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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영세 운용사의 'OEM펀드' 유혹

판매사 '지시'로 펀드 설정, 운용보수 받아야 생존 담보
운용 관여 범주 모호, 운용사 경쟁력 기본기로 돌아가야

머니투데이방송 전병윤 차장byjeon@mtn.co.kr2020/01/03 16:14

#신생 자산운용사인 A사는 최근 한 증권사로부터 펀드 설정을 요구 받았다. 증권사 투자은행(IB) 부서가 딜소싱(투자처 발굴)을 주도했는데, 펀드를 해외 부동산 매입을 위한 일종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이같은 요청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런 경우 대게 운용사는 후선 업무만 진행하면 된다. 영세한 자산운용사는 펀드 설정 이후 운용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의 요청에 흔쾌히 응할 수밖에 없다. 아직 펀드 설정이 이뤄지지 않은 단계지만 이른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펀드'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OEM펀드는 불법이다. 타인의 자산을 대신 굴려주는 자산운용업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업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곳이 운용업에 관여한 것이므로 위법 행위다.

앞선 실례처럼 OEM펀드 정황은 금융투자업계에 종종 벌어진다. 특히 요즘처럼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스스로 투자회사 역할을 담당하는 IB 기능을 확대하는 추세에선 더욱 그렇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을 발굴해 오고 펀드를 결성하는 과정에서 어디까지를 운용 권한을 침범한 것으로 볼지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런 모호한 상황이 대게 '대형 증권사-소형 운용사' 조합에서 벌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사와 운용사간 힘의 불균형이 극대화된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경우 스스로 투자처를 발굴해 증권사를 투자자로 참여시키거나 증권사의 펀드 설정을 요청 받았더라도 이후 운용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때문에 OEM펀드로 귀결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반대로 펀드 설정이 어려워 생존이 버거운 소형 운용사는 판매사와 수직적 관계일 수밖에 없는데다 인력 부족 탓에 운용과정에서도 수동적이어서 운용 지시를 받는 방향으로 흐를 개연성이 크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손실 사태를 빚은 외국 국채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해외부동산펀드에서 OEM펀드 정황이 발견되자 개선안을 내놓았다. 판매사와 운용사의 협의 범위를 제한해 OEM펀드로 이어질 소지를 원천봉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에서는 딱 부러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 판매 부서에서 고객의 니즈(수요)를 파악해 특정 펀드를 구성해 달라는 협의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역시 OEM펀드로 포괄해 규제할 경우 시장의 자율성이 위축돼 투자자에게 적절한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를 현실에서 적용하다보면 경계선이 불분명할 때가 많다. 운용사 스스로 OEM펀드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한 소형 자산운용사 대표는 "정부 규제의 실효성과 합리성을 따지기 전에 OEM펀드인지 아닌지는 펀드매니저 스스로가 잘 안다"며 "운용의 주체성을 가지려면 운용사 스스로 전문성을 갖춰 기본기를 다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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