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회사채 대란 '비상'…국책은행에 SOS

코로나19발 불황으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기업들 돈맥경화 위기가 커지고 있다. 특히 4월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집중돼 있어 회사채 대란이 발생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12월 만기인 국내 회사채 50조8727억원 가운데 다음달 만기 도래하는 국내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이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1년 이래 역대 4월 만기도래 물량 중 최대 규모다. 전년 4월보다 10%가 많은 수치다.

4월은 기업 결산실적과 주주총회가 집중돼 만기도래 회사채와 신규발행 회사채 물량이 몰려있는 달이다. 특히 매년 4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러 금리 변동성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회사채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달 1~19일 발행된 회사채는 총 3조7746억원 규모로 지난달 같은 기간(7조1499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3월 첫째주와 둘째주 회사채 발행 규모도 지난달 마지막 주 4조2442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인 각각 1조7558억원, 1조424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간 안전 투자처로 주목을 받았던 우량등급을 받은 대기업도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A급 이상 회사채도 외면받는 실정이다. 지난 17일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파워(AA-)는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기관투자자들의 매수 신청은 400억원에 불과했고, 지난 13일 하나은행(AA)은 3000억원 목표의 수요예측을 했지만 참가액은 2700억원에 그쳤다.

회사채 만기가 코앞인 기업들은 국책은행의 긴급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장 다음달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두산중공업은 2015년 발행한 6000억원 규모의 공모 외화사채 만기가 다음달 27일 돌아온다. 두산중공업은 외화사채 지급 보증을 섰던 수출입은행에 만기 회사채를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정부 차원에서도 회사채 신속 인수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주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 비상대책안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 P-CBO,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 등의 세부 규모를 정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이 인수할 회사채 규모와 범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회사채 시장 안정과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 지원 차원에서 3년간 6조7000억원 규모의 P-CBO 발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P-CBO는 산업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한 뒤 주채권은행과 신용보증기금에 매각하고 신보가 신용을 보강해 시장안정 P-CBO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지난 2001년 도입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현대그룹 계열사 유동성 리스크를 해소하고, 2013년에도 건설과 조선, 해운 등 한계기업 지원을 위해 6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지원 규모는 전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위기와 달리 회사채 시장 경색이 전체 업종 전반에 퍼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확대되면서 P-CBO 지원 대상에 대기업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의 회사채가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들 지원 여부도 관심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오른 대한항공(BBB+)은 다음달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2400억원 규모다. 아시아나항공 ABS도 추후 신용등급 하향 검토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 불안감은 확대되고 하위 등급 뿐 아니라 상위등급 채권까지 가파른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