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냉동 식품, 배송 중 변질 여부 알려 주는 안심스티커 나와

화학연 오동엽(왼쪽)과·최세진 박사가 ‘콜드체인 안심스티커’를 부착된 식품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화학연

최근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며, 신선식품을 아침 일찍 배달하는 배송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신선식품이 배송 과정에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은 바이오화학연구센터 오동엽 박사 연구진이 냉장 또는 냉동으로 배송받은 어류와 육류 같은 식품이 변질됐는지 알려주는 안심스티커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콜드체인(저온유통) 안심스티커’는 섭씨 10도가 넘는 온도인 상온에 노출되면 스티커에 나타나는 이미지로 변질 여부를 알 수 있다. 상온 노출 이력뿐만 아니라 노출 시간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냉장식품과 냉동식품이 상온에 노출되면 위험한 이유는 세균 증식하며 변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달라지는 게 거의 없어 눈으로 변질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일부 식품은 세균으로 변해도 맛이나 냄새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안심스티커를 이용하면 배송차량 오작동이나 관리 소홀로 발생할 수 있는 식중독 등을 막을 수 있다.

안심스티커는 얇고 유연하고, 제조비용도 개당 10원 정도로 저렴하다. 특히 임의로 조작할 수 없어 최근 급성장하는 신선식품 배송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이 안심스티커에 이용한 핵심 기술은 상온에 노출되면 투명해지는 나노섬유 필름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나노섬유 필름 뒷면에 일반 필름을 붙여 안심스티커를 만들었다.

안심스티커 앞면에 붙인 나노섬유 필름이 투명해지면서 뒷면 이미지가 나타난다(위). 상온에 노출된 나노섬유가 시간에 따라 붕괴하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아래). 사진제공=화학연

나노섬유 필름은 저온에서는 빛을 산란시키며 불투명하다. 하지만 상온에 일정 시간 이상 노출하면 구조가 붕괴되면서 빛이 통과하며 투명해진다. 안심스티커 앞면에 붙인 나노섬유 필름이 투명해지면 뒷면에 붙인 일반 필름에 새겨놓은 이미지가 드러난다. 이를 이용해 식품 변질 여부를 확인하는 원리다.

연구진은 안심스티커 종류에 따라 짧으면 30분, 길면 24시간 뒤에 투명해지도록 타이머를 추가했다. 나노섬유 조성과 두께를 활용한 아이디어다. 식품에 따라 부패시간이 다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연구진은 안심스티커를 식품 외에도 낮은 온도에서 유통해야 하는 의약품 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동엽 박사는 “한 번 상온에 노출된 안심스티커는 다시 냉장이나 냉동하더라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며 “노출 시간을 임의로 느리게 할 수도 없어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첨단 재료(Advanced Materials)’ 3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