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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끊긴 베트남 하늘길…마음마저 멀어질라

베트남항공 한국행 항공편 중단, 한국도 베트남행 항공편 중단
현지 교민 "마음만은 멀어지지 않았으면"
권순우 기자

베트남항공이 코로나19 우려로 5일부터 한국행 항공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뱀부항공도 한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항공편도 중단 됩니다. 4일 밤 11시 마지막 대한항공 여객기가 베트남을 향해 떠납니다. 이 항공기는 승객 없이 빈 채로 베트남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한국으로 오려는 사람을 태우고 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힘든 만큼 베트남과의 하늘길이 언제 다시 열릴지 기약이 없습니다.



베트남의 방역을 두고 감정이 상한 것은 지난 24일 대구에서 출발한 한국인 20명 등이 베트남 다낭 시내 병원에 격리 되면서입니다. 베트남은 대구 지역 신종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이 넘어가면서 대구를 위험 지역으로 판단하고 해당 승객들을 지역 병원에 격리 했습니다.

사전 협의 없는 격리조치에 외교부는 베트남 정부에 항의 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격리 장소를 병원에서 4성급 호텔로 변경하려 했지만 호텔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라 모두 거부를 당했고 당초 계획대로 격리 장소는 병원이 됐습니다.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출처.반미365

감정이 격해졌던 불씨는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 였습니다. 반미는 바게뜨에 채소 등 속재료를 넣어 만든 음식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격리된 한국 사람들에게 아침 식사로 반미를 제공했습니다. 갑자기 격리를 당해 감정이 격해진 사람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이 열악한 시설에 사실상 감금하고 ‘빵조각’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이 베트남 현지에 전달되자 베트남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현지 교민은 “베트남 정부가 자국민들은 군대 막사 같은 곳에 격리시키면서 한국 사람은 호텔이나 병원에 격리시킨 것에 대한 불만도 나왔지만 한국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여론이 있었다”며 “한국 비빔밥처럼 베트남 사람들이 자부심이 있는 음식을 빵쪼가리라고 표현한 것이 감정을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 SNS에서는 ‘베트남에 사과하라(ApologizeToVietNam)’는 해시태그가 70만건 이상 내걸리며 반발이 일었습니다.



이후 29일 하노이행 아시아나항공편이 하노이 공항 착륙이 불허돼 인천공항으로 회항을 하면서 한국의 반응도 격해졌습니다. 70여개국으로부터 입국 제한 조치를 받으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형제의 나라, 사돈의 나라’라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베트남까지 입국을 제한하니 감정이 상한 겁니다.

한국에서는 '최대 투자국인 베트남이 우리에게 이럴 수 있냐'는 반응이, 그에 대해 베트남에서는 '한국이 필요해서 투자한거지 그냥 준 것도 아니지 않냐'는 반응이 치고 받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에서 온 거주자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월 11일 이전에 입국한 사람은 괜찮지만 이후 입국자는 격리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민들이 반발해 갈등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보며 현지 교민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베트남은 코로나19에 대해 매우 강하게 대응해왔습니다. 한국 정부가 후베이성 출신 중국인에게 입국 금지를 내리기 전부터 베트남은 중국으로 통하는 모든 국경을 통제했습니다. 자국내에서는 빈푹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발생하자 1만여 명이 거주하는 지역을 봉쇄해 버렸습니다.

또 설 연휴 이후 새 학기를 시작하는 베트남의 모든 교육시설은 현재까지 모두 휴교 상태입니다. 심지어 최근 대구, 경북 지역에서 일하는 베트남 국민 4천여 명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베트남 정부는 이조차도 거부했습니다.

현지 관계자는 “베트남 의료 체계가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다소 과격한 조치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지의 인식”이라면서도 “갑작스러운 입국 제한 조치에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불편했을 것이라는 점도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며칠 후 들어오는 한국행 비행기가 떠나면 당분간 한국에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다”면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역 정책이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우정이 이번 일로 훼손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무섭고 예민해서 그렇지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베트남 공안이 한국인 격리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한인 식당에서 순댓국을 사다준 일화, 대구와 자매 결연을 맺은 도시 다낭의 인민위원장이 갑작스러운 격리 조치에 대해 미안하다고 한국어로 사과 편지를 써서 전달한 일화 등을 전해주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언제 서로 국경을 봉쇄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 같은 상황은 사상 처음인 것 같습니다.

방역 정책적 판단에 따라 부득이하게 ‘거리두기’가 이뤄지더라도 혐오와 분노는 자제 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인류는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겨낼 것이고, 다시 교류하며 살아갈 날은 곧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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