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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시가총액 580조원을 잃었으면 깨달아야 할 것들

글로벌 최약체 코스피...대한민국 증시에 자력으로 버틸 체력 있는가?
투자 문화부터 정책 실패까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기자robin@mtn.co.kr2020/03/20 06:00

"코스피 상승률, G20 꼴찌"
"오를 땐 로컬, 떨어질 땐 글로벌"

비단 지금의 폭락장 뿐이랴, 코스피 호황(?) 시절에도 지겹게 듣던 말이다. 유독 약한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체력. 투자자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다.

지난달 21일 코스피가 2,160선으로 밀렸을 때도 투자자들은 힘들어했다. 이제는 700포인트나 차이나는 저세상 지수가 됐다. / 사진=뉴시스 DB

■ 글로벌 최약체, 그 이름은 코스피

블랙먼데이부터 블랙프라이데이까지, 내내 블랙데이다. 더 큰 우려는 다른나라 증시와 비교해도 낙폭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코스피가 8.39% 폭락할 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낙폭은 -0.98%에 그쳤다. 대만 가권지수 -5.83%, 일본 니케이지수는 -1.04%에 그쳤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26.64% 폭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6.19%, 대만 -23.12%, 일본 -21.71% 등이었다.

코로나19가 비슷한 시기에 확산된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증시는 단연 최약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증시가 랠리를 보일 때도 한국 증시는 외톨이였다. 미국뿐 아니라 대만증시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때 코스피는 2,200과 1,900을 오갈 뿐이었다.

"글로벌 왕따"라는 표현이 그래서 더욱 자주 나왔다.

혹자는 이번 폭락장을 두고 "다른 나라는 오르기라도 해봤지, 우리는 떨어지기만 한다."며, "오를 때는 로컬, 떨어질 때는 글로벌"이라고 냉소한다.

■ 외국인만 바라보는 천수답...부실 체력 한계

대한민국 증시는 외국인 없이는 갈 수 없는 시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2월부터 현재까지 순매도한 금액은 13.4조원, 이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낸 것은 개인들이다.

오죽하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자조섞인 표현까지 등장했을까?


개인들의 과감한 순매수 행진을 두고 생긴 신조어 '동학개미운동'. 이달초까지만 해도 우스갯소리였으나 이제는 엄중한 표현이 돼버렸다.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기관투자자도 문제다. 적지 않은 펀드매니저들이 외국인 투자 동향과 프로그램 매매를 주시하며 이를 추종한다.

한 펀드매니저는 "기관 수급은 사실 별 의미 없고, 외국인이 담는 종목이 결국 오르게 돼 있다."며 푸념한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기계(프로그램, 바스켓 매매)가 팔면 따라서 팔고, 기계가 사면 따라서 사는 것"이라며, "기계를 이기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주식형 공모펀드는 외면 받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공모펀드를 지원하는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잔고는 5년만에 반토막 났다. 지난 2015년 2월 42조원에서 올해 1월 22.5조원으로 내려앉았다. 기관이 개인을 대신해 굴릴 자금이 말라간다는 뜻이다.

그 사이 개미들은 빚을 내가며 직접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3년새 50%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2017년 2월 7조원에서 올해 2월 10.4조원으로. 이런 폭락장에 개미들의 손실은 두말할 것도 없다.

주식형 공모펀드는 외면 받고, 개인들은 빚을 내 직접 투자에 뛰어들고, 헤지펀드는 단타 혹은 공매도에 열중하고, 그 사이 외국인이 빠져나가면 휘청이는 것이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현주소다.

이런 기반에서 증시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코로나19는 트리거일 뿐...불안요인 차고넘쳐

혹자는 말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코스닥은 비상장 벤처기업(정확히는 벤처투자)을 위한 호구가 됐다."고...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 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시장이 망가졌다. 발행시장만 살고 유통시장은 죽었다.

코스닥을 '적자기업 상장, 벤처캐피탈 엑시트' 창구로만 활용하다보니 코스닥 전반적으로 위험성이 높아졌다. 실적도, 밸류에이션도, 수급도 불확실한 시장이 돼버렸다.

코스닥은 '원래 위험한 시장'이고 '원래 정책시장'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곳에 뛰어든 국민들만 불쌍할 뿐. 코스닥 매매 비중 85%가량이 개인투자자다.

벤처기업이 장외거래 때보다 코스닥 상장 이후 오히려 저평가 돼버리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진다. 정부가 유통시장을 홀대하고 발행시장만 중시한 대가를 기업과 투자자들이 짊어지는 셈이다.

벤처기업 마중물이 되라며 적극 장려한 CB(전환사채) 발행은 이제 상환·전환 폭탄으로 떨어졌다. 넘쳐나는 VC 자금을 받아 사업 확장이 아닌, 단기자금 투자로 넣어둔 코스닥 기업이 수두룩하다. 이제 그들은 주가 급락과 함께 상환·전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대규모 주식전환 부담(오버행)으로 눌린 주가 역시 개미들의 몫이다.

정부가 강화한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 기준은 시장을 뒤흔드는 또 하나의 불안 요소다.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내년 3억원으로 강화되면서 큰손들의 국내증시 엑시트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과거 '12월에' 주식을 팔아치우던 큰손들은 해가 갈수록 11월, 10월로 매도 타이밍을 앞당기고 있다. 아예 하반기 코스닥 시장은 대주주 기준 회피 물량 때문에 계속 눌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미국주식 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한국증시가 더욱 외면 받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같은 불리함을 무릅쓰고 굳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필요 없다는 것.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를 완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전재산이 10억, 3억원도 안되는 사람들까지 '동의'하는 현실이 슬프다.

■ 시총 580조원 증발...증시 존재 이유 되짚어봐야

이미 독은 깨졌다. 트리거는 코로나19였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부실 체력이 여실히 드러날 시장이었다.

증시 체력을 다시 갖춰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불어, 주식시장의 존재 이유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강물이 마르면 시냇물도 의미 없듯, 유통시장 없이는 발행시장도 없다. 유통시장 강물이 마르면 기업에 투입할 발행시장 시냇물이 고갈되는 것은 자명하다.

비단 주식투자자들의 직접적인 손실뿐만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구조 전반에서 자본시장을 그동안 얼마나 홀대했는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정부가 민간 금융사 돈을 끌어모아 증시안정펀드를 만드는 것도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의 폭락이 시작된지 공교롭게도 19거래일이 흘렀다. 반복되는 폭락이라는 전염병부터 잡아야겠지만, 그 이후엔 대한민국 증시 면역력이 왜 이렇게 약할 수밖에 없는지 역학조사를 벌여야 한다.

그것이 올해 날아간 시가총액 580조원, 그 돈에 피눈물 흘리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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