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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첩첩산중' 자금조달 불안에 양극화 심화

대형- 중소형사 실적 격차 뚜렷…조달시장도 양극화 우려
과거 채안펀드 조성시 중소형 카드채 외면 "이번엔 달라야"
이충우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용카드업계의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될 전망이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란 주 수익원 감소 속에 최근 회사채 시장 불안으로 재무적 사정이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대부분의 영업 자금을 여전채(카드사나 할부사 등 여신금융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로 조달해 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도산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아져 회사채 시장의 신용위험이 증가할 경우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하위권 카드사는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히 불어나거나 돈줄이 막혀 상대적으로 경영 압박을 크게 느끼게 된다. 상위 업체와 간격이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신용카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 6,46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신용ㆍ체크카드 이용액은 874조 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42조 ,1000억원) 늘었지만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면서 전체 순익도 줄었다.


중소상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수수료율 인하정책은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다. 일반 가맹점보다 낮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범위를 늘리는 식으로 중소상인 수수료 부담을 낮췄다. 이에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ㆍ중소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93%로 늘었다. 영세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은 0.8%, 중소가맹점은 1.3~1.6% 수준이다. 일반 가맹점 수수료는 2% 안팎이다.


수수료 인하에 따른 타격은 중소형 카드사가 더 컸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563억원으로 전년대비 47.2% 급감했다. 롯데카드는 714억원으로 35.8% 줄었고, 우리카드는 1,142억원으로 9.7% 감소했다.


롯데카드처럼 일회성 비용이 급증해 실적 감소폭이 커진 사례도 있지만 삼성이나 신한카드 같은 대형카드사보다 중소형사가 전반적으로 이익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적 악화는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형 카드사들은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수료 실적 악화를 방어할 여력이 큰 대형사와 처지가 다른데다 카드수수료 수익 의존도도 크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뒤를 이어 8개 카드사 중 3중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와 KB국민카드는 순익이 10% 증가했다. 현대카드 지난해 순익은 1,670억원으로 전년비 12% 증가했다. 카드사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KB국민카드는 3,166억원으로 10.4%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인력감축ㆍ지점 축소 등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 KB국민카드는 법인세 환급 등 영업 외적 요인이 있긴 하지만 카드수수료 인하 이후 카드사간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회사채 시장 위축이란 악재까지 겹쳐 중소형 카드사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업계 자금조달 구조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0%를 상회한다.


지난 27일 3년 만기 카드채 금리는 1.684%로 국고채 3년물과 금리차이가 0.624%포인트를 기록했다. 카드채와 국고채 금리격차를 뜻하는 카드채의 신용 스프레드 확대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카드채 신용스프레드는 0.313%포인트였다. 오늘(30일) 12시 민간평가사 기준으로 카드채 금리는 1.702%까지 올라 신용 스프레드는 더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시장이 기업의 신용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수요가 줄고 매물까지 늘게 되면 투자자에게 더 높은 이자를 줘야해 통상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자영업자,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급등하자 이들을 주고객으로 두고 있는 캐피탈사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이에 카드채까지 영항을 받고 있는 것을 풀이된다.


카드사와 함께 여신전문금융회사로 분류되는 캐피탈사는 실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용등급 BBB+인 캐피탈사가 이달 중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500억원 모집에 투자자 수요는 170억원에 그쳤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2008년에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조성될 정도로 시장이 위축됐을 때도 캐피탈채가 주로 흔들린 것이었고, 카드채는 비교적 상황이 나았다"며 "그런데 캐피탈채와 카드채가 여전채로 함께 묶여 금리가 움직여 카드채 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탈사처럼 미매각이 발생할 정도는 아니지만 카드채 역시 시장 불안심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프레드 확대가 지속되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도 카드사가 보다 높은 금리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금조달 구조를 다변화한 대형카드사보다 중소형사는 회사채 의존도가 높거나 신용등급이 다소 낮다는 점에서 조달시장에서조차 양극화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중소형 카드사들은 4월 가동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얼마나 카드채를 담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2008년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당시 신용등급이 우량한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등 대형카드사들이 주로 지원받았다는 점을 예로 들어 이번엔 중소형 카드사 채권도 매입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채안펀드 주요 출자자가 민간 금융기관인만큼 시장논리가 우선시 돼 당시엔 안정성이 높은 우량 채권을 위주로만 매입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번에도 채안펀드가 비우량 채권을 외면하는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해 정책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그래도 수수료 인하직격탄을 맞아 대형사보다 수익성은 더 악화됐는데, 자금조달 어려움까지 불거지면 경영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앞서 자금시장의 약한고리에 먼저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취지로 채권시장안정펀드 우선 매입대상에 여신전문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충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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