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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칼로 물 벤 한진칼…뒤에서 웃는 강성부

'집안 싸움' 아닌 '오너 경영 vs 전문경영체제'
조원태 회장, 경영 능력 입증 '부담'

머니투데이방송 조형근 기자root04@mtn.co.kr2020/02/11 16:17

한진그룹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이 '칼로 물 베 듯' 끝난 모양새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모두 조원태 한진그룹 손을 들어주면서, 반기를 들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만 고립된 채 '집안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다만 조원태 회장이 향후에도 경영권을 쥐고 있을지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오너 경영 vs 전문경영인' 구도의 대결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머니투데이 DB


■ 조원태 회장, 승기 잡았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는 최근 호텔·레저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더해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이 맡았던 한진칼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졌던 호텔·레저 사업을 정리해 KCGI와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이하 3자 주주연합)을 흔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한진칼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표를 끌어온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양 측의 지분 차이가 1.47% 포인트에 불과한 만큼, 지분 3% 가량(추정치) 보유한 국민연금의 표가 중요한 상황.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하도록 하기 위해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방침을 통해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또 사내이사의 선임과 관련해선 '과도한 겸직' 등을 반대 사유로 정해놨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표심이 3자 주주연합 측에 쏠리지 않는다면,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다.

■ "급한불 껐을 뿐"…경영 시험대 '지속'

다만 조 회장이 완벽하게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3자 주주연합이 임시 주주총회를 언제든 요구할 수 있어서다. 상법(제366조)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사회를 통해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등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이 미흡하다면, 국민연금도 언제든 3자 주주연합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열려있다.

때문에 조원태 회장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임시 주주총회에서 3자 주주연합 측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집안 싸움'에선 이겼을지 몰라도 회사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전문경영인체제를 요구하는 3자 주주연합이 결과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며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일부 운용사도 KCGI 측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뒤에서 웃는 KCGI


결국 상황은 KCGI 측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조 회장이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 기업가치를 높인다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KCGI가 원하는대로 전문경영인제도를 들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CGI가 한진그룹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앞서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가 결의한 '지배구조 개선안'은 지난 2018년 말부터 KCGI가 요구한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시간도 조 회장보다 KCGI에게 긍정적이다. KCGI는 한진칼에 투자한 펀드의 환매를 1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10년 동안 펀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한 만큼, 장기간에 걸쳐 경영참여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KCGI는 이 기간동안 운용보수도 꾸준히 받기에 큰 부담이 없다.

반면 조 회장은 이번에 연임에 성공해도 3년 뒤 다시 연임 여부를 주주의 손에 맞겨야 한다. 3년 단위로 경영을 평가받아야 하는 만큼, KCGI의 목소리를 무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KCGI는 최근 한진칼 지분을 5% 포인트 가량 늘리면서 주식을 4만원 대에 매수하기도 했지만, 총 지분의 평균 매입단가는 3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KCGI는 처음 한진칼에 경영참여를 선언한 당시(2018년 11월 14일) 지분 5%를 평균 2만 4,557원에 매수했고, 이전 보유지분(4.9%)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지분을 12.68% 보유했다고 공시했을 때에도 평균 3만원 선 아래에서 지분을 매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의 한진칼 지분 평균 매입 단가는 3만원 정도로 보인다"며 "현재 주가로 보면 KCGI는 이미 높은 수익을 기록 중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에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이 다시 일어나더라도 기대심리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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