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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여행사에 '황금알' 낳아주던 일본, 이젠 '계륵' 신세

일본 여행상품 판매 90% 급감, 하나투어·모두투어 3분기 적자전환
몇년 전 비슷한 사드 사태 겪고도 다변화 노력 소홀
유찬 기자

지난 7월 말 인천국제공항에서 오사카로 떠나는 국내 항공사의 체크인 카운터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가지도 않고, 다녀온 이들도 만족하지 않는 여행지.

일본 여행 불매 운동이 4개월 넘게 지속하며 국내 여행사에 '황금알'을 안겨주던 일본은 '계륵' 처지로 전락했다.

10명 중 3명이 찾던 일본은 이제 1명도 채 가지 않는 곳이 됐고, 불매 운동 분위기는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6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촉발하기 전인 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해외여행 상품 중 일본의 비중은 30%를 넘나드는 수준이었다.

한국 여행자가 가기에 가깝고 음식도 입에 맞는 장점이 있다고 해도 한 국가로 떠나는 비율이 전체 여행객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일본 정부의 노력과 국내 여행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이 크다.

일본정부관광국은 적극적으로 일본 지역 소도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한국 소비자에게 홍보했다. 대마도와 후쿠오카 등 일부 관광지는 전체 해외 여행객의 대다수를 한국인이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서울에 차린 한국사무소에서는 일본 여행상품 광고 비용을 최대 50%까지 지원하며 국내 여행사의 마케팅 비용 부담도 덜어줬다.

일본에 상장한 자회사를 운영하며 일본 여행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하나투어는 일본 은행으로부터 0~1% 초반대 이자율로 100억 원대 자금을 융통하기도 했다. 하나투어가 일본 은행에서 빌린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1분기 말 146억 원에서 상반기 말 181억 원으로 4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이런 상황은 한·일 수출 갈등으로 일본 여행 불매운동이 촉발하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하나투어의 10월 일본 여행객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82.3% 급감했다. 8월(-76.9%)과 9월(-75.4%)보다도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모두투어 역시 10월 일본 여행상품 판매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9% 줄었다. 하나투어와 마찬가지로 8월(-83.3%), 9월(-90.8%)보다 감소 폭이 컸다. 지난 5월 31.7%였던 여행상품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일본을 다녀온 여행객도 적은 데 이들의 만족도 또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5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일본을 다녀온 여행객의 만족도는 675점으로, 전체 32개 나라 중 28위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740점으로 18위를 차지했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 9월, 최근 1년(2018년 9월~2019년 8월)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1만3,958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여행했는지 묻고 여행지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1,000점 만점으로 종합만족도 평균은 740점이었다.

아시아 지역 주요 도시별로 살펴봐도 지난해 상위 5개 지역 중 4개를 차지했던 일본 도시는 올해 나고야 한 곳만 겨우 5개 지역 안에 들었다.

김민화 컨슈머리포트 연구위원은 "관광객의 해외 여행지 만족도가 여행 품질뿐 아니라 자국과의 관계, 국가 이미지 같은 정서적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여행산업 전략 차원에서도 고려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지역의 부진은 곧바로 국내 여행사 실적 하락으로 이어져 3분기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나란히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52억 원 영업이익을 냈던 하나투어는 올 3분기 28억 원 손실을 봤고, 모두투어 역시 영업익 27억 원에서 영업손실 22억 원으로 돌아섰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모두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며 "올 연말과 내년 초 예약률도 부진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여행 수요 회복 시그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여전히 높고 실제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지역 랜드사 네트워크도 잘 갖춰진 일본을 배제하고 다른 지역 상품만 집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 운동 직후부터 동남아 휴양지나 대만 등 대체 지역 찾기에 나섰지만, 일본 수요가 기타 지역으로 옮겨가지 않고 전체 여행 수요가 가라앉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업계가 그나마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더 내려갈 바닥이 없다는 점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90% 이상 예약률이 하락한 일본 패키지는 더 떨어질 부분이 없다"라며 "한국과 일본 갈등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항공사의 일본 노선 축소가 마무리되면 일본 예약 감소 폭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수출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는 불과 몇 년 전 사드보복 사태로 비슷한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업계 특성상 외부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모두 민간 기업이 끼어들 여지가 적은 국가 수준에서 촉발한 위기라고 하지만, 사드 사태를 겪고 난 후에도 여행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에 소홀했던 점은 아쉽다.

여행업계가 이번 일본 여행 불매운동을 진정한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고 전화위복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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