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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인사이트]]GV80 탄생 비화…21세기 럭셔리를 재정의 하다

인간을 향한 진보 GV80 제네시스 첫 완성작
동적인 우아함…상충되는 가치를 고객 경험 속에서 조화롭게 녹여
권순우 기자



<편집자주>
GV80이 출시됐다. 제네시스 브랜드 4번째 차종이며 첫 SUV다. 2015년 출시된 제네시스는 국내 첫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만든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있어 럭셔리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현대차그룹은 어떤 고민 속에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 더 많은 럭셔리를 갈망하는 사회
소비가 인간을 규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럭셔리는 가장 강력한 대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의식주(衣食住).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 사는지는 나를 표현하는 문법이다. 럭셔리는 개중 가장 영향력 있는 도구다. SNS를 통해 보는 눈이 많아진 요즘, 럭셔리의 효과는 더욱 빛을 발한다. SNS에 쏟아지는 수많은 ‘나’ 들은 럭셔리로 포장되고자 한다.

롤스로이스 고스트 내부 인테리어

전통적인 럭셔리는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다. 일반인은 평생 보기 힘든 좋은 소재를 사용해 오랜 경륜을 가진 장인이 만들어야 한다. 럭셔리카 롤스로이스의 시트 가죽은 고산 초원에 방목된 최고의 황소 가죽만을 사용한다. 롤스로이스 전용 목장에는 철사 울타리가 없다. 행여나 황소 가죽에 상처가 생길까봐서다. 차 한 대에 소 15~18마리의 가죽이 쓰인다. 40여명의 장인이 한땀 한땀 손바느질로 차를 만든다.

여기에 복제 불가능한 ‘헤리티지’를 더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설립자 칼 벤츠는 1886년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 3륜 자동차를 만들었다. 처음으로 4행정 내연기관차를 만들었던 다임러와 그의 동료 마이바흐는 다임러 그룹의 브랜드명으로 남아 있다. 세계적인 명품 핸드백을 만드는 루이비통은 1854년 귀족들의 여행용 트렁크를 만드는 공방에서 시작했다. 에르메스는 19세기 말에 채우는 마구를 만들던 가죽 제품 장인에서 시작됐다.

칼 벤츠가 1886년 만든 최초의 3륜 내연기관 자동차

그렇다고 품질, 기술력만으로 럭셔리 브랜드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 기업 시몬느는 ‘그림자 명품백’으로 불린다. 시몬느는 핸드백을 만들어 전량 수출한다. 시몬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에 달하고, 미국 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이렇게 많은 명품 핸드백을 만드는 시몬느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몬느의 핸드백은 마크제이콥스, 도나카란뉴욕, 코치 등 럭셔리 브랜드의 이름표를 달고 판매 된다. 럭셔리의 완성은 브랜드다.

눈 부시게 발전한 제조 기술은 화려하게 치장된 럭셔리에 의문을 제기한다. 나노 단위까지 구현할 수 있는 현대식 제조 기술은 장인의 손길 보다 정확하다. 루이비통은 더 이상 공방에서 가방을 만들지 않고, 수제 자동차를 만드는 엔지니어의 손길보다 더 정확한 기계가 포르쉐를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럭셔리는 있다. 소비자는 럭셔리를 원한다. 합리적 소비를 이야기하지만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그 이상의 만족을 얻는 럭셔리는 21세기에도 있다.

▲ 자동차의 럭셔리, 개념이 바뀐다
자동차는 존재 자체가 럭셔리였다. 대부분 사람이 구매하는 물건 중 가장 비싼 것은 차다. 이전까지 차는 존재 자체로 럭셔리 했다. 차를 소유했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가졌다는 의미다. 대중적으로 차를 소유하게 된 ‘마이카 시대’는 자본주의가 만든 중산층의 승리다.

