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 금리인하 기대 고조…한은은 "신중 또 신중"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 사진=뉴스1


‘코로나19’ 충격에 국내 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 시장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곧 열릴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의에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경제가 하강기였던 2015년 메르스(MERS) 확산 당시와 상황이 다르고,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7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올해 첫 금통위였던 지난달 17일 한은은 기준금리을 연 1.2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은 사스(SARS)와 메르스(MERS) 발생 당시, 경제심리가 위축되자 환자 발생일 다음달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앞선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은 앞선 2003년 사스(SARS)와 2015년 메르스(MERS) 사태보다 심각할 것”이라며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2~3배 정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낮아지고 있어 한국의 대중 수출 역시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상당히 신중하다. 코로나19 여파가 얼마나 클 지, 어느 정도 지속될 지 알기 어려워 경제지표가 확인된 뒤 금리 인하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입장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메르스 당시에는 경제가 본격적으로 하강기에 들어설 때고 지금은 바닥을 지나서 회복되려는 단계에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은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있기 때문에 함께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로 확산될 지, 지속기간이 얼마일 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제 영향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쉽게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이자 부담이 줄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집값 잡기에 나선 정부 정책과 배치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우려 때문에 금리인하를 머뭇거릴 이유는 없다”며 “저금리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어느정도 일조한 것은 사살이지만 통화정책의 본질은 부동산이 아니라 경기와 물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