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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충당금 쇼크' 비껴간 은행권

1분기 은행 실적, 줄줄이 전망치 상회
시장 예상보다 대손충당금 적게 쌓은 영향…미국과 대조적
허윤영 기자




올 1분기 은행권이 ‘충당금 쇼크’를 비껴갔다. 미국 주요 은행이 코로나19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것과 대조된다. 국내 은행이 코로나19로 인한 여신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건데,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등 금융사 주요 5곳의 1분기 순이익은 증권가 전망치를 8.5% 상회했다.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확산, 이로 인한 금융시장 충격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1분기 은행권 실적이 전망치를 웃돈 건 대손충당금을 시장예상보다 적게 쌓은 영향이 크다. 손실을 대비해 미리 쌓아 두는 대손충당금은 이익을 깎아먹는 요소다. 충당금이 적으면 순이익이 예상보다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앞서 미국 은행은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해 1분기 역대급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4분기 14억달러였던 JP모건의 충당금적립액은 1분기 83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씨티은행도 22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충당금적립액이 급증했다.

이와 달리 1분기 국내 5곳 은행의 평균 대손비용률은 0.26%로 지난해 말(0.3%)과 비교해 떨어졌다. 기업은행과 하나금융은 오히려 대손충당금을 줄였다. 지난해 4분기 4,430억원이었던 기업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올 1분기 2,180억원으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하나은행도 1,630억원에서 930억원으로 대손충당금을 43% 줄였다.

코로나19 충격이 상당한 만큼 국내 은행도 미국 은행처럼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것이란 전망이 빗나간 셈이다.

일단 국내 은행과 미국 은행의 회계기준이 다르다. US GAAP을 적용 받는 미국 은행은 예상되는 손실을 근거로 충당금을 쌓는다. 반면, IFRS9을 사용하는 국내 은행은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충당금을 쌓을 수 있다. 국내 은행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계적 충당금 적립은 적절하지 않다’는 금융당국의 권고도 반영됐다. 앞서 금융위는 중소기업 대출 상환을 미뤄주는 정책이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곧바로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쉽게 말해 정부가 일정 수준 보증을 해주는 만큼 대손충당금을 너무 많이 쌓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만 1분기 예상보다 적은 충당금만으로 리스크 해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과거와 달리 은행권의 체력이 높아진 건 맞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금융권의 충격 현실화는 후행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은 담보 및 보증을 확대해 리스크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관련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 은행의 충당금 적립액이 높지 않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윤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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