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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인터뷰⑥] 소설가 은희경, "타인에 대해 무례한 세상...각자 고립 상태로"


머니투데이방송 유지승 기자raintree@mtn.co.kr2020/02/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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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보트에서 만난 지식인들 시간입니다. MTN은 9명의 지식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사회, 경제, 환경, 산업적 문제를 짚어보고,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적 통찰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① '1세대 환경운동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②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③ 조천호 대기과학자, 경제 산업 흔드는 '기후위기'
④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쓰레기 섬의 위협'
⑤ '잡식가족의 딜레마' 황윤 감독, 공장식 축산에 일침
⑥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 은희경,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
⑦ 글쓰는 의사 남궁인, 죽음 오가는 응급실에서 본 삶이란
⑧ 청춘들 열광하는 오은 시인,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
⑨ IT 전문가로 돌아온 전 이투스 창업자 김문수 대표

[MTN인터뷰⑥]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 은희경, "섬세함이 부족한 사회"

질문> 소설가님의 책에는 사람의 대한 깊고도 예리한 통찰이 담겨 있어 늘 깊은 인상을 주는데요. 삶이란 매 순간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인데,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팁을 주신다면요?

답> 제가 이번에 쓴 소설은 빛의 과거라는 소설인데 그 소설에서도 나오지만 우리는 우리가 누구라고 알고 그 사람으로 살거든요. 나는 소극적인 성격이야. 나는 유능한 사람이야. 나는 기대를 받는 사람이야. 뭐라고 자기를 정해서 그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하는데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오해일 수 있거든요. 우리가 어떤 틀이나 억압에 의해서 이렇게 자기를 오해하는 것일 수 있어요.

그게 특히 과거에 대한 나의 생각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 소설에서도 40년 전 과거를 똑같이 겪은 일인데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 얘기가 나오는데. 누구의 기억이 더 정확하다 맞다가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기억대로 살아가고, 각자의 존재를 자기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뭔가 남의 기준으로 그걸 평가하는게 아니라 그 자체가 나라는 생각이 지금의 나를 긍정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에 속해서 적극적인 자기 선택에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그런 것을 두려워서 피하거나 그런 경우가 많은데. 그게 어떻게 보면 약자의 어떤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근데 저는 그럴수록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조금 막연한 이야기 같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는 너무 획일화된 기준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가 서열 사회인 것도 있고, 결정하는 사람들이 너무 보수적이고, 많은 기득권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들 때문에 사회가 조금 모험을 하는데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기보다 원래 있던 시스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이 많고 볼 수 있죠.

질문> 직접적인 언급은 안하셨지만, 연결되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많습니다.

답> 사회적으로 제한된 조건을 가지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계층이 있는 것이고, 그런 경우에는 기회균등이라는 것이 사실 허사죠. 왜냐면 교육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교육에서부터 벌써 차이를 겪잖아요. 어떤 문제에 닥쳤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너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빈곤 문제나 계층간의 갈등 문제가 너무 다 맞물려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회운동가도 아니고 작가니까 조금 막연할 수 있지만, 제 문장으로 얘기하면 우리는 조금 더 타인에 대해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 같아요. 내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고 저 사람 기준도 있을 거란 전제 하에 상대방의 방식을 존중해야 하는데 너무 이걸 지키고 살아야지 안전하다. 이런 생각이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 많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 사회 곳곳에 여러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답> 우리도 동시대에 사는 동시대인이면서 원래 알던 방식으로 지금을 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동년배들을 보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환경, 2019년 12월이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졌는데 왜 옛날식으로 살려고 하느냐고 물어요. 자기가 좋았던 시절, 자기가 만족했던 그 시절의 논리로 현재를 자꾸 평가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에게 뭐라고 한다기보다, 제 또래의 사람들에게 지금을 살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옛날 방식으로 살지 말고. 만약 옛날 방식으로 살고 싶으면 이 나이가 옛날 같으면 그냥 뒷방에 있는 그런거지. 지금처럼 주체적으로 여행도 하고, 어디가서 활동도하고, 그렇게 할 수 없는 나이잖아요? 옛날 사람으로 살고 싶으면 아예 옛날 사람이 되던지, 그런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옛날 사람처럼 살려고 하는 그런 모순을 볼 때가 좀 있어요.

질문> 세대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데요. 풀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걸까요?

