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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당할 수밖에 없다①] 위메프서 30분만에 문화상품권 93만원 피해

신종 메신저 피싱에 90만원대 문화상품권 피해자 속출
이커머스 관계자 "책임질 의무 없다...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유지승 기자

메신저 피싱 피해자들의 글. 사기범이 이커머스에서 문화상품권을 결제하도록 해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내용.


"피싱, 당할 수밖에 없어요. 당한 것도 스스로에게 화나지만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따로 있어요."(피해자 A씨)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온라인쇼핑 사이트(이커머스)에서 문화상품권을 결제하게 하고, 돈을 챙기는 피싱 사기가 올해 들어 잇따르고 있다.

똑같은 방식으로, 90만원대라는 비슷한 금액에 대한 피해가 반복되는 소비자들의 피싱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 업체와 문화상품권 판매처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MTN 취재 결과, A씨는 지난 7월 15일 해외에 간 자신의 자녀가 카톡으로 "위메프에 가입해서 문화상품권을 결제해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휴대폰이 깨져서 PC카톡으로 보내는 것이라는 설명에 10만원권 10장을 총 93만원에 결제하고, 핀번호를 전달해줬다.

이후 30분이 채 안돼 피싱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위메프와 경찰, 문화상품권 판매처인 컬처랜드에 연락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늦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피싱 사기범이 상품권을 써버려서 취소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불과 100만원에 육박하는 93만원이 사라지는데 불과 30분이 걸린 셈이다. 이 피해액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오롯이 피해자의 몫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분실카드로 인한 피해를 편의점에 책임지라고 하는 것과 같다. 저희 입장에서는 명의 도용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경우 문제 없는데 카드 도난에 대한 피해를 책임질 이유가 없다"며 "항상 이런 문제가 발생해 편의점을 예로 들고 있다. 나름 최대한의 방어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도 애당초 피싱 사기에 속아 정보를 넘겨준 본인의 잘못이라며 자책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업체 측의 회의적이고 허술한 처리 방식과 시스템에도 큰 벽을 느꼈다"면서 "문화상품권을 결제한 후 30분, 1시간 후 문화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작은 장치만 있었어도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신저 피싱을 당한 피해자가 위메프로부터 받은 2건의 문화상품권 결제 및 처리 내역, 2건 모두 93만원으로 가격이 똑같다. /사진=MTN

◆피싱 사기 신고 한달후...아이디 도용으로 2차 피해입었지만 '고지無'

더욱이 A씨는 1차 피해에서 끝나지 않고 한 달이 지나 또 한번 위메프 아이디가 도용되는 2차 피해를 입었다. 사기범이 A씨의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 다른 사람(제3자) 카드로 문화상품권이 결제되는 똑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실을 위메프가 아이디 주인인 당사자 A씨에게 고지하지 않아 '우연히' 알게 됐다는 점이다. A씨는 피싱 사기 피해를 당한 지 한 달이 지난 8월, 위메프로부터 '컬처랜드 10만원권 93만원의 환불처리가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A씨는 7월에 발생했던 피해액을 보상해준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같은 수법으로 A씨의 위메프 아이디가 또 한 번 도용돼 문화상품권이 결제가 됐고, 위메프가 제3자 카드 명의자 B씨(A씨와 전혀 알지 못하는)에게 93만원을 돌려준다는 메시지였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B씨의 경우 피싱 사기범이 상품권 핀번호를 사용하지 않아 환불이 가능했다고 위메프 측은 설명했다.

A씨는 "제 아이디가 또 도용 당했다는 사실을 위메프가 알려주지 않고, 카드 결제 피해자인 제3자에게 보내려는 문자가 저에게 와서 알게 됐다. 왜 고지를 해주지 않았냐며 위메프 측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죄송하다'는 무책임한 답변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위메프 관계자는 "B씨 사례의 경우, A씨 아이디로 제3자의 카드가 결제된 것으로, A씨 아이디로 결제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A씨에게 상품 취소 문자가 가는 거고, 카드 취소는 B씨에게 간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아이디로 문화상품권 결제가 이뤄졌지만, 사용된 카드는 B씨 것이기 때문에 B씨에게만 환불해주면 끝이라는 설명이다.

