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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에 산 궤양성대장염 신약 물질, 4년만에 1조 된 사연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화학연구원서 도입한 약물 개발 히스토리
소재현 기자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


1억원을 주고 산 신약 물질 가치가 4년 만에 1조원 규모가 됐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는 이 성공담은 글로벌 제약사가 아닌 우리나라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 얘기다.

브릿지바이오가 첫 번째로 도입한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BBT-401'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고 1조원 시장을 노릴 수 있게 성장했는지 13일 열린 바이오플러스 2019에서 소개됐다.

■BBT-401, 학교→정부→기업 선순환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이사와 박석희 성균관대학교 교수, 이광호 화학연구원 박사는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 2019에서 산·학·연이 연계한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BBT-401 사례를 화두로 꺼냈다.

BBT-401은 산·학·연 연계를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약물로 꼽힌다. 이정규 대표에 따르면 BBT-401은 성균관대학교 박석희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됐다. 2006년 발표된 해당 논문은 Smad-6(염증을 억제하는 신호전달 단백질 TGF-beta의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와 TLR(면역유도)신호 간에 팰리노-1 단백질의 기능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박석희 교수는 "팰리노와 반응하면 염증을 낮추는게 확실한데 핵심적인 부분을 찾아야 해서 개발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후 여러 논문 리뷰 등을 통해 패혈증, 궤양성 대장염 모델에서 Smad-6가 항염증 작용한다는 내용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2013년 박 교수팀은 화학연구원과 협력해 팰리노-1 저해제 개발 연구를 개시해 2015년까지 지속적인 연구를 거쳐 BBT-401이라는 후보물질을 도출했다. BBT-401은 이름 그대로 401번째 합성을 거쳐 탄생한 물질이다.

BBT-401을 확보한 화학연구원은 약 20개에 달하는 국내 제약사와 미팅을 거쳤지만 파트너사를 찾는데 실패했다.

이광호 박사는 "당시 연구진 4명이 한 차에 타서 매일 서울과 대전을 오갔다. 국내 제약사 20여곳에 기술이전을 시도했지만 어려웠다"면서 "많은 피드백이 있었지만, 약물이 위장관에만 머물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약물이 아니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특히 기존 제약사들은 모든 자료를 채워야 보고가 되는 시스템"이라면서 "우리는 매일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기술이전이 쉽지 않았던 측면도 있었다"고 전했다.

기술이전이 쉽지 않았던 당시 설립 초기였던 브릿지바이오가 개발 파트너사로 선정됐다. 2017년 전임상을 거친 브릿지바이오는 BBT-401의 글로벌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미국에서 IND(임상시험계획)제출과 임상1상을 마무리했다. 올해 미국 임상2상이 진행중인 상황이다.

이정규 대표는 "BBT-401은 아카데미에서 8년 동안 타깃 벨리데이션을 거쳐 정부 출연 연구원인 화학연에서 3년간 후보물질 발굴, 브릿지바이오에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현재 글로벌 임상 개발과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하고 있는데 빠르게 개발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1억원이 1조원으로 성장

BBT-401은 궤양성 대장염을 고치는 첫번째 치료제(First-in-Class)를 목표하고 있다. 인체의 면역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 펠리노-1(Pellino-1)과 결합해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질환에서 염증 신호 전달을 차단해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경구투여 시 전신흡수가 되지 않고 위장관에만 체류해 작용하면서 우수한 안전성도 보이고 있다. 또 경쟁약물(1~3차 약제) 대비 우수한 항염증 및 대장 점막 재생 효과까지 확인됐다.

브릿지바이오가 BBT-401을 도입하는데 투입한 비용은 계약금 7,500만원을 포함해 약 1억 5,000만원 수준이다. 현재 라이선스 계약이 오가는 물질들이 1조원을 호가하는 상황과 견주면 적은 금액이다.

이광호 박사는 "당시 브릿지바이오는 BBT-401 개발 플랜을 보유하고 있어 그러한 점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면서 "기초 연구자 입장에서는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더 연구가 진행되지 않는 과정이 마음 아프기 때문에 금액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BBT-401은 대웅제약과 계약을 통해 몸값이 400배 가량 뛰었다. 브릿지바이오는 BBT-401의 아시아 지역 판권을 총 계약금 4,000만달러(약 440억원)를 받고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에 기술을 이전했다.

대웅제약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BBT-401 허가 및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 생산, 유통·판매 등의 권리를 확보한 상황이다.

다만 브릿지바이오는 경쟁약물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노리고 있다. 아일랜드 기업 테라방스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테라방스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TD-1473(JAK 억제제)을 개발하던 바이오기업이다. 테라방스는 임상2a상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에 10억달러(약 1조 1,000억원)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이끌어냈다.

테라방스가 지난 3월 중등도 내지 중증의 활성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 환자 투약을 개시하면서 속도는 다소 앞섰지만 NRDO(No research only development·개발전문 사업모델) 기업인 브릿지바이오가 개발하고 있어 속도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NRDO 기업은 개발 전문회사로 임상 단계를 빠르게 가져가는 장점이 있다. 레고켐바이오에서 도입해 1조원 넘는 대형 계약을 이끌어 낸 신약 후보물질 BBT-877의 경우 전임상부터 임상1상 첫 투약까지 9개월이 소모됐다. 일반적인 회사가 1년 6개월 가까운 시간을 소모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세부적인 임상 디자인과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경쟁약물의 가치가 1조원으로 매겨진 만큼 이에 준하는 외형이 기대된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정규 대표는 "팰리노-1 기반 약물 연구는 글로벌에서 3~4개국에 국한됐을 정도로 작았다. 그중 가장 활동적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라며 "산·학·연 연계로 탄생한 BBT-401이 자랑스럽고 한국 제품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재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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