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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서 '가시밭길'까지…다사다난한 금융투자업계 10대 뉴스

허윤영 기자


증권업계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꽃길’을 걸었다. 숙원이었던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가 점화된 가운데 주요 증권사 실적도 사상 최대치 기록을 새로 썼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투자에서 7조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키며 토종 투자은행(IB)의 한 단계 성장을 증명했다.

순탄했던 상반기를 뒤로하고 하반기엔 ‘가시밭길’로 접어들었다. 8월 일본의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 제외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대외 악재가 겹치며 코스피가 3년 여 만에 장중 1,900선을 내줬고, 1,000포인트를 바라본다던 코스닥은 신라젠을 비롯한 바이오 기업의 임상 리스크가 불거지며 휘청거렸다.

무엇보다 아팠던 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증권가를 대표하는 금융상품에서 잇단 사고가 터지며 신뢰에 상처가 난 점이다. 신뢰 회복은 내년 금융투자업계가 풀어야 하는 큰 숙제 중 하나다. 저무는 기해년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다. 올해 증권가를 뒤흔들었던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① 숙원이었던 증권거래세 인하…자본시장 과세체계 '대수술'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위는 올 3월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금융상품 간 손실과 이익을 합산하는 ‘손익통산’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 과세체계안을 발표했다. 국회가 증권거래서 폐지 논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이 급물살을 탔다.

이에 5월 30일 거래분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주식 거래세율이 0.3%에서 0.25%로 인하됐다. 지난 7월에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금융세제 선진화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금융세제 과세체계 전반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주식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조정 방안 등 금융세제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 간 손익통산 및 양도손실 이월공제가 골자다. 업계에선 그간 ‘누더기’라는 오명을 썼던 자본시장 과세체계가 합리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② 해외주식 100조원 시대 '활짝'

올해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며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99조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된 증권사도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렸다. 주요 증권사 5곳(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수수료는 지난해보다 67% 증가했다. 앞으로 증권사 브로커리지 사업 역량은 해외주식이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③ '스튜어드십 코드' 시대 도래…재계는 "경영개입" 반발

자본시장 ‘큰손’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주요 운용사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속속 동참했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투자 대상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높여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난 11월 위법행위가 드러난 기업의 이사에 대해 국민연금이 해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활성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반발이 한층 거세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주요 재계 단체는 ‘경영권 개입’이라고 맞서고 있다.

반면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선 스튜어드십 코드의 지향점은 배당이나 단기차익을 노리는 주주행동주의와는 다르다고 반박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높여나가겠다는 목적이지 경영개입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이다. 이에 장기투자를 전제로 △펀드 수수료 체계 개편 △금융당국의 운용사 경영평가시 예탁자산 회전율 수준 평가 등의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④ 자본시장 돌풍 일으킨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

올 1월 KCGI, 이른바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에 이어 한진의 2대 주주(8.03%)로 등극했다. KCGI는 '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한국지배구조개선)의 약자로, 강성부 대표가 LK투자파트너스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8월 설립한 신생 회사다.

굴지의 대기업을 상대로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운용업계에 큰 파장을 낳았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 시대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지난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KCGI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KCGI는 23일 한진칼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17.29%로 늘렸다. 단일 주주 기준 최대 지분율이다. 내년 3월 예정인 한진칼의 정기주주총회에서 KCGI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한진그룹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⑤ 증권사 사업모델 단순 수수료 수익→IB로 전환

상반기 증권사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록한 순이익은 2조 8,4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늘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대표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곧 1조원 시대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졌다.

호실적은 1분기부터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이례적으로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운용손익(트레이딩)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상반기 증권업계 트레이딩 이익은 1조 77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47.8% 급증했다.

투자은행(IB) 수익(2분기 수수료수익 8,942억원)이 수탁수수료 수익(8,948억원)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지표다. 국내 증권사가 증시 거래대금에 따른 단순 수수료수익 의존에서 벗어나 직접 자기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IB로 거듭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내년 실적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이미 올 3분기 증권사 순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30% 가까이 감소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부동산 투자를 옥죄기 시작한 것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리스크 관리 역량이 앞으로의 성적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⑥ 7조원 역대급 '빅 딜' 쏘아올린 미래에셋대우

지난 8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중국 안방보험이 매물로 내놓은 미국 고급호텔 15곳을 통째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금액은 약 58억 달러, 우리 돈으로 7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초대형 딜(Deal)이다. 증권업계에선 “자본시장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투자”라고 평가했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큰손들을 제치고 국내 IB가 글로벌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복합 리조트, 프랑스 덩케르크 터미널, 아마존 물류센터 등 상징적인 지역에서 조 단위에 육박하는 대형 딜(Deal) 소식이 이어졌고, 올해 미래에셋대우의 7조원 규모 ‘메가 딜’로 정점을 찍었다.

