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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협, "풍랑주의보 내려도 보험금 못 준다" 어민과 분쟁

양식업체,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금감원 "첫 사례로 면밀히 검토"
보험업법상 지급 기준 불명확시 '계약자'에 유리하게 해석토록 명시
유지승, 김이슬 기자

자연재해로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한 돌돔/사진=뉴스1

수협이 자연재해로 인한 어민 피해를 보장해주는 정책보험 상품의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분쟁의 핵심은 약관상 보험금 지급 조건인 '재해주의보'가 발령됐음에도, 풍속 등의 실제 관측수치가 기준에 미달될 경우 피해보상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관련 분야 첫 민원 사례여서 금융감독원도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수협 공제보험인 '양식수산물재해보험-수산질병특약'에 가입한 경남 통영에 있는 돌돔 양식업체 A사는 그해 8월 '풍랑·태풍'으로 인해 어종이 질병폐사했다며 4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문제가 된 상품은 작년 5월 지급사유가 '풍랑주의보'에서 '풍랑경보' 이상으로 약관이 변경됐고, 해당 특약은 판매중단됐다.

2019년 5월 전까지는 기상청이 풍랑주의보만 내려도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정확한 지급사유는 기상청에서 풍랑주의보가 발령한 경우 또는 가까운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해상에서 풍속 14m/s 이상이 3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유의파고가 3m 이상이 되는 상태일 경우다. 약관만 보면 주의보 발령만으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충족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협은 A 업체에 대해 풍랑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실제 관측수치가 기준치에 미달했다며 보험금 지급에 제동을 걸었다. 수협에 따르면 A 양식업체 주장대로 사건당일 풍랑주의보가 발령되긴 했지만 관측치가 현저히 낮았다.

수협은 외부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해당 보험금 청구사례의 경우 자연재해로 인한 질병폐사가 성립되는 풍랑 기준에 미달했다고 판단했다. 약관문구가 일치하더라도 자연재해 담보 사실관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2월 보험금 거절 통보를 받은 A 양식업체는 분쟁을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신청했다. 보험업법 제47조 분쟁의 조정 조항에 따르면 계약에 관해 분쟁이 있는 경우 분쟁 당사자 또는 기타 이해관계인과 회사는 금감원장에게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통상 보험금 지급 기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없는 경우라면 계약자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보험업법 제50조 약관해석 조항에 따르면 회사의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수협 측은 금감원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금융당국의 보험 약관해석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약관에 명시된 보험금 지급 기준인 풍랑주의보 기준에 관한 조항

수협이 이처럼 보험금 지급에 돌연 제동을 건 배경에는 해당 보험의 손해율이 높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판매 중인 재해보험은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보조해주는 정책성 상품이다. 일반 보험회사의 풍수재보험과 달리 자연재해만을 보상하는 고위험 담보인 만큼 해양수산부가 어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수협이 판매하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은 어종별로 현재 20개가 넘는다.

문제는 이들 보험 상품의 손해율이 높아지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현실이다. 양식재해보험은 2016년부터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면서 2016년 손해율이 274.6%로 급격히 상승한 이후 현재까지 기준 손해율인 140%를 넘는다. 누적 손해율은 300%에 육박한다. 통상 일반보험이 적정하게 운영되려면 손해율 80~85%선을 유지하고 그 이상이면 적자 누적으로 판매를 중단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도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보험금 지급은 정부와 수협이 충당하고 있다.

결국 이번 양식재해보험금 지급 분쟁도 수협 측이 치솟는 손해율을 낮추려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민 지원이라는 정책 보조에 발맞춰야 하는 수협이 상품판매를 중단하기도, 보험료를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한 보험금 지급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고육책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금감원의 약관해석 결과는 재해보험 문구상 담보와 사실관계 성립을 둘러싼 모호한 지급기준을 명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전례가 없는 분쟁인 만큼 금감원의 고심도 깊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심사를 진행 중으로 약관해석 차이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승·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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