A씨의 아이디가 또 도용됐다는 사실을 당사자에게 왜 알리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위메프에서는 A씨의 아이디가 도용이 됐다고 판단할 수 없고, 판단을 할 책임이 없다. 계정 도용 증거도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에 A씨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며 "이건 결제단계에서는 정상적으로 끝난 것이며, B씨건은 카드 취소로 피싱 피해 문제만 해결한거다"라고 답했다.

이어 "A씨가 도용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메프가 아닌 경찰에 의뢰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위메프 측에서는 도용 당한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라고 부연하며, A씨의 아이디 도용 여부에 대한 확인을 해 줄 책임과 의무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A씨는 "첫번째 피해의 경우 제 잘못도 있고 사기범이 사기를 쳤기 때문에 책임도 제가 졌다"면서 "그런데 이후 피해를 당했던 제 아이디가 또 한번 도용이 됐음에도 이를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메프 사이트에서 문화상품권을 이용한 비슷한 금액의 사기 피해가 발생한 점, 앞서 위메프에 문화상품권 피싱 피해로 신고를 한 아이디로 또 같은 문화상품권 결제가 이뤄진 점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바로 현금화 가능한 문화상품권 사기 도구로...똑같은 90만원대 피해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A씨와 같이 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들의 사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피싱 사기에 속아 문화상품권을 결제해 피해를 당했거나, 피해를 입을 뻔했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피해액 규모도 10만원권 10장, 90만원대로 비슷하다.

'메신저 피싱'이라고 불리는 이 사기 피해 사례는 통상 이렇다. 딸아이가 해외에 간 사이 그의 부모에게 사기범으로부터 카톡이 온다. 사뭇 달라진 카톡 계정에 '해외라서 그렇다. 휴대폰이 고장났다. PC카톡이다'는 등의 설명으로 안심을 시킨다.

'이후 돈이 필요하니 위메프나 티몬 등에서 문화상품권 10만원권 10장을 결제한 뒤 핀번호가 보이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줘라', 또는 '아이디와 비번, 카드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요구한 뒤 사기범이 직접 문화상품권을 결제한다.

커뮤니티에서 C씨는 "엄마한테 저를 사칭한 카톡으로 연락이 와서 문화상품권 10장을 엄마 카드로 100만원 가까이 결제하게 됐다"면서 "카드사, 위메프, 컬쳐랜드 고객센터에 연락을 했지만 상담원 연결이 안돼 일단 카드 정지만 신청해놓고 부모님은 경찰서로 가셨다"고 말했다.

위메프 외에도 티몬, 네이트온을 통해서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와 함께 반복되는 피싱 사기에도 안내나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들도 쏟아지고 있다. '위메프에서 절차를 더 까다롭게 바꿔야 한다. 피해를 당한 것도 화나지만 대응하는 태도에 더 화가났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화상품권 결제액이 1회 100만원 정도인데다, 현금과 똑같이 쓸 수 있다는 점을 노린 피싱 범죄에 대비책을 두지 않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피해에도 장치 마련에 소극적이다보니 이커머스 업체들이 문화상품권 피싱 범죄 도구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한, 문화상품권의 경우, 온라인 상에서 판매자가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다. 위메프와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문화상품권 발행 및 판매처와 제휴 계약을 맺고 판매가 이뤄진다. 따라서 이커머스 차원에서의 보안을 더 강화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론,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문화상품권 결제 페이지에 '피싱 사기를 주의하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있다. 그럼에도 잇단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대안으로는 문화상품권이 구입 하자마자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피싱 사기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상품권을 결제한 뒤 사용할 수 있는 시간차를 두고, 즉각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과 더불어, 1회 결제 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문화상품권 1회 결제 한도는 카드사별로, 이커머스 업체별로 제각각 정하게 돼 있다. 위메프와 티몬은 100만원 한도이며,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그의 절반인 50만원 한도다. 쿠팡은 문화상품권을 아예 판매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한도가 높은 이커머스 업체에서 사기 피해가 빈번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위메프 관계자는 "1회 한도 100만원을 더 줄이면 정상적인 고객 분들에게 더 피해가 가는 것"이라며 "정상 고객에게 불편을 감수해서 적정선으로 100만원을 정한 것이다. 다만 기존 인증 보안 외에 추가 대안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피싱, 당할 수밖에 없다②] 사기도구로 전락한 문화상품권...정부 감시 사각지대 http://news.mtn.co.kr/newscenter/news_viewer.mtn?gidx=2019110613251497933>

유지승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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