도 보고서를 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매도 리포트 비중이 1% 미만인데, 외국계 증권사는 15% 수준이다.

한편, 일각에선 외국계 증권사의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은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황이 아닌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는 국내 증권사가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업황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에 '매도', 유한양행에 '중립' 의견 낸 바 있는데, 유한양행의 경우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등을 제외하고 기술력 등 개별 기업의 내부 정보는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이 탐방을 통해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애널리스트 한 명이 2~3개 섹터 맡는 경우 많아 개별 종목에 대한 이슈에 대한 대응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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