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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게임업계가 게임업체 출신 국회의원 등장을 반기지 않는 이유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 행적 두고 '논란'
서정근 기자

최근 각 정당이 김병관 의원,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 스마일게이트에 재직했던 류호정 씨 등의 공천을 확정, 21대 국회에서 IT업계 출신 인사들이 약진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류호정 씨는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이라는 점에서, 김병관 의원에 이어 게임업계가 배출한 두번째 국회의원이 될 전망입니다. 확률상, 차기 대권후보 1순위 이낙연 후보보다 류호정 후보자의 국회 입성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산업체 출신 비례대표가 보통 직능대표의 성격을 일정 부분 가진다는 점에서, 게임업계가 이를 환영할 법 한데, 업계 종사자들은 류호정 씨의 공천을 두고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는 류호정 후보자가 IT·게임 업종의 이해를 대변하는 직능 대표자라기 보다 젠더와 세대, 계층간 갈등에서 기울어진 한 축을 끌어올리려는 '행동가'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후보자 본인의 과거행적을 둔 논란도 제기되는 양상입니다.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자


류호정 후보자는 이화여대 재학 중 e스포츠 동아리 회장을 맡았고 아프리카TV에서 인기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소재로 방송을 하는 게임 BJ로 활약했습니다. 게임에 대한 애호를 바탕으로 직장도 게임업체를 선택, 이노스파크(크래프톤 자회사 펍지랩스의 전신),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등에 재직했습니다.

류호정 후보자가 게임업계를 떠나게 된 것은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재직 중 몸 담았던 팀이 해체된 후 타 부서로 전환배치 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에 입당한 후 각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평소 인사고과를 잘 받았음에도 자신에겐 전환배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권고사직 형태로 회사를 떠났는데, 노조설립에 적극 나섰던 것이 전환배치를 받지 못한 이유가 됐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입니다.

류 후보자는 노조설립에 몸담았던 것 외에도 업계 재직 중 게임 내 여성 캐릭터가 착용하는 코스튬 등을 두고 성상품화라고 주장하며 마찰을 빚은 바 있습니다. 직장 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직원을 도와 회사에 맞섰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떠나 민노총에 합류, 전업 노동운동가로 변신했고, 정의당에 입당했습니다. 학창시절 긴 생머리와 미모로 '게임 아이돌'로 불렸으나 활동가가 된 후 '밤톨머리'로 불리는 숏컷으로 변신했습니다.

"누구든 함부로 직장에서 잘려나가면 안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류 후보자가 내건 공약은 ▲ 포괄임금 폐지 제도화 ▲근로기준법상 차별금지 기준 강화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1가구 다주택 중과세 ▲청년기초가산제도 등입니다.

최근 정의당 내 비례대표 후보자 경선에 참여한 류 후보자는 최다득표자가 아님에도 비례대표 1번이 됐습니다. 정의당이 35세미만 쳥년명부에 포함된 다득표자를 전면에 배치하며 수혜를 입은 것입니다.

류 후보자의 국회입성이 유력해지자 그의 과거행적을 둔 논란도 뜨겁습니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를 권고사직 형태로 떠나게 된 것이 노조설립 추진으로 '미운털'이 박혀서인지, 업무능력상의 한계로 전환배치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인지를 둔 논란 등이 대표적입니다.

IT 기업 종사자들이 즐겨쓰는 익명 커뮤니티에서 류 후보자의 행적을 둔 논란이 핫이슈가 된 상황입니다.

대학재학 중 자신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계정을 타인에게 맡겨 대신 플레이하게 해 게임내 랭킹 등급을 올렸던 전력도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리게임으로, 이는 게임사가 금지하는 불공정 행위입니다. 최근 입법을 통해 법으로도 금지된 바 있습니다.

류 후보자는 대리게임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지난 10일 오후 "2014년에 있었던 일인데, 그 때문에 사과문을 올리고 동아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며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는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 중인 황희두씨는 "LOL 대리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한 유명 플레이어는 대리 문제가 발각되어 선수 자격 박탈에 계정 정지까지 당하기도 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대리 시험'을 걸렸다고 보시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에 류호정 후보가 정의당 비례 1번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굉장히 많은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정의당에, 1번으로 대표해서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병관 의원, 장병규 전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등장할 때 IT산업 육성과 규제혁신 기대감이 조성됐었는데, 류 후보자의 '색깔'을 감안하면 그에게 비슷한 기대감을 품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러 면에서 정의당의 정강정책에 부합하고 최적화된 후보라는 평이 나옵니다.

정의당이 게임업체들을 '구로등대' '판교등대'로 지목하며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노동시간 상한선 제약의 동력으로 삼았던 것 처럼 류 후보자도 IT·소프트웨어 업종 노무환경 개선과 양성평등 구현 등의 이슈를 전면에 내걸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업주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고, 남성층의 비중이 높은 게임업체에서도 '젠더' 이슈와 관련해 반기지 않는 양상입니다.

물론 공직자가 공직 활동을 하며 자신이 몸담았던 업종의 이해를 위해 활동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안철수 대표도 그 역량을 4차산업혁명을 위해 쓰지 못했고 김병관 의원도 이해충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문화콘텐츠나 ICT 관련 입법을 주도하는 상임위원회를 스스로 제척했습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도 4차위 위원장 재직 중 게임업종의 이해를 위해 특별히 노력했다는 인상을 주진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로부터 두 사람이 원성을 듣기도 했으나, 두 사람의 행보가 잘못됐다고 볼 일은 아닙니다.

'기울어진 한 축'을 끌어올리겠다는 류호정 후보자의 의지와 사상도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젠더이슈 등의 갈등도 그 자체로 현실인만큼 대중정치인이 된 후보자의 '균형감각'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사안으로 보여집니다.

6년전의 대리게임이 공직진출을 봉쇄해야 할 만큼 중한 것인지는 선뜻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다만, 과거 행적과 관련해 진실성이 의심받고 있는 점은 본인의 해명을 통해 걸러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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