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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 하이패스의 '외도']② SM그룹 자금줄, 2천억대 '충전금' 관리 사각지대

고객 선불 충전한 수천억대 자금, 강제력 규제 사실상 전무
고속도로 수수료 정산업체→주식보유업 신규사업 등록
올들어 계열사 4곳 480억 대여…대한해운 주식 추가취득
이충우 기자

[1988년 건설사를 모태로 출발한 SM(삼라마이다스)그룹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기업을 사들이며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대한해운, 한진해운(일부 자산), 경남기업, 삼환기업 등을 인수해 국내외 80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35위 그룹으로 몸집을 불렸다.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회사가 있다. 돈을 미리 충전한 뒤 고속도로 통행료를 자동 결제하는 선불 하이패스업체 '에스엠하이플러스'다. 원래 한국도로공사 자회사였는데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설립 4년 만에 매물로 내놓자 2011년 SM그룹이 인수했다.

고속도로 통행료 정산업체인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이후 건설, 레저업체를 인수하며 여러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룹 내 계열사 대출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이제는 본업(선불 하이패스)보다 투자업이나 건설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고객이 선불 하이패스카드에 충전한 현금이 계열사 지원을 위한 쌈짓돈처럼 활용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고속도로 통행료 정산업체인 에스엠하이플러스가 계열사에 단기자금을 빌려주며 그룹 내 자금줄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다.


에스엠하이플러스가 고속도로 통행료 지급을 위해 고객에게 받은 선수금은 2,000억원을 웃돈다. 선불 하이패스카드 이용고객이 맡겨 놓은 자금인 셈이어서, 그룹 내 제조업 계열사간 자금 대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사용처를 제한하거나 사용금액의 한도를 두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최근에도 M&A(인수·합병)를 진행하면서 자금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고객의 선불충전금에 대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금은 에스엠하이플러스처럼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급하는 전자금융업자가 고객 충전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해 강제력을 가진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다. 언제든 충전금을 회사 사정에 따라 쌈짓돈처럼 활용할 수 있어 자칫 부실화될 경우 고객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SM그룹, 계열사 자금줄로 동원


금융업계에 따르면 에스엠하이플러스가 올 들어서만 SM그룹 계열사 4곳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480억원을 빌려줬다. 4개 계열사에 빌려준 운영자금에 대한 이자율은 모두 연 4.6%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삼라마이다스에 120억원, 에스엠중공업에 76억원, 에스엠상선에 100억원을 각각 대여했다. 에스엠인더스트리에는 두 차례 걸쳐 대여금이 나갔다. 1월에 118억원, 2월에 66억원이다.


에스엠인더스트리의 경우 2월 추가자금 대여에도 총 대여잔액이 310억원에서 258억원으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주로 단기대여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스엠상선과 에스엠인더스트리에 대한 이번 대여금액과 총거래잔액이 동일한 것을 보면 신규로 자금 대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하이플러스의 단기대여금 규모는 한 때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9년 말 기준 단기대여금 잔액은 563억원에 달한다. 2018년 말 410억원보다 37%나 늘었다. 에스엠하이플러스에서 운영자금을 빌려간 곳은 대부분 그룹 계열사다.


에스엠하이플러스로부터 자금을 꾼 계열사 중 눈에 띄는 곳은 삼라마이다스다. 삼라마이다스는 2월 현대차 부품 납품사인 화진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삼라마이다사는 M&A 를 추진과 맞물려 평소보다 자금확보 필요성이 커졌다.


실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전후로 삼라마이다스는 계열사로부터 자금 차입이 크게 늘었다.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을 대상으로 한 자금차입 공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차입 공시가 이어졌는데 주요 자금줄은 계열사인 에스엠상선이다. 그런데 에스엠상선은 해운업 불황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12억으로 재작년 당기순손실(8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에스엠상선은 적자에 허덕이는 과정에서도 삼라마이다스에 지속적으로 운영자금을 빌려줬는데 올 1월엔 에스엠하이플러스로부터 운영자금을 빌렸다. 에스엠하이플러스가 에스엠상선의 자금줄 역할을 한 셈이다. 지난 2월엔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삼라마이다스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고객이 충전한 2,000억대 뭉칫돈, 관리감독 '사각지대'