대중 자동차가 보급된 이후에도 자동차는 대중차와 럭셔리차로 구분돼 있다. 럭셔리카의 근간은 성능이다. 시속 100km/h까지 몇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지, 최고 속도를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 내구성, 편의성은 얼마나 뛰어난지, 가방, 옷 등 치장이 주 목적인 다른 럭셔리와 달리 자동차는 긴 역사 속에 쌓아온 기술력이 매우 중요한 럭셔리의 요소였다.

뉘르부르크링 24시 출전한 현대차 고성능N

하지만 엔진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의 성능은 상향 평준화 됐다. 기술력을 자랑하던 브랜드들의 기술력은 운전자의 경험 이상으로 발전해버렸다. 도심에서 차를 타는데 최고 속도가 시속 300km든 400km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심지어 자동차의 심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 모터로 바뀌면서 엔진 기술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겸임교수는 “자동차 엔진 기술의 발전으로 배기량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1리터에 100마력 이상은 나와야 고성능 럭셔리 자동차지 하는 식으로 생각지 하지 않게 됐고, 더 이상 성능 경쟁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21세기 럭셔리는 난해하다. 새롭게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면서 중세 시대 귀족에 대한 납품 실적을 만들 수는 없다. 기능적 차별성, 기술적 우월성도 럭셔리의 충분조건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럭셔리는 있다. 차에서 내렸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시선과 그 시선을 받으면서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당당함. 21세기에 만들어진 제네시는 어떤 럭셔리를 이야기하고자 할까.

▲ 제네시스, 21세기 럭셔리를 만들다.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만들게 된 이유는 고객이다. 현대차에도 그랜저, 에쿠스 등 플래그십 모델이 있었지만 좀 더 고급스러운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좋은 차를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현대차는 현대차일 뿐이다.

2008년 출시된 1세대 제네시스(BH)

현대차가 처음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2003년. 4년 동안 5천억원이 넘는 자금과 4천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럭셔리 브랜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전 세계적 자동차 산업이 수렁에 빠졌고 럭셔리 브랜드 프로젝트는 전면 보류됐다. 그러면서 럭셔리 브랜드 차량으로 개발된 제네시스는 브랜드가 아닌 현대차의 차량으로 대중들 앞에 서게 됐다. 이후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쿠페, 2세대 제네시스 등으로 이어지며 인지도를 높였다.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발표한 정의선 부회장

2015년 11월 현대차그룹은 차명이었던 제네시스를 브랜드로 승격시켜 출범했다. 브랜드 명칭은 성능,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브랜드의 신기원을 열겠다는 의미에서 창세기라는 뜻의 제네시스로 명명됐다. 정의선 부회장은 ‘인간 중심의 진보’를 슬로건으로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을 알렸다. 제네시스라는 자동차 이름이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감안이 됐다.

▲ 제네시스, 디자인으로 럭셔리에 도전장을 내밀다.
럭셔리 자동차의 디자인은 브랜드와 함께 진화한다. 시대와, 고객과 소통하며 역사를 만든다. 벤츠의 디자인은 벤츠고, BMW의 디자인은 BMW다.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경험 속에 살아있다. 럭셔리 자동차를 타 본, 지켜본 경험이 브랜드를 설명한다. 디자인은 브랜드가 보여주는 상품이자 브랜드 그 자체다.

럭셔리 디자인의 감성의 영역이라 무엇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때로는 엠블럼이 디자인을 좌우하기도 한다. 모든 자동차 회사는 최선을 다해 디자인을 한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어떤 엠블럼을 가지고 있느냐, 어떤 브랜드의 차냐가 디자인의 호불호룰 좌우하기도 한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디자인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수용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네티즌들이 엠블럼을 바꿔 놓은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스팅어(출처. 보배드림)

