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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의 민낯]③ 금융당국, '라임·DLF' 불씨 번질 때 '강건너 불구경'

라임 부실운용 인지하고도 늑장대응 비판…DLF 불완전판매, CEO 중징계 무리수 논란
김이슬 기자


[편집자주]최대 49인, 소위 돈 많고 투자 좀 한다는 '선수'만을 대상으로 한 사모(私募)펀드 시장이 민낯을 드러냈다. 독일·영국 국채금리와 파생을 섞은 고위험 상품 '파생결합펀드(DLF)'가 금융에 문외한 고객을 대상으로 선진국 예금상품인 양 팔렸고, 일부 판매사는 라임자산운용과 펀드 손실을 감추는 '사기' 행각도 벌였다. 탐욕이 빚은 참담한 결과다.
이번 사태는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통렬한 반면교사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동시에 사모펀드 전체를 불신해 무차별 규제로 돌아서는 교각살우 역시 경계해야 한다. 지금의 판매사, 자산운용사의 구조적 문제점 뿐만 아니라 책임을 금융사에만 전가하는 듯한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도 조명해본다.

사모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1조7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손실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펀드'의 실체도 드러났고 펀드 가입자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은 판매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운용사의 단순 실수 차원을 넘어 손실을 숨기고 수익률을 부풀리는 등 금융사기 혐의마저 확인돼 라임을 둘러싼 '검은 커넥션'으로 번지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원금손실을 낸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부터 금융권 신뢰를 송두리째 흔든 사태로 이르기까지 금융당국이 부실을 예방하거나 확산을 막는 '방역'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커진다. 투자자 피해가 현실화된 연이은 사모펀드 부실 사태 속에서 금융위원회의 일방향적인 사모펀드 제도 설계와 부실 위험을 감지하고도 늑장대응한 금융감독원의 감독 실패가 낳은 합작품이란 지적이 나온다.

□ 라임펀드 '희대의 금융사기'…금감원 '강 건너 불구경'

금감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중간 검사결과를 보면 라임 펀드 사태는 설계부터 운용, 판매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4개 모(母)펀드는 투자자에 단기 환매가 가능한 것처럼 판매해놓고 실상은 만기 2년짜리 장기 자산에 투자했다. 또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무역금융펀드가 다단계 금융사기에 휘말린 사실도 숨겼다. 부실을 다른 정상펀드로 옮기는 '폭탄 돌리기'도 서슴지 않았다.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수익률을 부풀려 판매를 지속했고 이런 행태는 일부 경영진에 의해 암암리에 진행됐다.

이처럼 비정상적 운용이 횡행하는데도 금융당국은 제때 손을 쓰지 못했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이상징후를 지난해 6월쯤 인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권을 행사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금감원은 환매 중단 사태가 본격화된 8월에서야 라임 펀드 조사를 시작했고 이후 중간검사 결과와 향후 대응방안을 내놓기까지 또 6개월이 걸렸다. 피해 확산을 막고 빠른 수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채 관망하기만 하다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라임사태에 늑장대응 했다'는 지적에 대해 "펀드 구조가 복잡해 사실확인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환매절차 방안을 만드는데 서두르다 보면 펀드런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모든 수단과 자원을 총동원해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의 수탁액이 가파르게 늘고 운용방식도 채권이 아닌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인 전환사채(CB)와 같은 증권)에 집중 투자하며 고수익을 거두는 이상징후를 파악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라임자산운용은 2015년 12월 금융위에 등록, 자기자본금 338억원으로 시작한 뒤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수탁액을 급격히 늘렸고 지난해 7월말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6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윤 원장은 사전 규제감독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자율규제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개입하기 어려웠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감독 부실 이전에 정책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완화되는 속도가 빨랐고 그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모펀드 육성이란 순기능만 바라보며 규제를 푼 금융위의 정책이 연이은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이라는 인식을 은연 중에 드러낸 것이다.


□ 사모펀드 진입장벽 낮춘 정책, '라임사태' 참사 초래했나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주도한 금융위로선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이 곤혹스럽다. 금융위는 중소·벤처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모험자본을 육성하려면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정책적 목적에 따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를 기존 인가제에서 문턱을 낮춘 등록제 방식으로 바꿨다.

결국 빗장이 크게 풀리면서 당국의 규제망을 벗어나 자유롭게 운용하는 사모펀드 운용사와 펀드가 우후죽순 생겼다. 일부 시민단체는 금융위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법개정에 나서면서 증권사는 고위험상품 판매에 몰두하고, 직원들에게 성과를 내도록 압박했다고 주장한다. 금융위의 정책실패가 라임 사태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지나친 규제완화가 독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에 금융위는 '규제완화의 딜레마'를 언급하며 화살을 피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혁신금융을 위해 규제를 풀다보면 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악용하는 사례가 따라온다"고 말했다.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사고도 감당할 일이 생긴다는 관점이다. 이번 라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온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안 역시 개인투자 요건이나 판매사·운용사 책임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쳐 빈약한 대책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고 우려 때문에 한 발짝도 못 나간다면 사모펀드를 한국에서는 못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규제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 금융당국, 금융사에 책임 떠넘기기…시민단체 "자성해야" 이례적 비판

금융당국이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금융사에만 엄벌을 내려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펍드(DLF) 사태의 경우도 금감원이 사전에 사태를 방지할 기회가 있었다. 2018년 10월 금감원은 암행 감사를 통해 DLF 판매과정에서의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표 진보 시민단체를 필두로 투자자 피해를 확산시킨 DLF 사태가 오로지 은행만의 잘못이 아니고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에도 책임이 있다는 이례적 비평을 내놓은 이유다.

금감원이 제재 근거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은행 최고경영진에게 DLF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린 결정도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달 30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금융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행령을 근거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이 CEO 중징계로 직결될 정도로 미흡했는지와 CEO가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두고 법적 다툼의 여지가 컸던 사안이다. 실제 은성수 위원장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장 전결로 금융사 경영진의 3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를 처분할 권한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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