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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사모펀드 민낯 드러낸 '라임사태'…안전장치도 '무용지물'

[사모의 민낯]④

머니투데이방송 허윤영 기자hyy@mtn.co.kr2020/02/27 11:53

[편집자주]최대 49인, 소위 돈 많고 투자 좀 한다는 '선수'만을 대상으로 한 사모(私募)펀드 시장이 민낯을 드러냈다. 독일·영국 국채금리와 파생을 섞은 고위험 상품 '파생결합펀드(DLF)'가 금융에 문외한 고객을 대상으로 선진국 예금상품인 양 팔렸고, 일부 판매사는 라임자산운용과 펀드 손실을 감추는 '사기' 행각도 벌였다. 탐욕이 빚은 참담한 결과다.
이번 사태는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통렬한 반면교사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동시에 사모펀드 전체를 불신해 무차별 규제로 돌아서는 교각살우 역시 경계해야 한다. 지금의 판매사, 자산운용사의 구조적 문제점 뿐만 아니라 책임을 금융사에만 전가하는 듯한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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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라임'과 'DLF'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와 판매사의 욕심,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 등 총체적 난국이라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반면교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과 사모펀드 전체를 불신해 무차별 규제로 돌아서는 '교각살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금융부 허윤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죠.

[기사내용]
앵커1) 설계부터 판매까지 단계를 촘촘히 살펴보면 욕심이라는 키워드로 이번 사태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금감원의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설계부터 비정상적인 것으로 드러났죠.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비시장성 자산을 대거 사들였고 펀드와 투자자산의 만기가 크게 엇갈리는(미스 매칭) 형태로 펀드를 설계했는데요.

펀드 만기가 6개월이라면, 투자한 자산의 만기도 이와 엇비슷해야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할 때 자산을 팔아 현금으로 제 때 돌려줄 수 있는데, 고수익을 노려 비상장 기업과 만기가 긴 자산을 사들인 탓에 갑작스런 환매 신청에 문제가 터진 겁니다.

이 과정에서는 판매사의 욕심이 화를 키운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은행을 통해 집중적으로 판매된 '라임 Top2 밸런스 6M'가 대표적인데요. 이 펀드의 만기는 6개월로 설정됐습니다.

펀드 만기가 6개월로 설정된 건 판매사 입장에서 만기 1년짜리 펀드를 두 차례로 나눠 파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두 차례 받을 수 있는 거죠.

앞서 발생한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도마에 오른 바 있습니다.

앵커2) 증권사와 계약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도 욕심이 화를 자초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실사 결과 발표되고 있는 손실률에 더해 TRS 계약이 걸려 있는 일부 라임펀드는 손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은 운용사 등은 실제 자금보다 자산을 더 많이 매입할 수 있는 레버리지(대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즉 펀드에서 수익이 나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손실구간에 진입하면 손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입니다.

라임펀드가 아무런 문제 없이 환매가 됐다면, 이 TRS 계약은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었을 텐데요.

하지만 결국 투자자의 손실을 늘려 더 큰 화를 자초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TRS를 통해 빌려준 자금을 증권사가 먼저 회수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때문인데요. TRS 계약이 걸린 라임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는 이 같은 TRS에 대한 손실 위험 등을 충분히 설명 받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KB증권이 판매한 ‘라임 AI스타’ 시리즈 펀드가 대표적인데, 이 펀드는 사실상 전액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리해보면 일반적인 펀드보다 짧은 만기, 기초자산과 펀드 만기의 미스매치, 고객 손해를 더 키운 TRS 계약의 이면에는 판매사와 운용사의 욕심이 자리했다 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3)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문제는 여러 차례 보도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라임사태에서 펀드 자금을 관리하는 수탁은행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죠?

기자)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제기된 크레딧인슈어드(CI) 펀드의 경우, 자금의 상당부분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라임 플루토 FI D-1호, TF 1호 펀드로 흘러가면서 뒤늦게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1, 2억도 아니고 수백억원의 펀드 자금이 부실펀드로 흘러갔는데 펀드 자금을 결제하는 수탁은행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투자자가 판매사를 통해 펀드를 가입하면 그 자금을 판매사나 운용사가 보관하는 게 아니라 수탁사로 예치됩니다. 수탁사는 운용사가 주식, 채권 등의 자산 매수를 지시하면 운용사 대신 결제 업무를 맡는데 보통 시중은행 수탁부서에서 이를 담당합니다.

수탁은행은 단순히 자금 결제 업무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운용사를 감시할 의무도 있습니다. 펀드 자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방지한 일종의 안전장치를 둔 건데요.

이 규정대로라면 라임자산운용이 CI펀드 자금 일부를 환매가 중단된 라임 플루토 펀드(FI D-1호, TF-1호)에 임의로 투입한 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CI펀드가 판매된 시점은 지난해 4월 22일부터 8월 26일까지고, 약 30%에 가까운 CI펀드 자금이 플루토 펀드로 흘러간 시점은 같은 해 9월인데, 이 시기는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 검사를 진행하고 있던 시점입니다.

수백억 원의 자금이 문제가 발생한 펀드로 흘러갔는데 수탁은행에선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거죠.

하지만 CI펀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해당해 '수익률 돌려막기'와 관련해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즉 마지막 안전장치가 수탁은행이었는데, 말 그대로 결제만 해줬을 뿐 펀드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파악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4) 마지막으로 당국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기자)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은 금융감독원의 감독 소홀, 금융위의 사모펀드 규제완화로 요약됩니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이상징후를 지난해 6월쯤 인지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환매 중단 사태가 본격화된 8월에서야 라임 펀드 조사를 시작했고, 이후 중간검사 결과와 향후 대응방안을 내놓기까지 또 6개월이 걸렸습니다.

피해 확산을 막고 빠른 수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채 관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위는 지난친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이번 라임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활성화를 내걸고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한 건 지난 2015년 입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를 기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공모펀드에 비해 완화된 규제를 도입했는데요.

라임자산운용 역시 사모펀드 규제가 완화됐던 2015년 등록해 고속성장한 운용사 중 하나였습니다.

결국 빗장이 크게 풀리면서 사모펀드 운용사와 펀드가 우후죽순 생겼고, 지나친 규제완화가 이번 라임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규제완화의 딜레마'를 강조하는데요.

즉 규제를 풀다보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번 라임사태도 그 일환으로 봐야한다는 거죠.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운다는 뜻인 '교각살우'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고 우려 때문에 한 발짝도 못 나간다면 사모펀드를 한국에서는 못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규제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허윤영기자

hyy@mtn.co.kr

증권부 허윤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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