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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알뜰폰, 이통사 '돈뭉치'에 추락…방통위는 '거리 두기'

황이화 기자

29일 휴대폰 정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갈무리. 알뜰폰에서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하면 추가 지원금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 사진 = 머니투데이방송


지난달부터 알뜰폰 업계와 상생하겠다던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가입자를 돈으로 매수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왔다. 알뜰폰 업계는 시장 존폐를 우려하며 정부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는데, 소관부처는 적극적 개입 단계는 아니라고 선 긋고 있다.

3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3월 알뜰폰에서 이동통신사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이동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보다 4,925명 더 많다. 이통사와 알뜰폰 간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알뜰폰이 진 셈이다.

통신사별로 보면, SK텔레콤과 KT로의 이동이 많았다. 알뜰폰은 SK텔레콤에 2,281명, KT에 2,113명, LG유플러스에 531명씩 빼앗겼다.

이는 전달 성적표와 판이하게 다른 결과. 지난 2월에는 번호이동 부문에서 알뜰폰이 이동통신3사 모두를 이겼던 달이다.

알뜰폰은 이동통신3사로 일부 가입자를 빼앗겼지만, SK텔레콤에서 972명, KT에서 1,146명, LG유플러스에서 1,831명씩 총 3,069명을 더 가져왔었다.

◆한때 통신시장 12% 점유…하락세 타다 '2월 반등'

알뜰폰은 2011년 서비스 시작후 지속 성장해 2019년 4월 800만 가입자를 확보해 전체 통신시장의 12%까지 점유했다.

하지만 2018년 중반 도입된 준보편 요금제 이후 번호이동에서 순유출 상태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2019년 5월부터는 가입자 총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2월 알뜰폰은 2018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번호이동에서 이동통신 3사 모두를 제치며 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고조됐다.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이 '리브엠'을 내세워 알뜰폰 시장에 진출, 파격 요금제로 알뜰폰에 대한 관심을 높인 데다, 이에 자극받은 경쟁사들까지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알뜰폰 업계에 훈풍이 불었다.

여기에 LG유플러스가 알뜰폰 1위 사업자 CJ헬로(現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며 '알뜰폰 상생' 조건 이행 차원에서 5G 요금제 확대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한 영향도 있다.

지난 2월 LG유플러스는 알뜰폰의 5G 요금제를 대폭 확대한다고 알렸다. / 사진제공 = LG유플러스

◆"알뜰폰에서 통신사로 이동하면 돈 줍니다" 대기업 '돈풀기'에 속수무책

하지만 이런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3월 알뜰폰 가입자는 이통사로 급격히 이탈한 것. 3월 알뜰폰 가입자는 전달 순유입 양상에서 순유출 양상으로 전환됐을 뿐 아니라, 그 양도 3월 순유출량은 2월 순유입량을 뛰어 넘고 있다.

이에 대해 알뜰폰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가 겉으로는 '상생'을 강조하지만, 이면에서는 수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추가적인 보조금을 대리점에 지급해 알뜰폰 가입자를 빼앗아 간다고 문제 제기하고 있다. 특히 KT와 LG유플러스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휴대폰 구매 정보를 다루는 온라인커뮤니티를 보면, KT나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해 추가로 돈을 준다거나 받았다는 글들이 다수 게재돼 있고, 최근에는 LG유플러스로의 번호이동에 대한 글이 주를 이룬다.

해당 이동통신사들은 이 같은 행적을 인정하면서도 "경쟁사 정책을 의식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시장이 혼탁해지는 와중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모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28일 성명서를 내고 이통사의 문제 행위 즉각 중단과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다.

협회는 "3월 번호이동 실적을 보면 특별한 상황이 없었음에도 전월 및 그 후에 비하여 약 20%이상의 가입자가 이통사로 유출된 것이 4주 동안 연속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 3사 간 소비자에게 공시지원금 외 추가로 돈을 주는 이른바 '불법보조금' 경쟁은 치열하고 만연하다. '불법' 딱지는 붙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정부는 시장 내 경쟁에 일부 눈 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기업인 이통 3사 간 경쟁과 중소기업 중심의 알뜰폰 사업자와 이통사 간 경쟁은 체급부터 달라, 체급이 약한 알뜰폰 입장에서는 속수무책 당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내놔도 이통사가 불법 보조금을 풀면, 알뜰폰 시장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협회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알뜰폰 사업자들의 노력을 돈으로 무산시키는 약탈적 행위이며 알뜰폰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이통사들이 차별적 보조금 지급 등의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를 빼앗아 가는 행위를 처벌하는 강력한 징벌적 조치 제도화'를 제안했다.

◆알뜰폰 "죽겠다"지만 방통위 "아직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알뜰폰 업계 목소리에 쉽게 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해 이통사가 타깃 정책을 시행했다는 것은 3월 초부터 나온 이야기"라며 "이후에 완화되고 있어서 지금 알뜰폰 협회가 성명서를 낸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알뜰폰 업계 목소리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즉각적 개입 가능성 관련해서도 "계속 주시 중으로, 필요하면 실태점검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사안이 심각해 실제 사실조사를 해야할 필요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 그었다.

이 같은 정부 분위기에 알뜰폰 업계가 요구한 '강력한 징벌 조치의 제도화'는 구현될 확률이 낮아 보인다.

다만 방통위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상 불법 보조금에 대해서는 제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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