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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워런버핏 조언에 따른 최정우 포스코 회장 1조원 자사주 결단

포스코 자사주 1조 매입, 주주가치 제고
권순우 기자

포스코가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16조 1700억원. 1조원은 전체 시가총액의 6%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포스코는 이미 8.1%의 자기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조원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 약 14.6%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게 됩니다. 12.6%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올해 초만 하더라도 20만원대였던 포스코의 주가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4월 중순 13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포스코의 적극적인 주가 방어 의지에 화답하듯 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13일 장 초반 8%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19년 기준으로 글로벌 철강사들에 비해 경영실적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 지표에서 밀리는 모습이 보임에 따라 시장에 주가방어 및 개선의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주주들에게는 매우 위로가 되는 일입니다. 또 투명한 지배구조 변화의 한 풍경으로 보입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본질 가치에 비해 저평가가 돼 있을 때 자사주를 매입하면 모든 주주의 지분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렌 버핏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8년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시행했습니다. 당시 시장은 버크셔가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버핏은 주주서한에서 “주식의 가격이 낮다고 생각한다면 경영진이 수익의 일부를 소유 비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포스코의 자산 가치 대비 주가(주가순자산배율:PBR)은 0.27배까지 기록 했을 정도로 낮습니다. 회사의 가치가 보유 자산의 1/3도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자사주 매입을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저평가 돼 있습니다.

보유 현금을 사업을 확장하는데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큽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철강업의 전방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 등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증권업계는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이 10% 넘게 하락했을 것으로 추산하면서 2,3분기에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미국과 유럽 때문입니다.

글로벌 철강 소비에서 유럽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내외로 크진 않습니다. 유럽 전체 수출에서 한국은 3위, 미국 수출에서는 5위로 높아 한국 철강사들이 겪을 어려움을 더 큽니다.

그나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중국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은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수요가 증가하는 것보다 공급이 더 증가할 경우 국내 철강사들이 얻을 수혜는 제한적입니다. 또 선진국, 신흥국을 가리지 않는 경기 침체로 공격적인 투자나 신규 사업 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재고가 여전히 많고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전방 산업이 정상화되지 않아 재고 조정 완료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이 심화된 철강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신규 투자에 대한 어두운 기억이 있습니다. 중국 철강 공급이 확대되면서 위협을 받게 됐던 2010년대 초반 포스코는 마그네슘, 액화석탄가스,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을 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시너지를 기대해볼 만한 사업도 있지만 순천만 관광열차를 비롯한 비관련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포스코 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 철강회사들이 그동안 쌓인 재원으로 비관련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만 봤습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감사실장, 가치경영센터장, 최고재무책임자 등을 거치면서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와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회장으로 취임하며 철강 사업의 고부가가치화, 가격 경쟁력 확보 등 본질적인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LNG미드스트림, 2차 전지 소재 등 포스코가 집중해야 할 신사업 분야를 명확히 하고 여기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오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포스코의 재무건전성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9%포인트 감소한 65.4%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순차입금은 7조 9782억원으로 1조 5534억원이 줄었고 자금 시재는 1조 7857억원 증가한 12조 4634억원을 기록하며 유동성도 강화됐습니다.

일각에서는 현금 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만 포스코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해 투자비나 다른 현금 부분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1조원 정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더라도 유동성에 전혀 지장이 없어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강조했습니다.

CEO는 실적과 이를 반영하는 주가로 말합니다. 사업을 확장할 때는 공격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지만 경기가 안좋을 때는 자본의 가치를 높이는 자본배분이 필요합니다. 방어가 때로는 최선의 고격일 수 있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점에 과감한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시장의 믿음을 주려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포스코의 달라진 지배구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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