역사가 짧은 제네시스의 디자인은 신생 럭셔리 브랜드가 가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 속에 만들어졌다. 신생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경험 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튀어야 한다. 튀지 않으면 수많은 자동차 중에 한 대일 뿐이다. 그렇다고 너무 화려한 디자인은 금방 질린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서 오래 가슴속에 남을 수 있는 상충되는 감성을 충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윤일헌 제네시스 디자인 실장은 “인지도가 낮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다. 제네시스는 출범한지 4년 밖에 안되는,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기회가 없었던 브랜드”라며 “반면 다소 보수적이고 정체돼 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단기간 내에 빨리 개선을 해서 맞출 수 있는 부분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중 브랜드와의 디자인 차별화도 쉽지 않은 과제다. 대중 브랜드는 생산 주기가 짧기 때문에 트렌드에 맞춰 시선을 끌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항상 그 시대에 맞는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실증이 날 때쯤이면 새로운 차를 출시해 대응한다.



럭셔리 브랜드는 역사를 만들어갈 굵은 선이 필요하다. 대중 브랜드는 한 대 한 대 차의 개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럭셔리 브랜드는 지속가능한 일관성도 필요하다. 그저 사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기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시간이 흘러 유행이 지나더라도, 자식에게 물려주더라도 계속 갖고 싶은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

윤일헌 제네시스 디자인실장은 “럭셔리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누구든 소유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주고, 한번 소유하고 나서도 이 차를 계속 소유하고 싶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아무리 세세한 부분도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성, 인간공학, 재료의 특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디자인을 했다”고 말했다.

많은 고민 끝에 제네시스가 선택한 디자인 철학은 ‘동적인 우아함’이다. 제네시스는 ‘궁수가 활을 당길 때 느껴지는 긴장감과 응집된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오랜 훈련으로 잘 다듬어진 아름답고 강건한 근육, 손을 놓는 순간 쏜살처럼 앞으로 뿜어져 나갈 것 같은 활의 운동성. 자동차라는 상품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이데아적인 형상이다.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역동성과 정숙하고 편안함을 주는 우아함은 상충되는 가치다. 상충되는 가치를 조화시킬 때 중심은 ‘고객’이다. 자동차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운전자가 이용하는 환경에서 자동차 디자인은 완성된다. 제네시스의 디자이너들은 고객들이 머무는 공간을 탐색했다.

윤일헌 제네시스 디자인실장은 “고객들의 생활 패턴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상품, 영업부문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제네시스만의 색깔과 고객의 니즈를 조화시키면서 플래그십 세단 G90은 우아한 상황에서 은근한 역동성을 보여주고, 스포츠 세단 G70은 역동적인 주행 중에 우아한 자태를 보여준다. 비중이 다를 뿐이지 어떤 환경에서도 숨어 있는 캐릭터들이 잘 드러나서 공존하는 자동차를 디자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에센시아 컨셉트

제네시스는 그에 더해 한국적 색채를 넣었다. 여기서 한국은 전통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 선진국으로 진입한 역동적인 국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IT 산업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래 지향적인 국가다. 한국적인 이미지는 앞서가는 소수가 소유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그들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가치를 담는다.

윤일헌 실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기술 변화에 익숙한 세대에 맞는 새로운 럭셔리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위 0.001%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폰처럼 비싸긴 하지만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고 성능적인 가치까지 더해진 제품은 21세기 럭셔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GV80,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완성하다.
제네시스 SUV GV80은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완성한 첫 차다. G70, G80, G90 등 세단 라인업은 브랜드 출범 이전에 출시, 개발된 차다.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하고 디자인팀이 꾸려진 후 개발이 시작돼 제네시스의 철학을 처음부터 기반으로 디자인된 차다.

제네시스 엠블럼에서 비롯된 GV80 전면부 디자인

GV80은 앞으로 이어갈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담고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의 시작은 엠블럼 그 자체다. 볼륨감 있는 후드 캐릭터 라인은 천마를 상징하는 엠블럼으로 집중된다. 엠블럼은 전면부 디자인을 형상한다.

