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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 하이패스의 '외도']① '하이플러스카드' 본업 홀쭉…투자로 몸집 불려

SM그룹, 공격적 M&A 등 주도적 역할…지분법이익 급증
도로공사 자회사 매물, 2011년 인수 후 계열사 지원 확대
이충우 기자

1988년 건설사를 모태로 출발한 SM(삼라마이다스)그룹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기업을 사들이며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대한해운, 한진해운(일부 자산), 경남기업, 삼환기업 등을 인수해 국내외 80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35위 그룹으로 몸집을 불렸다.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회사가 있다. 돈을 미리 충전한 뒤 고속도로 통행료를 자동 결제하는 선불 하이패스업체 '에스엠하이플러스'다. 원래 한국도로공사 자회사였는데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설립 4년 만에 매물로 내놓자 2011년 SM그룹이 인수했다.

고속도로 통행료 정산업체인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이후 건설, 레저업체를 인수하며 여러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룹 내 계열사 대출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이제는 본업(선불 하이패스)보다 투자업이나 건설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고객이 선불 하이패스카드에 충전한 현금이 계열사 지원을 위한 쌈짓돈처럼 활용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최근 공시된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이제 선불제 하이패스 카드사로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본업에서 적자가 확대된 상황에서도 순이익이 전년대비 5배나 증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계열사 주식을 인수하거나 매물로 나온 업체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지분법 평가이익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에스엠하이플러스가 2대 주주로 있는 코스피 상장사 남선알미늄을 보면 회사의 정체성이 엿보인다. 이 회사 주가는 2018년 1000원대에서 지난해 말 3230원으로 3배 넘게 올랐고 4.15 총선을 앞두고는 정치 테마주로 묶여 급등세를 타고 있다. 이를 통한 미실현 수익만 500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육박한다. 최근 주가 급등세를 감안하면 수익은 더 크게 불어난다.


에스엠하이플러스는 회사의 모태인 고속도로 하이패스 수수료 사업의 존재감이 점차 희미해진 가운데 최근에 아예 '주식보유업'을 주요 사업으로 명시했다.


◆ 지분평가액 눈덩이 '주식보유업' 주메뉴에 추가, 간판도 바꾸나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엠하이플러스의 지난해 순이익은 675억원으로 전년도 141억원 대비 378% 급증했다. 매출 역시 1,07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1% 늘었다.


큰 폭의 순익 개선은 자회사 지분법 이익(654억원)이 전년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종합리조트 개발운영업체인 동강시스타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지분법 이익이 크게 늘었다.

동강시스타 편입에 따른 지분법 이익만 447억원이다. 강원도 영월에 있는 동강시스타는 광해관리공단이 폐광지역에 골프장·콘도 등을 조성한 복합리조트다. 장기간 경영난을 겪은 탓에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지난해 에스엠하이플러스에 인수됐다.


에스엠하이플러스는 동강시스타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영업과 무관한 지분법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지분법 이익의 실적 편중이 뚜렷해져 주식보유업을 사업부문의 하나로 추가했다.


남선알미늄 주가가 최근 급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하이플러스의 남선알미늄 지분율은 17.95%다. 지분율이 20%를 밑돌아 자회사 지분법 평가대상에 빠져 지난해 당기순익에 반영되지 않았다.


당기순익에 반영된 지분법 이익 외에도 에스엠하이플러스가 보유한 실제 지분 가치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지난해말 기준 에스엠하이플러스의 남선알미늄 주식 미실현 보유이익은 487억원에 달한다. 최근 주가급등세를 반영하면 남선알미늄 주식보유가치는 훨씬 더 불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본업 하이패스 사업 '홀쭉' 적자폭 눈덩이

이에 반해 고속도로 통행료 정산과 관련된 본업 매출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자동 정산하는 하이패스카드의 경우 신용카드와 연계해 한달치 사용료를 한꺼번에 결제하는 후불제와 미리 요금을 충전한 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마다 차감하는 선불제로 나뉜다.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선불제 카드로 결제 과정에서 수수료를 뗀 금액을 도로공사에 지급해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전자카드 정산수수료 수익이 원가를 밑돌며 적자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산수수료는 221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원가가 매출보다 많은 232억원 발생했다. 통행료 지급을 위한 선불전자카드 발급 및 충전과 관련된 업무에선 그나마 수익을 내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감사보고서상에 전체 카드업 자체는 '마이너스'로 명시돼 있다.


감사보고서상 사업별 재무정보를 보면, 하이패스 카드사업 관련해 매출 263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67억원을 기록 중이다.



에스엠하이플러스에서 하이패스 존재감이 사라지는 건 SM그룹의 성향과도 무관치 않다. SM그룹은 주로 부실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는데 에스엠하이플러스도 판박이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게열사 지원 성격의 합병이 이뤄졌다. 2015년 삼라네트웍스(골프장 운영 및 B2B(기업간 거래)구매업무), 2018년 대원건설산업, 한일개발(골프장 운영업), 케이엘홀딩스이호(주식투자업) 등 계열사를 꾸준히 합병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에스엠하이플러스의 전자카드 정산수수료의 수익성 악화는 고속도로 이용과 관련된 공공성을 살리고 서비스 강화에 치중한 결과"라며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신규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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