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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전선뭉치를 국산화 하겠다고?...'탁상' 산업정책은 이제 그만

와이어링 하네스 저부가가치, 저수익성으로 생산기지 중국, 베트남 이전
산업부 와이어링 하네스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 추진
업계 관계자, 차라리 미래 기술에 투자하자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 기자soonwoo@mtn.co.kr2020/04/02 15:32

출처. 유라코퍼레이션


“이러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국산화 하자는 건 아니겠지요?”

지난달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와이어링 하네스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쌍용차, 현대차 등 한국의 자동차 제조공장이 연쇄적으로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의 다양한 부품들에 전기 등을 공급하는 전선 뭉치입니다. 낯선 단어라서 일반인들은 ‘한국에서는 못 만든다고?’ 하겠지만 현장을 아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전선을 차량 설계에 맞춰 구부리고 묶은 전선 뭉치일 뿐입니다.

이전에는 국내에서 만들었지만 저부가가치 제품인데다 수익성도 낮고,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대부분 중국,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했습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으로 지목이 되자 ‘중국은 하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 ‘우리가 왜 중국에 의존해야 하냐’하는 여론이 형성 됐습니다. 왜 국내에 와이어링 생산이 적은지에 대해 고민해보기 전에 생겨난 감정적인 반응입니다.

그런데 설마 했던 ‘국산화’ 정책이 현실이 됐습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부품업계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자동차 부품 기업 재도약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분야에 대해서는 ‘특정 국가에 의존적인 자동차 부품’이 거론됐고, ‘대외 의존적인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의 국내 생산 확대’가 예시로 발표됐습니다.

국내에 없다고 해서 무조건 국산화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규제 때문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익성보다 관련 안전 관련 규제가 더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목, 어깨, 손목 등을 사용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은 하루에 2시간 이상 할 수 없습니다. 동일한 신체 부위에 지속적으로 무리를 하면 관절염,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와이어링 생산 과정은 대부분이 전선을 묶는 일입니다. 손목에 부담을 주는 작업이라 국내에서는 2시간 이상 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매일 근무를 하려면 4교대로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규제완화를 하면서까지 와이어링을 국산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안전, 보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는데 산업안전을 위한 규제를 완화하면서까지 저부가가치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미래 성장 가능성도 낮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와이어링이 필수품이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와이어링을 사용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전선 대신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와이어링 시장 규모는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산업안전 규제 완화 없이 국산화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미래 기술 개발을 하는데도 부족한 재원을 굳이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 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것이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일본 수출 규제와 코로나19를 맞으면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이 너무나 쉽게 붕괴가 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거기에 민족주의적 여론이 더해지면서 국산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물론 해외에만 의존하던 첨단 기술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국산화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다만 무엇을 국산화할 것인지를 현장에서 발굴하고 국산화를 하지 못할 경우 어떤 식으로 무역 단절 위험에 대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여론에 따라 할 수는 없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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