자기자본 확대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이 국내 IB 성장의 마중물이 됐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법 10년을 맞이했던 2019년,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IB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는 평가다.



⑦ 잇딴 임상 리스크…바이오주 '수난시대'

올해 투자자의 속을 태운 업종을 꼽자면 단연 바이오다. 올 3월 식품의약안전처가 코오롱티슈진 ‘인보사’의 판매 중지를 결정했고, 5월에는 허가를 취소했다. ‘인보사 사태’로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12개월 개선기간을 부여 받았으나, 관련 임원 2명이 구속되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인보사 사태’는 증권사 기업공개(IPO) 부서까지 조사 대상에 올라 ‘주관사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바이오주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2일 신라젠이 ‘펙사벡’ 임상3상 무용성 평가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 받으면서 4거래일 동안 70%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닥 시총의 30%를 차지하는 바이오 업종이 휘청거리자 지수 역시 급락했고, 8월 5일 코스닥 지수가 7.46% 폭락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업계에선 바이오 업종 분위기를 반전 시킬만한 이벤트로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꼽는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이 참석하는 가운데 해당 컨퍼런스에서 발표되는 내용을 토대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⑧ "국산화 지원하자" 금투업계가 주도한 소·부·장 바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국민들이 ‘불매 운동’으로 맞불을 놨다. 단순한 불매운동을 넘어 국내 기업의 기술 국산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소부장 기업 자금지원에 힘을 보탰다. 먼저 NH아문디자산운용이 ‘필승코리아펀드’를 조성해 국내 소재와 부품, 장비기업에 투자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펀드에 가입하면서 ‘애국펀드’로 입소문을 타 출시 1개월 뒤 운용규모가 64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도 소부장 기업의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단축해주는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상장 문턱을 낮췄다. 이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소부장 1호 기업 메틸라이프는 상장 첫날(지난 24일) 상한가(+30%)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규모가 소부장 펀드 바람은 이어진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성장금융은 투자손실의 약 30%까지 보전해주는 소부장펀드를 총 1000억원 규모로 내년 1월 중순 출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술국산화라는 화두를 던진 이번 소부장 바람이 단기에 그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꾸준히 이어져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⑨ 금리연계 DLF 사태로 금융권 신뢰 '뚝'

금리연계 DLF 사태는 국내 금융사의 상품 발행, 리스크 관리, 판매 단계에서 총체적 문제를 드러냈다.

상품의 기초가 되는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을 담당하는 증권사는 발행 수수료 수익을 올리려 고객 수익을 끌어내렸다. 판매를 담당한 은행은 ‘원금손실 가능성 0%’를 내세운 것도 모자라 판매 절차도 어겼다. 여기에 은행이 특정 자산운용사를 지목해 펀드 발행을 의뢰하는 이른바 주문자제작(OEM) 펀드 논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증권-운용-은행 모든 고리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셈이다.

DLF 사태의 여파는 상당했다. 당장 은행에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가 금지됐다. 막강한 판매채널을 잃게 되면서 증권사도 상품판매 수익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여기에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6월말 27조원에 달했던 개인투자자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10월 말 24조원으로 3조원이나 급감했다.

특히 업계에선 사모펀드 시장 위축을 우려한다. 사모펀드 시장 위축은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모험자본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단순한 금융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자본시장의 활력을 저하시켰다는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DLF 사태는 어느 정도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금융권은 신뢰 회복이라는 큰 숙제를 풀어야 한다.



⑩ 고속성장 민낯 드러낸 헤지펀드…라임자산운용 몰락

운용자산 5조원, 한국형 헤지펀드 1위 운용사였던 라임자산운용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10월 8일 라임자산운용은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에 재간접(펀드에 투자하는 구조)으로 투자한 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펀드에 담고 있던 사모채권과 메자닌(CB·BW)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환매가 연기된 금액만 1조 5,000억원을 넘어섰다.

리스크가 큰 코스닥 메자닌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결과다. '국내 헤지펀드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수익률을 추구했고, 이 과정에서 위험 관리에 실패했다.

이 여파로 메자닌 채권에 대한 경계감이 사모펀드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로 확대됐다. 고속 성장한 헤지펀드 시장 이면에 도사리고 있던 리스크 관리 문제가 터진 사태라는 평가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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