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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우려 속 온라인 개학, 이 정도면 '선방'…전산 장애는 과제

부족한 상호작용·대리출석 맹점
각 가정과 학생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
윤석진 기자

9일 오전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진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교사들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중3·고3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으며 오는 16일에는 중·고 1~2학년과 초등 4~6학년이 개학을, 20일에는 초등 1~3학년이 개학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섰다. 전국 중3. 고3 학생들은 자기 방 컴퓨터 앞으로 등교해 온라인 개학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정규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은 우려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진행됐다. 출석율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학생들은 예정된 시간에 맞춰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9일 충북과 광주 등 각 지방별 잠정 출석율은 96~99%에 달했다. 출결 여부와 과제 평가가 내신성적에 곧바로 반영되는 만큼, 참여율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의 숨은 노력도 있었다. 지난 일주일 간 중3, 고3 교사들은 '콜센터 직원'을 방불케할 정도로 민원을 처리했다. 전화통에 불이 나도록 연락도 돌렸다. e학습터, 줌(ZOOM) 같은 학습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로그인 절차와 수업 시간을 공지했다. 교사 커뮤니티 '브릿지'에는 전화로 30분간 설명해도 영 이해를 못하는 학생의 집에 직접 찾아갔다는 모 중3 교사의 훈훈한 일화도 올라왔다.

문제가 없진 않았다. 전례 없는 대규모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탓인지 전산 서버가 말썽을 부렸다. EBS 온라인 클래스 중학교용 사이트는 1교시 내내 접속이 지연되는 등 버벅대는 모습을 보였다. 10시 15분쯤 정상화되긴 했지만, EBS에 학습방을 꾸렸던 교사들은 그 사이 멘탈이 붕괴됐고, 학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전산 문제는 오는 16일, 20일 순차적 개학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부족한 '상호작용'도 문제로 지목됐다. 원래 온라인 수업은 비대면이란 특성 때문에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교사와 학생 간에 교감이 일어나기 어렵다. 문답형 수업이나 토론이 어려운 이유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 학습 플랫폼에는 채팅 기능이 있다. 줌의 경우 손들기 기능을 쓰면 대화도 된다. 하지만, 이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사례는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대리 출석을 막지 못한다는 맹점도 있다. 학생 아닌 다른 사람이 로그인하고 웹캠 화면을 꺼놓으면 누가 출석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학습 플랫폼 기술의 한계다. 일부 학교에서 웹캠에 얼굴을 내밀어야 출석으로 인정하자는 얘기가 나오나, 어려운 일이다. 스마트 기기에 캠이 아예 안 달린 학생도 있기 때문이다.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로그인만 해놓고 딴짓하는 학생을 저지할 수 없다. 실제로 각 가정에서 자녀가 온라인 학습방에 로그인한 채, 하루 종일 게임만 했다는 불만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맞춤형 학습도 어렵다. 각 과목 교사는 한 번 수업에 수많은 학생을 상대해야 한다. 교사가 줌에서 학습방을 오픈할 경우 최대 100명의 학생이 한 반으로 묶인다. 20~25명이던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세밀함이 떨어진다. 모르는 것을 지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학교나 교사가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습이 실제로 이뤄지는 각 가정에서 관리·감독에 따르는 짐을 나눠져야 한다. 사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것도 방법이다. 웅진씽크빅과 교원그룹, 아이스크림에듀 등 왠만한 교육 회사들은 스마트 러닝 프로그램을 무료로 개방해 놨다. 학생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온라인 수업이 지루하고 전산이 말썽을 부린다 해도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9일 공언한 대로 학생이 멈춤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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