명문 가문의 방패 문양을 상징하는 크레스트 그릴과 그 안을 가득 메운 반짝이는 G-매트릭스는 엠블럼 중앙 로고에서 비롯됐다. 또 엠블럼의 날개 부분은 크레스트 그릴 양 옆에 뻗은 날렵하면서도 우아한 쿼드램프로 구현됐다. 램프를 가로지르는 두줄은 제네시스만의 독창적인 라인을 완성했다. (세단에는 두 줄 램프가 없다) 헤드램프에서 시작된 두 줄은 측면 가네쉬, 후면 리어램프까지 이어진다.

GV80 출시 현장에서는 올해 출시될 G80 완전변경, SUV GV70, 내년에 출시될 전기차 등 향후 제네시스 차량의 실루엣이 공개됐다. 두 줄은 제네시스의 시그니처 라인으로 적용됐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코카콜라는 특유의 콜라병으로 나이키는 곡선 모델로, 아디다스는 3줄로 디자인 정체성을 드러낸다. GV80은 제네시스를 새롭게 정의하는 차량으로 적용된 2줄은 앞으로 모델에 상관없이 모든 제네시스 브랜드를 상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출시될 제네시스 차량 실루엣

두 줄은 신생 브랜드의 딜레마를 해소해 줄 솔루션이다. 두 줄은 조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밤이나 낮이나 사람들 눈에 띈다. 직관적이면서 세련된 두줄은 제네시스의 존재감을 알리면서도 촌스러운 화려함은 없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엠블럼의 날개는 쿼드램프의 근간이 됐다. 이 디자인은 가장 진보된 조명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 모빌리티 기술이 선사하는 21세기 럭셔리의 혁신
인간 중심의 진보는 무엇일까. 뛰어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을 배려한 혁신이다. 애플이 전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은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이미 2000년대 초반 보스가 선보인 기술이다.

제네시스는 안전/편의/연결성을 기반으로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 등 4대 핵심 속성을 정했다.

안전은 사람을 태우는 자동차가 갖춰야 할 본질적인 특성이다. 사고가 나더라도 충격을 분산 시켜 탑승자를 보호하고 사람이 머무는 공간은 강한 소재를 써서 충격이 미치는 것을 최소화한다. 미래 자동차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라도 안전은 자동차가 추구해야 할 가치다.

GV80에 탑재된 HDA2 자율주행 차로변경기능

인간 중심의 진보가 운전자를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는 핵심은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율주행은 운전을 하지 않아도 목적지에 갈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완벽한 자율 주행이 아니더라도 교통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솔루션이 된다.

차량 앞뒤, 양옆에 설치된 센서는 주변을 감지해 위험을 경고하고 자동차가 스스로 회피한다. 운전자가 잠시 신경을 못 쓰더라도 자동차는 차선 중심을 유지하고 충돌이 예상되는 찰나의 시점에는 스스로 멈추고 방향을 바꾼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전까지 자동차의 안전은 차체 설계, 에어백 설치 등 충돌하고 난 후를 기준으로 평가했다”며 “앞으로는 충돌하기 전에 각종 센서를 이용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인간이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자동차와 인간이 소통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운전대와 변속기다. 인간이 내리는 기계적인 명령을 자동차가 얼마나 제대로 수행하는지가 럭셔리 자동차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ICT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 동영상, 내비게이션, 공기청정은 물론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자 기기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을 자동차가 구현한다. 말로 창문을 여닫고,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정한다. 주유소에서, 주차장에서 신용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간편하게 결제한다. 손짓으로 목소리로 인간은 자동차와 소통한다.

GV80에 탑재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제네시스는 첫 SUV GV80을 출시하며 6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계기판, 센터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는 엔비디아 시스템칩이 원활하게 지원한다. 공조, 목적지 설정, 창문 및 트렁크 조작 등 음성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은 더 많아졌다.

