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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부메랑 또는 성장통…증권사 부동산 사업 '시련의 계절'

허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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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가 요즘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상품에서 잇따라 문제가 생긴 가운데 지난주 금융당국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규제안을 발표했는데요.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증권사 부동산 투자가 부메랑이 될 지, 아니면 성장통이 될 지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증권부 허윤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최근 증권가에서 독일 부동산에 투자하는 '헤리티지 DLS' 원금 상환이 미뤄지면서 떠들썩 했습니다. 어떤 상품인지 간단하게 정리해주시죠.

기자) 독일에는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Listed-property)한 부동산들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상징성이 있는 이 건물들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재개발을 통해 분양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 판매된 헤리티지 DLS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부동산을 매입해 재개발을 진행한 뒤, 분양 수익과 매각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헤리티지 DLS 판매 규모는 약 4,500억원이고요,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약 2,000여명의 투자자가 이 상품을 샀습니다.

판매 규모를 놓고 보면 비슷한 시기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독일 국채 금리 DLS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앵커2) 사실 이 상품에 문제가 생긴 건 지난 7월입니다. 이 때부터 원금 상환에 차질을 빚었는데, 현재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기자) 7월 23일 만기가 도래한 DLS(KB-1473회)를 시작으로 줄줄이 만기가 연장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개발을 하려면 독일 정부의 인허가가 나야 하는데, 이 절차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수익을 내지 못해 원금을 못 주고 있습니다.

이에 해당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는 현지 시행사가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습 중입니다. 결국 당초 약속했던 재개발을 통한 수익은 포기를 한거죠.

아직까지도 만기가 연장됐던 DLS의 원금 상환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는 걸로 봐선, 자산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당초 개별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식에서, 12월부터는 해당 사업을 통째로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일종의 리파이낸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내년에 만기를 맞는 DLS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겁니다.

현재까지 만기가 연장된 DLS는 1,300억원인데, 당장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DLS는 3,200억원에 이릅니다.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을 받거나,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선 금융상품의 손실액이 확정돼야 합니다.

헤리티지 DLS의 경우 독일 현지 시행사의 부동산 자산 매각이 완료돼야 손실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데,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금리 DLS에 이은 내년 새로운 금융권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3) 말씀해주신 헤리티지 DLS 등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에 잇따른 문제가 불거져서 그런걸 까요.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리스크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지난주 수위가 상당히 높은 규제안을 발표했다고요?

기자) 증권사가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 입니다.

독일 헤리티지 DLS처럼 펀드나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형태로 판매하는 방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부동산 개발 자금을 대출해주고, 추후 분양이 완료되면 수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지난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규제안은 부동산 PF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를 100%로 설정하는 게 이번 규제의 핵심입니다.

부동산 개발 시행사는 부동산 PF 대출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 때 증권사가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채무보증을 서고, 개발이 완료된 뒤 들어오는 분양대금 등으로 수수료 수익을 내는데요.

부동산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PF 대출 상환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채무보증을 제공한 증권사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발 사업에 문제가 생겨 대출금 회수가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증권사는 유동화증권을 매입하게 돼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이번 규제 핵심은 ‘자기자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부동산 PF 사업을 해라’라고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4) 규제안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 증권사가 받은 충격도 컸다고요?

기자) 규제안 발표 다음날 부동산 PF 채무보증이 많은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가 12% 급락했습니다. 시장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증권사가 부동산 투자를 얼마나 한다고 충격이 그렇게 크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요즘 증권사는 예전 주식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닙니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정체된 사이, 투자은행(IB) 사업이 전체 증권사 수익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는데요. IB 성장을 주도한 게 바로 부동산금융입니다.

2013년 10조원 안팎이었던 증권사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올 상반기 26조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채무보증은 크게 신용공여형(매입확약), 유동성공여형(매입보장) 두 가지가 있는데요. 시중 시행사 등 다른 기관의 신용보강 조건 없이 증권사가 홀로 보증하는 신용공여형의 위험도가 더 높습니다.

최근 5년 사이 위험도가 높은 신용공여형 채무보증 규모가 3배 가까이 늘었는데, 금융당국 현재 별도 한도 규제가 없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5) 핵심 수익원에 제동을 건 만큼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증권업계의 반발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증권업의 본질인 ‘위험감수(Risk taking)’를 무시한 규제’라는 반응입니다.

즉 개별 증권사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시장이지 정부가 나서서 일괄적으로 규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현재 증권사 건전성 규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도 부동산 투자가 반영되고 있는데, 새로운 규제안을 들이대는 건 이중규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저축은행처럼 마구잡이로 대출을 해주는게 아니고, 꼼꼼히 물건을 살펴보는 만큼 증권사의 부동산 PF가 가격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반박도 있습니다.

일부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문제가 생기긴했지만, 부동산 PF에선 큰 사고가 없는데 고강도 규제를 도입한건 과도하다는 겁니다.

반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부동산 상품에서 사고가 나고 있는게 사실이고, 쏠림현상이 관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선제적으로 규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금투협을 중심으로 규제 개선안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 당분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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