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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이래도 전자투표 도입 안 하시나요?"

조형근 기자

'거리두기'를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다르게 중·고등학교 강당보다 작은 공간에 300여 명의 사람이 빼곡히 모였다. 한 참석자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는 와중에 발언권 없는 참석자들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고성을 내지르는 상황이 반복됐다.

지난 27일 서울 명동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의 모습이다. 그렇게 요란스러웠던 주총은 무려 9시간에 걸쳐 마무리됐다.

지난 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 300여 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 사진=조형근 기자


이날 한진칼 주주총회는 경영권 분쟁을 놓고 표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더해,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하 세 주주연합) 측의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심에 걸맞게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간 신경전도 치열했다. 한진그룹 측과 세 주주연합 측에서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일부 주주들이 큰 목소리를 내며 말을 가로막았다. 한 때 주주들끼리 서로를 "퇴장시켜달라"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다만 양 측의 주주가 모든 안건마다 의견 충돌을 보인 건 아니었다.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해 모든 주주가 동의한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한 주주가 "앞으로 전자투표를 도입하라"고 즉석 제안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발언권을 얻은 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와중에 전자투표제를 시행하지 않아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며 "이번 주주총회 이후 임시 주주총회와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전자투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수한 상황인 코로나19를 제외하더라도 앞으로 전자투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장 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진칼 주주총회는 예정된 오전 9시를 훌쩍 넘긴 오전 11시 30분에서야 시작됐다.

한 주주는 "불필요한 시간을 축소하기 위해서라도 전자투표를 시행해야 한다"며 "주주가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회사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칼 외에도 국내 상장사의 전자투표 도입은 더딘 상황이다. 현재 국내 상장사의 전자투표 행사율을 5% 수준에 불과하다. 상법(제368조의4)은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해놨지만, 대부분 상장사 이사회에서 도입을 꺼리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상장사가 전자투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최근 관심이 높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주주의 의결권을 보다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할 경우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가 용이해져, 전자투표 행사율을 높이고 주주권리를 강화할 수 있다"며 "또 주주총회 관련 업무처리 시간이 단축되고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한 비용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전자투표에 대한 필요성도 함께 높아졌다"며 "간편인증을 도입하고 기업의 주총 관련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등 주주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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