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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인터뷰⑧] 오은 시인, "잠깐만요, 놓고 오신 건 없나요?"

유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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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보트에서 만난 지식인들 시간입니다. MTN은 9명의 지식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사회, 경제, 환경, 산업적 문제를 짚어보고,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적 통찰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① '1세대 환경운동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②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③ 조천호 대기과학자, 경제 산업 흔드는 '기후위기'
④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쓰레기 섬의 위협'
⑤ '잡식가족의 딜레마' 황윤 감독, 공장식 축산에 일침
⑥ 대한민국 대표 소설가 은희경,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
⑦ 글쓰는 의사 남궁인, 죽음 오가는 응급실에서 본 삶이란
⑧ 청춘들 열광하는 오은 시인,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
⑨ IT 전문가로 돌아온 전 이투스 창업자 김문수 대표

[MTN인터뷰⑧] 청춘들 열광하는 오은 시인,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

질문>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답> 안녕하세요. 시쓰는 오은입니다. 시가 왜 필요하냐 질문을 던지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달려가잖아요. 달려가다가 갑자기 두고온거 없는지 길에 멈춰설때가 있어요. 그리고 주머니를 뒤지고 잠깐 뒤를 돌아보죠. 그런 시간이 내가 놓고왔구나 안놓고왔구나. 깨닫는 시간이잖아요 잠시 멈춤 시간을 주는게 책읽는 시간이 그걸 가장 잘해주는 것 같아요.

질문>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정말 잠시 멈춤의 시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답> 우리는 매일 매일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5분 짜리 알짜 영상, 요약 영상도 있고 자극적인 영상도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하하호호 웃기만해도 괜찮을까 우리가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걸까 돌아보는 시간, 그 순간을 얻고자 하는 분들은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런 순간들이 필요하죠. 왜냐면 내가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아니겠어요?

사실 저는 외로움을 즐기는 사람이에요. 외로울 때 내가 내가 누구인지 가장 선명해지거든요. 우리가 항상 하하호호웃고 화려한 상황에 있을 때는 나 자신이 잘 안보여요. 약간 따로 떨어져 있을 때 내가 누구인지 생각을 하게되잖아요. 그런 어떤 상황이 필요할때 시가 필요합니다.

저는 사실 한국 사회가 늘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시라는 것은 문학이라는 것은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쓸모없는 것이기도 해요. 왜냐면 문화를 접하고난 다음에 아, 감동 받았어. 달라졌어. 라고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순간이 모이고 모여야 사람이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내면을 한번 돌아보고 우리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나다운지 발견하는 시간을 갖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질문> 서바이벌이란 시가 매우 인상 깊습니다. 요즘 시대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답> 서바이벌이란 시를 쓸 때 이런 생각했어요. 서바이벌 프로그램볼때 매주 한명이 떨어져요. 그리고 마지막에남은 한사람이 서바이벌장에서 우승한 사람이라는 건데 사실 저희가 일상도 서바이벌이에요.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누군가는 합격을 하고 누군가는 떨어지겠죠. 공무원 시험도, 기업 시험도 마찬가지일거에요. 늘 당락이 결정되는 순간에 놓여있는거에요.

그러니까 자꾸 떨어지는 사람은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는거에요. 이게 쌓이고 쌓이면 일상이 생활이라는 감각이 생존이라는 감각이 더욱더 커진다는거죠. 생존이 커질때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애쓰기 우리가 삶을 어떻게 가꿔야 될까. 어떻게 하면 내 삶이 풍요로워질까 돈이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에서. 이런것들을 더 생각하지 않게 되는거고 이런게 쌓이면 삶이 더 삭막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서 쓴 시입니다.

질문> 과감하게 도전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은데요.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일까요?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답> 돈을 많이 주는 직업도 중요하고 안정된 직업도 중요하지만, 내가 여가가 있어서 틈이 날 때 어떤 것을 할 수 있을 지, 틈을 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직업을 꿈꿨으면 합니다. 시간을 많이 주는 직업도 좋은 직업 같아요.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은 밥벌이로써 내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생각을 해야지, 이 직업으로 자아실현을 하고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나를 꿈꾸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까 직업을 가지면서도 틈틈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가. 그일이 나를 생기 있게 만들어주고 나의 다른 모습을 끄집어 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질문> '결혼을 하려고 해도 집이 없다. 그래서 미래가 없다.'는 이른바 '포기 세대'의 암울한 사회 분위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답>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걸 보니까 내가 아무리 평생 돈을 모아도 저걸 가질 수 없겠구나 하는 것 때문에 희망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택청약이 몰리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적을 돈을 들여서 내돈을 가질 수 있을까가 꿈이 되어버린 것인데요.

저는 사실 제가 살고 있는집도 자각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가 머무는 공간이 사랑스러워요. 제가 사는 만큼은 제 집이라는 생각이거든요. 꼭 계약서에 집주인이 내가 돼 있지 않아도 내가 발들이는 공간이 집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언젠가는 서울이 꼭 아니여도 지역에 작은 집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처음부터 몇억 몇십억 하면 몸이 굳잖아요. 내가 아무리 애써서 모아도 내가 할 수가 없는 집이잖아요. 물론 저도 복권을 자주 사고있긴하지만 그런거 아니고야 힘들잖아요. 일확천금아니면 가질 수 없는 부동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해야지 내가 평생 집을 구할 수 없어. 좌절하거나 주택청약에 올인해서 거기에만 눈이 불거지면 오히려 내가 하고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잊어버리지 않을까요?

[대담 : 유지승, 촬영·편집 : 심재진, 그래픽·자막 : 황미혜·박혜경]

유지승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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