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차세대 액정 블루페이지 상전이 비밀 규명

블루페이지 액정이 온도 변화에 따라 결정구조가 변하는 3차원 모식도(위)와 광학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아래). 사진제공=원자력

차세대 액정 재료로 주목받고 있는 블루페이지 액정이 보이는 상전이 현상에 대한 비밀이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연구로 밝혀졌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 진형민 양자빔물질과학연구부 박사와 미국 시카고대 폴 닐리 교수, 후안 드 파블로 교수, 리샤오 박사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진은 블루페이즈 액정에서 나타나는 상전이가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현상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보통 철을 단련할 때 망치로 두드리고 찬물에 식히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철을 물에 넣어 급속 냉각시키면 마르텐사이트라고 부르는 매우 단단한 조직으로 변한다. 이 현상을 마르텐사이트 상전이라 부른다. 첨단 철강이나 형상기억합금 소재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이용된다.

지금까지 원자결정에서만 마르텐사이트 상전이 현상이 보고됐다. 이번 연구로 일반적인 원자결정 대비 1000배가 넘는 크기의 연성결정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블루페이즈 연성결정 온도를 섭씨 43도에서 40.7도로 낮출 때 순간적인 상전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현상이 일반적인 원자결정에서 나타나는 마르텐사이트 상전이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공명 연 엑스선 산란 기술을 이용해 온도를 변화시키며 발생하는 블루페이즈 액정의 상전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산란 패턴을 분석한 결과 블루페이즈 액정의 상전이 과정이 원자결정에서 관찰한 마르텐사이트 변화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성결정과 같이 액체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는 물질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내부구조를 관찰하기 어렵다. 하지만 산란 기술을 이용하면 액체 특성을 가지더라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 이런 물질 구조 변화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블루페이즈 상전이 현상의 원리를 발견했다는 학술적 성과를 넘어, 관련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블루페이즈 액정은 전기장에 대해 매우 빠른 반응속도를 가지고 있다. 이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액정 레이저, 스마트 센서 등 다양한 원천기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나 자유자재로 색이 바뀌는 스마트 피부 등 차세대 광학 소재 산업 고도화에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주도한 진형민 박사는 “연구원에 축적된 산란 기술을 통해 연성결정과 원자결정 간 유사 연결고리를 찾아냈다”며 “첨단 중성자와 엑스선 산란시설을 활용해 관련 연구를 계속해 차세대 분자기반 소자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에 3월 27일 게재됐다.


박응서 머니투데이방송 MT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