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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붙였다 떼었다 해외로?'…'대우' 간판의 운명은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미래에셋대우, 위니아대우 등 명맥 이어
가전분야 '탱크주의' DNA 살아있지만…사용권 계약 만료로 해외로 넘어갈 가능성 높아
고장석 기자

옛 대우센터빌딩을 리모델링한 서울스퀘어(사진=머니투데이).jpg

한국 재계 서열 2위까지 오르며 세계경영을 주도했던 대우그룹이 해체 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대우가 남긴 족적은 아직 '사명(社名)'으로나마 뚜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지난 2000년 4월 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라는 이름은 계열사별로 새 주인을 찾아 흩어졌습니다.

모기업인 ㈜대우는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로 나뉘었습니다. 종합상사였던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그룹에 매각돼 포스코대우가 됐다가, 지난 2011년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바뀌면서 대우의 흔적이 모두 지워졌습니다.

대우중공업은 철도차량 부문 로템과 조선 부문 대우조선해양으로 쪼개졌고, 기계 부문인 대우종합기계는 두산그룹이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이 바뀌었습니다.

국민차 티코·마티즈를 만들었던 대우자동차는 미국 GM이 인수했습니다. 한동안 GM은 국내에서 ‘GM대우’라는 이름을 유지했지만, 지난 2011년 대우를 빼고 한국GM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한국GM 관계자는 "한때 애프터마켓에서 엠블렘을 GM대우가 아니라 쉐보레로 바꾸는 소비자들이 있었다"며 "똑같은 제품에 대우와 쉐보레 이름표만 다르다면 쉐보레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이제 남은 대우 간판을 유지하며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은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미래에셋대우, 위니아대우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가 됐습니다.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티코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우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많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종합상사와 건설, 기계, 금융 등 넓은 분야에서 축적한 업계 인지도와 글로벌 네트워크는 아직 건재합니다.

가전 분야에서 대우라는 이름은 디자인은 조금 투박하더라도 우수한 기술력과 튼튼한 품질로 ‘탱크주의’를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영업망과 브랜드 이미지를 아직까지 유지하며 대우의 가전 DNA가 비교적 잘 살아남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2006년 파산한 대우전자는 워크아웃 이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명맥을 이어가다가 동부그룹에 인수돼 동부대우전자로 대우 간판을 지켰습니다.

적자로 시달리던 대우전자지지만, 지난 2018년 대유위니아그룹이 브랜드 이미지와 해외 영업망 확보를 위해 대우전자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지난해 7월 창립20주년을 맞아 대우전자의 이름을 위니아대우로 변경하며 대우 이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우일렉트로닉스(현 위니아대우) 멕시코 공장(사진=머니투데이)

최근에는 '대우 간판'을 지키기 위한 분쟁도 일어났습니다. 대우 브랜드의 해외 상표권 사용계약을 놓고 위니아대우와 포스코인터내셔널 간 다툼이 발생하면서 위니아대우가 사용한 대우브랜드를 외국업체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의 대우 브랜드 상표권은 ㈜대우를 이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가지고 있습니다. 상표권 자체는 포스코의 소유지만 사용계약에 따라 일정 계약 기간 동안 다른 기업(대우전자 등)이 빌려가는 구조입니다. 위니아대우가 사용하는 해외 전자제품에서의 대우 상표권은 총 10년 기한으로 오는 6월 말 만기되지만 계약 연장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위니아대우는 지난 달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위니아대우가 아닌 다른 기업과 대우 브랜드 해외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위니아대우 측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일방적으로 상표권 사용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종료를 선언했다고 주장하고, 포스코인터 측은 협상 과정에서 서류 수치상 문제가 있는 등 문제점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관점에 따라 어느 쪽이 문제인지는 바뀔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본질은 ‘대우’라는 간판이 어디로 향할지 일 것입니다.

현재 전자제품에 대우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중국과 터키, 영국 업체가 포스코인터와 상표권 계약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위니아대우 측은 “지난해 실적이 크게 향상돼 다시금 '세계경영 대우'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졌다”면서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를 겪는 지금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우라는 국가적 브랜드를 외국기업에 팔려는 시도는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대우전자가 주인이 바뀌는 와중에도 대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해외에서 30여년 간 써 온 돈은 3,700여억 원에 달합니다.

물론 해외 기업이 상표권 사용 계약을 맺더라도 상표권 자체는 포스코인터 측이 그대로 가지고 있고, 대우라는 이름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대우라는 국가적 브랜드를 외국에 팔려는 것이 절대 아니며, 대우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일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단 한번도 대우라는 이름을 해외에서 홍보하거나 알린 적이 없다"며 "오로지 이름값을 받기 위한 상표권 관리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인지도를 떨치던 한국의 대우, 이제는 붙였다 떼었다 하는 간판이 되면서 해외로 팔려나갈까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고장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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