또 주행 환경 최적화도 기술이 책임진다. 제네시스 GV80은 최초로 머신러닝 기반 스마트크루즈 컨트롤을 적용했다. 주행 중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스마트크루즈 컨트롤은 속도를 기준으로 움직였다.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운전자의 성향에 맞춰 가속, 감속을 조절할 수 있다. 또 능동형 노면소음 방지 기술은 0.002초 안에 노면을 감지해 반대 음파를 생성해 정숙한 실내 환경을 만든다.

기술의 발전은 자동차 안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운전자를 케어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내 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원격으로 공조, 문과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 또 주기적으로 원격 정비 진단도 할 수 있다. 에어백이 터지는 교통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인지해 긴급 구조, 사고 처리도 지원한다. 차량 정비가 필요하면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차량을 인수해 정비하고 원하는 장소로 인도해준다.

이전 세대의 럭셔리를 ‘전통’이 만들었다면 21세기 럭셔리의 가치는 ‘혁신’이 만든다. 그 중에서도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기술 혁신이 21세기 럭셔리의 조건이다. 럭셔리 자동차는 자동차 고유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기술 혁신을 통해 운전자를 보호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차다.

▲GV80 출시, 제네시스 도약의 시작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하고 G70, G80, G90 등 세단 라인업이 구축됐다. 지난해 제네시스 국내 판매는 5만 6801대로 전년에 비해 소폭 줄었다. 주력 모델인 G80이 완전 변경을 앞두고 있고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2만 1236대가 판매되며 전년에 비해 105.9% 대폭 늘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3.7%로 프리미엄 브랜드 기준 10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제네시스가 경쟁 목표로 삼고 있는 BMW, 벤츠, 렉서스, 아우디 는 상위 1~4위를 차지하고 있고 제네시스 뒤로는 포르쉐, 마세라티,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최고가 브랜드들이 위치하고 있다.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제네시스 G70

제네시스는 2015년 출범 이후 JD파워, 컨슈머리포트 등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인정 받았고 특히 G70은 ‘북미 올해의 차’를 비롯해 18개 자동차 부문의 각종 상을 수상했다. 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은 다소 아쉬웠다.

럭셔리 시장의 주도권이 SUV로 넘어가고 있는데 제네시스는 SUV 라인업이 없었다. 또 럭셔리 브랜드로 출범했지만 제네시스 판매 네트워크가 부족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말까지 미국 시장에 딜러망 350개를 구축했고 SUV 모델 GV80은 6월쯤 미국에 투입될 예정이다.

제네시스 GV80

올해 처음 출시된 SUV 모델 GV80은 국내 출시 첫 날 1만 5천대가 계약되며 제네시스의 도약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연간 판매 목표 2만 4천대가 무색할 정도다.

이용우 부사장(제네시스 사업부장)은 “올해 해외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안착시키고 그 후광 효과로 유럽, 중국 등 타 지역에 점차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1년 6개월 이내에 SUV 모델 2개, 전기차 모델 1개 등 전체 6개 포트폴리오를 완성시켜 전 세계적으로 판매 및 브랜드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앞에 놓은 과제는 녹록치 않다. 라인업을 늘리고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업무다.

럭셔리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고급 소재를 쓰고 높은 수준의 기술을 적용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심지어 자동차에서 내연기관이 사라지면서 브랜드 보다 더 큰 범주인 자동차라는 상품 자체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시기에 럭셔리 자동차가 어때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됐다.

‘진정성’이다.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인간 중심의 진보’는 어떤 모빌리티 환경에서도 필요한 가치다. 단순히 멋진 차가 아니라 고객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가장 멋진 차, 단순한 첨단 기술이 아니라 운전자를 위해 고도화된 기술. 역사를 넘어서는 혁신과 그에 대한 진정성은 21세기형 럭셔리를 표방하는 제네시스가 끝없이 추구해야 할 목표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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