답> '빛의 과거' 소설에서도 표현했지만, 대통령 이름만 말해도 입을 틀어막고 과거 군사독제 시대를 살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굉장히 빨라야 했고. 남의 눈치를 봐야하고, 줄을 잘서지 않으면 손해를 보고, 그렇게 해야 됐던 그 개인의 내력 같은것? 그걸 젊은이들이 안다면 서로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젊은이들은 다르잖아요.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내가 자란 환경에서 젊은이들이 이랬다는 것은 대입할 수가 없거든요.

질문> 지금 우리 사회에 부족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요?

답> 저는 우리 사회에 섬세함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대한테 무례해요. 섬세함이라는 것은 사람을 대상화해서 '노인이다. 학생이다. 여자다.' 이렇게만 보면 '노인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선입견만 작동돼요. 어떤 노인이란 그룹, 젊은이란 그룹으로 보기 이전에 한사람의 개인으로 보는 섬세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기방식대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 태도가 위에서 볼땐 버릇이 없다. 젊은사람들이 볼 땐 고리타분하다. 그런게 상대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섬세함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질문> 점차 개개인이 목소리를 많이 내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 시대라고 보시는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면요?

답> 모두에게 발언권이 있다는, 민주주의라는 것의 허점이라는게 뭘까라는 생각도 가끔해봐요. 기본적으로는 모두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다음 단계로서 편집된 세상을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어떤 기준에서 편집된 세상을 알고 싶다. 모두의 생각을 내가 알 수는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1인 미디어 시대에 '에고의 시대'에 관해 생각을 해봐요. 자기 표현을 넘어서 자기 연출, 자기 노출 이런거까지 갈 정도로 에고가 강해지는데 그러다보니까 너무 타인에 대해서 섬세함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게 무례함이 되는건데. 그러다보면 서로 각자 고립되죠. 서로 소통을 할 수가 없으니까.

저는 한국 근대사에서 경제개발이 급하게 이뤄지니까 넘어진 사람 내버려두고 저기 도착해야 한다. 이런 논리로 안일으켜주고 막 갔던 시기가 있었잖아요. 그 시기에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그래도 그 사람들에 대해서 경계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그런 사람을 잊으면 안된다는 경계심이죠.

그때 배금주의 비판하고, 70년대에 '돈이면 다 되는 세상 같지만 마음 속에 부자라고 행복한건 아니란다', '돈이 다는 아니란다.' 이런 것들을 한쪽에서 말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예 그 장치 조차 없어요.

지금은 체면 차리는 것 조차 없으니까. 지금은 그냥 노골적으로 자기 욕망을. 뭐 어때. 갖는 게 최고지. 높이 가는 게 최고지. 이렇게 실리나 자기 욕망을 그냥 드러내요.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그런게 사회를 천박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질문> 섬세함이 부족한 사회, 서로 고립되는 상태가 된다는 것. 참 외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답>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신이 혼자 사는게 아니라, 같이 사는 사회라는 생각이 있었었죠. 그런데 이제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한테 이익이 되는 건가, 뭐 하나를 해도 이게 지금 나한테 당장 이익이 되는지, 너무 보는게 짧아지고, 점점 나로 수렴되고 그러다보니 타인에 대해 너무 무례하게 되는거죠.

질문> 오늘 이야기들, 신작 ‘빚의 과거’ 소설과도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답> 네. 빚의 과거라는 장편소설인데요. 2017년이 현재고요. 그 현재에 1977년을 돌아보는 이야기에요. 1977년에 두 주인공이 대학교 1학년 여자대학 기숙사에서 만났던 그 시기에요. 그 주인공 중에 한 주인공이 소설가라서 그 배경으로 기숙사에서 소설을 냈어요. 그런데 다른 주인공이 이 소설을 읽어보니까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거랑 완전히 다른거에요.

특히 내가 보는 너와 너가보는 너와 같이 인간이 자기를 누구라고 알고 있는 것과 자기랑은 완전히 다른거에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통찰을 해보는 것이죠. 또 설정한 1977년이란 시기가 40년 전이기 때문에 40년 전에 이 사회가 비문명적인 사회여서 인간을 얼마나 억압하고 어이없는 것으로 사람의 권리를 박탈해 갔는지, 시대적인 기호를 갖고 재밌게 그려보려고 했어요.

'새의 선물’이 유효하지 않다는게 아니지만 그때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약했고. 세상을 못바꾸니까 내 생각이라도 바꾸자. 이런 태도였는데 지금은 내가 그렇게 자기 방어적으로 했던 것이 결국 소극적인 삶의 태도가 되서 문제해결이 안돼 지금 세대까지 숙제를 떠맡은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이 소설에는 들어있어요.

[대담 : 유지승, 촬영·편집 : 심재진, 그래픽·자막 : 황미혜·박혜경]


유지승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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