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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업계에 '담합조사' 극약처방 꺼낸 정부, 왜?

-수거업계-제지업계 '힘 겨루기'에 폐지논란 장기화 조짐…정부, 강력 조치 내놔
-4월 총선 앞두고 민심 챙기기란 해석도
신아름 기자

한 고물상에 폐지가 쌓여있는 모습/사진=뉴스1

일부 수거업체들의 폐지수거 '보이콧'에서 촉발된 폐지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수거업체들의 일방적 통보에 제지업계가 즉각적인 우려 표명으로 맞서며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가격 담합 여부 조사라는 고강도 제재 카드를 꺼내들며 양 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수거업체-폐지압축업체-제지업체'로 이어지는 제지 제조 체인망 내 가격 담합 행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해 담합 등 불공정 거래 사실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최근 수거업체와 제지업체 간 폐지 수거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 점화하면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환경부가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수거거부 통보가 부른 '나비효과'=수거업계와 제지업계 간 힘겨루기는 수거업체들의 수거 거부 움직임이 발단이 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폐지를 수거하는 업체들의 모임인 '공동주택 재활용가능자원 수집운반협회'는 지난 3일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폐지수거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제지업체들이 재활용이 힘든 국내 폐지를 사가지 않아 폐지를 수거해봤자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거업계는 제지업계가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폐지를 많이 쓰고 있어 국내 폐지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 역시 폐지 수거 중단의 주요 사유라며 폐지 수입을 제한해야 한다고도 했다.

서울시는 관할 부처인 환경부에 해당 사안을 이첩했는데 그 사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한나절가량 폐지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18년 초 발생한 폐지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게 된 이유다.

환경부는 10일 오후 부랴부랴 제지업체들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수거업체들의 주장처럼 실제 제지업체들이 폐지 매입을 거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향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제지업계는 국산 폐지의 품질상 문제점 때문에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을 적극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거업계 주장처럼 싼 가격 때문에 수입산 폐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수입산의 품질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입폐지는 국산폐지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

◇제지업계, "수입폐지 제한이 악순환 부른다"=수거업계가 제지업계로 화살을 돌리자 제지업계도 반격에 나섰다.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골판지 조합)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골판지 업계가 수입폐지를 쓰는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니라 높은 품질 때문"이라며 "고품질의 수입폐지를 저품질의 국산폐지와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 폐지의 경우 재활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를 원재료로 하는 골판지 원지의 경우 품질을 결정하는 섬유질이 극단적으로 짧아져 강도가 저하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천연펄프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미국산 폐골판지(AOCC) 등 수입폐지를 섞어 강도를 유지한다는 게 골판지 조합의 설명이다.

골판지 조합은 "폐지 수입을 제한한다면 유통조건에 맞는 고품질의 골판지 상자를 제조하기 위해 국산 대비 품질이 좋은 수입 골판지 원지 사용이 불가피해진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골판지 원지 수요를 떨어뜨려 다시 국산 폐지 사용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담합조사' 칼 빼들며 극약처방 내린 정부=환경부는 재빨리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내놨다. 폐지 수거 거부는 국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로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취지다.

세부적으로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온 거래 관행을 깨고, 실제 수거거부 사례 발생 시 공공수거체계로 즉시 전환할 방침이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수거를 거부하는 업자엔 과태료와 영업정지, 시설폐쇄 등 조치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가격 담합 등 불공정 거래 가능성을 조사해 적발될 시 처발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일종의 선전포고인 셈인데,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이탈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애초 싹부터 잘라내겠다는 강력 의지로 읽힌다.

제지업계는 가격담합으로 45개 업체들이 총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2016년의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원료 구매서부터 중간 가공, 최종 제품 판매 단계에 이르기까지 제지업계가 수년에 걸쳐 전방위적인 담합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담합 등 불공정 거래 행위 조사까지 들고 나온 것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쓴 것"이라며 "그만큼 정부가 이번 사태를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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