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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10배 올라야 본전인데"…원유ETN '존버족'의 오류

조형근 기자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원유 선물 ETN에 몰려들고 있다. 유가가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이른바 '존버'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유가가 올라도 원유 선물 ETN, 특히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원유 레버리지 ETN의 가격이 유가와 상관없이 투자자들의 매매에 의해 형성되고 있어서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WTI원유 레버리지 ETN' 상품은 모두 수백~수천 퍼센트(%) 괴리율을 보이고 있다. 괴리율이란 실제 지표가치(IIV)와 시장가격의 차이를 뜻한다. 괴리율이 0%에 가까울수록 ETN이 실제 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는 구조다.

ETN의 괴리율이 900%까지 벌어졌다는 건, 유가가 10배 올랐을 때의 가격으로 현재 ETN이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유가가 10배 올라야 본전인 셈이다.



■ 더 비싸게 사줄 사람만 기다릴 뿐

'WTI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의 현 상황은 존 메이너스 케인스의 '더 큰 바보'(The greater fool) 이론과 닮았다. 유가와 상관없이 시장참여자들의 호가에 따라 가격 변동을 보이고 있어서다.

쉽게 말해 원유 ETN에서 더 이상 유가는 의미가 없다. 결국 자신이 매수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더 큰 바보'를 찾는다면 수익을 얻고, 그렇지 못한다면 모든 손실을 떠앉는 '폭탄 돌리기'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현재 ETN 상품은 비정상적인 '매수-매도 비대칭' 상황이다. 이미 매수한 투자자들의 '존버'로 매도 물량은 나오지 않고 매수 주문만 계속 쌓이고 있다.

하지만 매수세가 사라진다면? 폭탄은 터지게 된다. 매도 우위가 나타나게 되고, ETN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유 지표가치와 괴리율이 서서히 좁혀지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실제 유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ETN 가격이 급락하게 될 것이다.

■ "'존버' 적합한 상품 아냐"

그래도 언젠가 유가가 오르지 않겠냐는 심리에 몇 년이고 버티겠다는 투자자들도 존재한다. 이런 투자 방식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원유 선물 ETN은 '존버'에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한국거래소는 22일 ETN 상품에 거래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기초자산인 WTI 원유선물이 50% 이상 하락할 경우 레버리지 ETN 상품의 지표가치가 0원이 된다"며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이 있으니 투자에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보통 2배로 움직이는데, 원유 선물이 50% 하락하면 레버리지 상품은 100% 손실을 본다는 의미다. ETN은 추종하는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반영하는데, 기준가인 지표가격이 0원을 찍으면 추후 유가가 오르더라도 원금이 전액 손실을 보게 된다.

지표가격이 0원을 찍을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도 높다. ETN 상장폐지 요건 중 '기초지수 요건 미달'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ETN 기초자산의 가격 또는 지수를 산출할 수 없거나 이용할 수 없게 된 경우 그 상품은 상장폐지된다.

상장폐지가 되면 투자금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돈을 돌려받게 된다. 현재 1,000원에 ETN을 보유하고 있어도 지표가치가 100원이면 90% 손실을 보고 100원만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WTI원유 레버리지 ETN 투자자가 결국 웃기 위해서는 단기 유가가 10배 이상 오르는 방법 밖에 없다. 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유가가 10배 올라 시장가격과 지표가치 괴리율이 좁혀야 정상 거래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유가가 10배 이상 오를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10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 6월물이 100달러까지 올라야 한다는 건데,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ETN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불나방처럼 뛰어든 '존버' 투자자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형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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