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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우왕좌왕 정부와 마스크 아비규환

-사후약방문, 땜질식 마스크 처방에 불만 목소리 커져
-긴 호흡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내놔야
신아름 기자

한 약국 문에 "오늘은 공적 마스크 입고 예정이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신아름기자

"전화선을 아예 뽑아놨어요. 안 그러면 업무를 도저히 할 수가 없어요."

지난 3일 마스크 구매를 위해 찾은 서울 양천구의 한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마스크가 있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첫 대답이다. 약사 김 모씨는 오전 내내 약국에 마스크가 있는지 묻는 문의 전화와 씨름하느라 매우 지친 기색이었다.

이날 그의 약국엔 정부가 풀기로 한 공적 마스크 100장은 입고 되지 않았다. 원래 입고될 예정이었지만 "수량이 달려 내일 마스크 배송이 불가능하다"는 대한약사회의 전날 밤 문자 한통으로 입고는 없던 일이 됐다. 그는 "마스크가 언제 입고될지는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원래 입고되기로 했던 물량도 다급하게 취소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됐지만 수요에 비해 턱 없이 모자란 공급 탓에 온 나라가 아비규환이다. 국민들은 마스크 구입을 위해 매일 우체국, 하나로마트, 약국 등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출근 도장을 찍으러 다니며 기나긴 구매 행렬을 만든다. 그렇게 서너시간을 꼬박 기다려서 손에 쥘 수 있는 마스크는 최대 5장 남짓. 기약 없는 생존사투 끝에 얻은 전리품이라기엔 너무나도 초라하다.

마스크를 둘러싼 민심이 폭발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고민한 청사진이 아닌, 문제 발생 후 땜질식으로 내놓은 긴급 처방이다보니 뒷북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한다.

WHO에서는 금지하는 마스크 재사용이나 면 마스크 사용을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마스크 수급난이 해소될 기미가 없자 이같은 대안을 내놨다. 깨끗하게 사용해 필터 기능이 아직 살아있는 마스크라면 최대 5일까지 재사용 하라는 입장이다. 면 마스크 역시 비말 등 감염원과 이물질을 차단하는 효과를 일정 부분 갖고 있는 만큼 안쓰는 것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같은 정부 지침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5일 긴급하게 내놓은 마스크 수급 대책을 놓고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마스크 기존 생산라인의 생산성을 30% 높여 더 많은 물량을 만들어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회의적이다.

한 마스크 업체 대표는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은 결국 설비 증설이나 증속(생산 속도를 높임)하겠다는 것인데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투자 여력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부직포 등 원부자재 공급 물량이 달리는 것도 마스크 생산량을 단기간 내 늘리기 힘든 이유"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장으로 공적 마스크 구매 한도를 제한한 부분에선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도 안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많은 국민들이 마스크 한장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에 5일은 숨을 쉬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볼멘소리도 있다.

정부는 땜질식 누더기 처방이 아니라 긴 호흡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근복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실효성 논란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당장 나무에 붙은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해 큰 숲을 보지 못한다면 나중엔 더 큰 불로 숲 전체가 몽땅 타버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신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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