에스엠하이플러스마저 계열사 자금줄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는 전부터 지속됐다. 다른 계열사와 달리 에스엠하이플러스가 고객이 맡긴 막대한 전자카드 선수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엠하이플러스가 경영 부담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에 무리하게 자금을 빌려줘 유동성 악화로 통행료 정산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한동안 국정감사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에스엠하이플러스는 2015년까지 영업손실을 이어가다 2016년 들어 건설업 진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분양수익을 올려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84억원으로 재작년 120억원에서 386% 급증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75억원으로 전년대비 379%나 급증했다. 당기순이익 급증에는 종합리조트 개발운영업체(동강시스타) 인수에 따른 지분법 이익 효과, 즉 영업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질적 이익 정도를 따질 수 있는 '영업현금 흐름'에서도 지분법 이익 의존도가 커진 문제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감사보고서상 지난해말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88억원이다.


당기순이익 675억원에서 감가상각비 등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을 더한 뒤 실제 현금 유입이 없는 수익(746억원) 등을 뺀 수치다. 차감대상 즉, 현금 유입이 없는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지분법 이익(654억원)이다.


이처럼 지분법이 적용되는 주식을 취득하는 등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보면 지난해 342억원이 순유출됐다. 지난해말 기준 순유출액이 재작년말보다 늘어난데는 종합리조트 개발운영업체(동강시스타) 지분 취득이 큰 영향을 미쳤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 중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의 증가액은 265억원으로 종합리조트 동강시스타 지분 취득액과 동일하다. 2018년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의 증가액 23억원과 비교하면 240억원 늘었다. 운영자금 차입 등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상 순유입액 254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재작년 마이너스(-)548억원에서 88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지만 대신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유동성 부담은 커진 셈이다. 더구나 최근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아예 주식보유업을 하나의 사업 부문으로 명시해 앞으로 투자활동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투자증권 및 주식소유업'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케이엘홀딩스 이호를 합병하면서 사업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엘홀딩스와 케이엘홀딩스이호는 SM그룹이 대한해운을 인수하면서 세운 특수목적법인이다. 에스엠하이플러스는 케이엘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대한해운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10일부터는 코스피 상장사인 대한해운 지분을 확대하는데 72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대한해운 지분율은 16.4%에서 18.13%로 늘었다.


대한해운 지분 주식을 늘리면서 한편으로는 2011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남선알미늄 주식을 지난 13일 대량 처분했다. 남선알미늄 지분을 기존 17.95%에서 11.95%로 줄이면서 277억원의 매도차익을 올렸다.


당장은 총선 테마주로 급등한 남선알미늄을 매도한 덕분에 현금을 넉넉하게 확보했다. 하지만 앞으로 주식보유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주식 매수 등 투자활동이 이어질 경우 현금유동성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기에 계열사 자금 지원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고객이 고속도로 통행료 지급을 위해 맡긴 선수금의 관리 문제가 재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에스엠하이플러스의 전자카드 선수금은 2,253억원에 달한다. 2017년 1,971억원에서 2018년 2,120억원에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무상태표상 전자카드 선수금은 고객이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기 위해 하이플러스 하이패스에 충전한 금액으로 구성된다. 고객이 실제 고속도로를 타면서 통행료로 사용하면 충전금은 하이플러스 매출로 전환된다.


2,000억원에 달하는 하이플러스 전자카드 선수금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ㆍ송금업계의 충전금 잔액과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다. 지난해 6월말 간편결제ㆍ송금업계가 보유한 충전금 잔액은 1조 5,000억원이다.


문제는 이처럼 고객이 맡긴 선불 충전금을 회사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관리ㆍ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충전금을 회계처리하는 방식도 사실상 금융사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충전금과 비례해 자기자본을 쌓거나 은행예금 같은 안전자산에 10% 정도 맡기는 것도 사실상 권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스엠하이플러스는 계열사 자금지원을 넘어 자체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다보니 고객이 맡긴 선불충전금을 별도 계정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운영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이플러스 관계자는 "선불충전금 관리는 전자금융업거래법 경영지도기준에 충족하고 있다"며 "안전자산에 편입해 관리 중으로 선수금 계정은 운영자금과 별개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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